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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주를 열며] 조급함

입력 2019. 02. 17   15:20
업데이트 2019. 02. 17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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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숙 미디어데이터기업 TNMS 대표


조 급 함


무엇을 기한 내에 끝내지 못할 때 조급함이 온다. 목표 설정이 강한 사람일수록 조급함이 강한 경우가 많다. 조급함이 강하다 보면 현재를 누리지 못하고 느껴보지도 못한다. 현재는 현재에만 할 수 있는 일들로 이루어져 있다.

TV 시청률 데이터를 집계하고 분석하는 일을 20년째 하고 있다. 시청 데이터와 관련 없는 일을 하는 대부분의 많은 사람이 생각하기로는 방송 내용이 선정적이거나 폭력적·자극적인 경우 시청률이 올라간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반대로 방송 내용이 감동적이고 배울 것이 많고 무언가 느낄 것이 많을 때 시청률이 올라간다.

조급한 사람은 TV를 통해 배울 것을 발견할 겨를이 없다. 채널도 이리저리 빨리 돌려야 하고 하나에 집중하기 어렵다. 자극적인 내용보다 학습적이고 취득할 만한 정보가 있거나 감동적인 의미를 발견할 수 있는 내용으로 방송할 때 시청률이 올라간다는 것은 많은 시청자가 주의 깊게 시선을 고정하고 조급한 삶을 살지 않는다는 긍정적인 평가로 볼 수 있다.

KBS2 ‘1박2일’ 프로그램에서 2018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남북정상회담이 화두가 될 무렵 예능프로그램으로서는 처음으로 판문점 군사분계선에서 남북분단을 주제로 방송했다. 시청률이 크게 상승했다. 그냥 깔깔 웃는 것만이 최고라고 생각할 수 있는 예능프로그램에서 뜻밖의 무거운 주제를 다뤄도 시청자들은 오히려 더 만족했다. 뉴스나 시사프로그램에서 다루는 남북분단 이슈만이 시청자들에게 분단의 역사적 의미를 되새겨 보게 하는 것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tvN ‘수미네 반찬’에서 연기자 김수미 씨가 여러 요리를 선보이는데, 2018년도 한 해 동안 ‘수미네 반찬’ 주 시청자들의 관심은 이번 방송에서 누가 게스트로 나오는가보다는 어떤 요리를 배울 수 있을까였다. 지난해 추석을 앞두고 추석맞이 간편 요리 만드는 법을 방송하자 시청률이 크게 상승했다.

내가 조급한 성향의 사람인지 아닌지를 알려면 내가 TV 채널을 얼마나 자주 이리저리 돌리는지를 생각해보면 된다. 무엇에 대한 의미를 발견하고자 하는 태도는 현재 내 시선의 집중도하고도 연결되기 때문이다.

이번 설 연휴 동안 캐나다 로키산맥에 있는 옐로나이프의 오로라를 보기 위해 다녀왔다. 오로라를 잘 관찰할 수 있는 곳에 갔더니 오로라뿐만 아니라 별들도 까만 하늘에 수없이 보석처럼 빛나고 있었다. 시선을 하늘에 집중하고 오로라와 별들을 맘껏 느꼈다.


일반적으로 오로라 탐험을 하는 많은 사람의 목적은 오로라 사진을 찍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오로라와 별들에 집중하기 위해 카메라를 가지고 가지 않았다.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한 조급함이 오히려 오로라와 별들의 움직임에 집중하는 데 방해가 된다고 생각해서 말이다.

조급해한다고 해서 시간이 빨리 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잠잠히 시간이 흐르고 시간이 움직이는 것을 느껴볼 때 시간이 빨리 간다. 매우 평화롭고 평안한 순간이다.

간단하지 않은 군대 생활이다. 그렇다고 조급해야 할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



민경숙 미디어데이터기업 TNMS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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