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우리부대 동아리 집중탐구

병사부터 장교까지, 야구 아래 하나되는 우리

최승희

입력 2019. 02. 14   17:46
업데이트 2019. 02. 14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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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해군3함대 야구 동아리 ‘네이비 트리톤즈(NAVY TRITONS)’


2015년 개설돼 28명이 한 팀
총 100명 이상 거쳐가
매일 일과 후·전투체육 시간에 연습
매주 민간인과 함께하는 리그 참가
“사회와 교류 잦아… 큰 장점”
작년엔 전국공무원야구대회 우승도 

 

감독을 맡고 있는 이승호 상사가 타석에서 상대편 투수의 공을 공략하고 있다.
감독을 맡고 있는 이승호 상사가 타석에서 상대편 투수의 공을 공략하고 있다.

어느 날 국방일보에 걸려온 한 통의 전화. “부대 동아리를 소개하고 싶다”는 제보를 대수롭지 않게 듣다가 “우리 동아리는 지난해 전국공무원야구대회에서 우승했다”는 말에 놀라 수화기를 고쳐 잡았다. 체육 활동이 많은 부대에서 운동 동아리는 드물지 않지만, 맡은 임무 수행만으로도 바쁠 텐데 도대체 어떻게 우승까지 했을까? 그 비결을 확인하기 위해 현장을 찾았다.

글=최승희 기자/사진=조승래 중사

설기준 중사가 2루로 도루를 하고 있다.
설기준 중사가 2루로 도루를 하고 있다.

지난해 제5회 함평천지기 전국공무원야구대회에 참가한 트리톤즈의 모습.
지난해 제5회 함평천지기 전국공무원야구대회에 참가한 트리톤즈의 모습.


전남 목포의 바닷바람이 거세게 부는 해군3함대 연병장. 수요일 전투체육 시간이 되자 남색 상의와 옅은 회색 바지의 유니폼을 갖춰 입은 선수들이 하나둘 나타나기 시작했다. 사람이건 물건이건 겉모습만으로 판단할 수는 없다지만 하나같이 잘 차려입은 유니폼을 보니 어설픈 야구 동아리는 아닌 듯싶었다. 연병장에 배트와 글러브, 장비를 내려놓고는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누군가는 연병장에 선을 긋고 누군가는 스트레칭을 하며 경기를 준비했다. “자, 이제 시작해볼까?” 감독인 3훈련전대 추기관찰관 이승호 상사의 말에 각자의 자리에 위치하는 선수들. 이들은 바로 해군3함대 야구동아리 ‘네이비 트리톤즈(NAVY TRITONS)’의 팀원들이다.


‘동아리 활성화’ 정책으로 만들어져

트리톤즈는 지난 2015년 부대의 ‘동아리 활성화’ 정책에 따라 만들어졌다. 부대에서 어떤 동아리를 만들까 고민하던 차에 군종참모가 지나가면서 “야구 동아리 어떠세요?”라고 한 말이 시작이 됐다. 게다가 병영동아리 주무부서인 인사참모부에 고교야구 선수 출신인 이승호 상사가 근무해 야구 동아리 창단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다른 동아리도 많았지만 야구 동아리 창단은 핫 이슈였다. 창단식 때는 당시 사령관이 시구했고 목포생활체육협회 관계자 등 외빈도 참석했다. 또 연병장에 야구 마운드를 만들 만큼 많은 응원과 지원 속에 동아리가 출범했다.

현재 트리톤즈는 3함대에 근무하는 장교·부사관·군무원 등 총 28명이 팀을 이루고 있다. 실력과 관계없이 3함대의 일원으로 야구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 심지어 야구를 몰라도 가입할 수 있다고 하니 지금까지 100명이 넘는 이들이 동아리에 몸담았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동아리 이름인 ‘네이비 트리톤즈(NAVY TRITONS)’는 해군을 뜻하는 ‘네이비(NAVY)’와 ‘트리톤(TRITON)’을 결합해 만들었다. 트리톤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아들로서 ‘바다’와 관련이 있고 ‘트리’가 ‘3’을 연상시켜 선정했다고 한다.

하지만 동아리 운영이 처음부터 탄탄대로였던 것은 아니었다. 첫 가입 인원 9명에 배트 한 자루와 글러브 하나, 헬멧 하나가 전부였다. 참여하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섣불리 다가오지 않는 사람도 있었고 장비 마련에 부담을 갖는 사람도 있었다. 실력도 걸음마 단계였다. 동네야구 정도밖에 해보지 못했던 선수들이 지금의 실력을 갖추기까지는 마산고등학교 야구부 중견수 출신인 이 상사의 힘이 컸다. 타격부터 수비까지 모든 것을 처음부터 가르쳐야 했지만 이 상사는 같이 야구를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아서 힘든 줄 몰랐다고 한다. 이후 외부에서 사회인 야구 동아리 활동을 하던 사람들도 참여해 전력을 더했다. 이들은 매일 일과 후와 수요일 전투체육 시간을 활용해 연습한다. 프로야구 선수들과 달리 체력단련보다 실전 위주로 훈련한다. 체력단련 비중이 너무 높으면 아무래도 흥미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모두가 함께하는 동아리

동아리의 주 구성원은 장교, 부사관, 군무원이지만 병사에게도 참여의 문이 활짝 열려 있다. 야구에 관심 있는 병사들도 일과 이후 시간과 주말을 이용해 동아리에 참여한다. 점점 인원이 늘어 현재 15명이 넘는 병사들이 함께하고 있다. 같이 운동을 하며 체력증진을 하는 것은 물론 업무 이외의 소통도 한다. “야구를 배울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지만, 평소 업무를 하면서 하지 못했던 얘기도 나눌 수 있어 좋습니다”(김형남 일병). 또 쉽게 배울 수 없는 야구 기술들도 알려준다. 이 상사는 “밖에서는 따로 돈을 내고 레슨을 받아야 하지만 여기서는 무료로(?) 기술을 전수하고 있다”며 지금까지 많은 병사들이 기술을 연마해 전역했다고 말했다.


