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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에도 쉴 틈 없다 최전방 ‘경계의 눈빛’ 빈틈없다

김상윤 기사입력 2019. 01. 31   18:02 최종수정 2019. 01. 31   18:06

육군12사단 을지부대 ‘GP·GOP 완전작전’ 현장취재

GP 복층 구조…장병 생활공간·초소 등 구성
경사 70~80도 계단… 부식·물자 보급 ‘케이블카’
상황실·지휘통제실서 전 구역 24시간 모니터링
상황조치 훈련 ‘합동근무’ 시간에 매일 반복
철책 직접 만지며 점검… ‘광망’ 훼손되면 경고음 


육군12사단 일반전초(GOP) 장병들이 험준한 산세를 따라 2㎞가량 이어진 4660여 개의 가파른 계단을 내려오며 철책점검을 하고 있다. 장병들은 사시사철, 하루 두 번씩 철책점검을 위해 이 가파른 계단 전 구간을 오르내린다. 계단이 끝나는 고지대에는 모노레일과 케이블카로 물자를 보급받는 일명 ‘모노레일 소초’가 있다. 조용학 기자

민족의 대명절 설 연휴를 앞두고 육군12사단 최전방 감시초소(GP) 장병들이 변함없는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는 모습. 조용학 기자

육군12사단 감시초소(GP)에서 장병들이 경계근무 투입을 준비하고 있다. ‘과학화경계시스템’ 도입 이후 밀어내기식 초소 근무는 사라졌지만, 경계능력은 과거보다 훨씬 더 강화됐다. 조용학 기자

최전방 감시초소(GP)·일반전초(GOP)의 설 풍경은 평소와 별반 다르지 않다. 아침으로 떡국이 나오는 정도. 나머지는 늘 그렇듯 경계작전의 연속이다. 민족의 대명절 설을 앞두고 육군12사단 을지부대를 찾아가 ‘최전방의 장병들’을 만났다. 사단 책임 지역의 85%는 산악지형이다. 해발 1293m의 향로봉을 비롯해 무려 49개의 ‘1000고지’가 있다. 동부전선의 핵심으로 높고 험준한 ‘서화축선’을 철통같이 수호하는 을지부대 장병들의 가슴에는 자부심이 넘쳐흐른다. “힘들긴요. 우리 엄마 지키는 건데요.” 차가운 겨울바람을 맞으며 철책 점검에 나선 한 장병이 말했다.



현행작전 GP, 조금의 흔들림도 없다

지난달 30일, 곳곳이 얼어붙은 소양강변 도로를 따라 강원도 인제 을지부대로 향했다. 한낮 기온이 영상권인 날이 제법 늘었지만, 최전방은 여전히 한겨울이었다. 민통선을 넘어서자 깎아지른 듯한 산악지형이 눈앞에 펼쳐졌다. 뼛속까지 시린 칼바람이 몰아치는 통문 앞에서 방탄모와 방탄조끼를 착용하고 GP로 향하는 차량에 올랐다. 화기로 무장한 경호 차량을 선두로 가파른 비포장 전술도로 위를 달리자 긴장감이 몰려왔다. GP까지 거리는 2㎞에 불과했지만, 길이 워낙 험해 멀미가 날 지경이었다. 차창 밖 풍경은 천길 낭떠러지라 아찔함만 더했다. GP에 도착하자 지역명은 어느새 인제에서 고성으로 바뀌었다.

GP는 ○○○고지 정도에 있었다. 다른 GP와 비교해 높은 편은 아니지만, 주변 산세가 워낙 험준한 탓에 낮게 느껴지지 않았다. 변현식(중위) GP장이 다가와 “대응개념의 상대 GP가 남강을 따라 저지대에 있어 이 정도 높이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GP는 복층구조로, 간부를 포함한 장병 40여 명의 생활공간, 상황실, 초소, 작전대기실 등으로 구성돼 있었다.

취재는 극히 조심스럽게 이뤄졌다. 낯선 취재진의 방문이 행여나 현행작전 중인 GP 장병들의 집중력을 떨어뜨릴까 염려했지만, 장병들은 흔들림 없이 맡은 임무에만 열중하는 모습이었다.


2·3중 철통 같은 과학화경계시스템


옥상에 오르자 태극기와 유엔사령부 깃발이 힘차게 펄럭이는 가운데 10여 개 초소가 사방을 두르고 있었다. 초소 근무는 악기상 등 특수 상황을 제외하면 전방 초소 등 일부에서만 이뤄진다. 2016년 ‘과학화경계시스템’이 도입되면서 달라진 최전방 풍경이다. 나머지 공용화기 초소 등에는 이상이 감지된 즉시 병력이 투입된다. GP 상황실과 대대 지휘통제실에서 근·중거리 감시카메라, 열상감시장비 등을 활용해 모든 구역을 2·3중으로 24시간 모니터링하고 있다. 당연히 경계능력은 과거보다 훨씬 더 강화됐다.

첨단 장비 덕분에 밀어내기식 초소 근무는 사라졌지만, 여전히 GP의 하루는 경계근무의 반복이다. 보통 2인 1개 조가 1시간 근무 서고 1~2시간 휴식 후 다시 근무에 투입된다. 초소 옆 