“나흘 동안 다섯 경기… 그래도 최고의 기억”


동아리에서는 기억에 남을 만한 경기로 단연 지난해 5월 나흘 동안 펼쳐진 제5회 함평천지기 전국공무원야구대회를 꼽는다. 전국 관공서 공무원들로 구성된 28개 팀이 겨룬 이 대회에서 트리톤즈는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안산 포돌이팀을 4대3으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트리톤즈의 우승은 18개 매체에 보도되기도 했다. 우승 이야기를 꺼내자 너도나도 휴대폰에 저장해둔 우승 사진을 꺼내 보이며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경기 당시의 ‘심장이 졸아드는’ 상황을 떠올리며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그때 나흘 동안 다섯 경기를 하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다들 진통제를 먹어 가며 뛰었습니다”(안수석 상사), “다들 함대를 대표해서 왔으니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뿐이었습니다”(최태민 중사). 이처럼 짧은 시간에 눈부신 성과를 거두기까지 팀원들의 열정과 함께 적극적인 부대의 지원도 한몫했다. 부대는 팀원들이 나흘간 경기에 나갈 수 있도록 하루의 휴가를 지원했다. 또 훈련에 필요한 공을 사 주는 등의 물품 지원도 이어졌다. 가족들의 지지와 응원도 큰 힘이 됐다고 팀원들은 입을 모아 말했다


야구 동아리의 장점

팀원들이 말하는 야구 동아리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사회와의 교류’다. 군 생활을 하다 보니 민간인과 교류할 일이 많지 않은데 매주 토요리그에 참가하면서 그럴 기회가 많아진 것이다. 외부 경기를 통해 트리톤즈의 경기력을 향상시키는 동시에 우리 군의 대외 이미지를 높이는 것도 부수적인 효과다. 동아리 활동이 이어지면서 3함대가 그렇게 경기 매너가 좋다고 소문이 자자하단다. 팀 운동인 데다 각자의 포지션이 있다 보니 서로 믿고 의지하며 경기 하게 돼 친밀도가 높아지고 전우애도 끈끈해진다고 한다. 설기준 중사는 “야구를 하면서 생긴 친분이 업무에도 도움이 된다”고 웃으며 말했다.


앞으로의 목표

동아리는 ‘3함대’ 하면 바로 ‘트리톤즈’를 떠올릴 수 있게 앞으로도 열심히 활동할 예정이다.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함께할 수 있도록 많은 장병에게 동아리를 홍보하는 일에도 열심이다. 특히 올해부터는 기아 타이거즈 2군 선수 출신인 이종구 상사가 코치로 합류해 더 탄탄한 실력을 키워나간다. 동아리는 각종 야구대회에 출전하는 한편 부대 이름을 걸고 출전하는 함평천지기 전국공무원야구대회 2연패를 달성하는 것이 목표다. 그리고 아직은 없지만 앞으로 참모총장배 야구대회가 열렸으면 좋겠다는 작은 소망도 덧붙였다. 다른 부대의 야구동아리와 경기하면서 장병들에게 야구 동아리 홍보도 하고 싶기 때문이란다. 그들을 보면서 이제 연병장에서 축구 못잖게 야구를 즐기는 장병들을 많이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의 바람처럼 참모총장배 야구대회가 열려 트리톤즈와 다른 부대의 많은 야구 동아리가 함께 경기하는 그날을 꿈꿔본다.
 

감독 이 승 호 상사 인터뷰


“팀원 간 소통 중시, ‘즐기는 야구’가 목표”




“바로 소통입니다. 연습부터 시합까지 모든 결정이 팀원 간의 대화를 통해 이뤄집니다.”

동아리의 강점에 대한 질문에 네이비 트리톤즈의 감독 이승호(사진) 상사가 대답했다.

“무엇보다 시합 때 고정된 선발 인원이 없습니다. 당일 참석한 선수라면 한 번씩 경기에 나올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죠.”

모든 선수가 시합에 참여해 소외감 없이 한가족이라는 유대감을 갖기 위해서라는 것.

이 상사는 “ ‘이기려고 하지 말고 즐기는 야구를 하자’가 팀 구호”라며 “그만큼 승리보다는 팀원 간의 화합과 소통을 중시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매주 토요일 리그전에 참가하다 보니 선수들이 자녀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지 못하고 집안 행사 등에 소홀할 수밖에 없다”며 “그래서 가족을 동반한 선수는 우선적으로 그날 시합에 참여할 수 있게 한다”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선발로 뛰고 싶어 가족을 동반하는 선수가 늘고 가족들도 함께 주말을 보낼 수 있어 좋아한다고 한다.

최승희 기자 < lovelyher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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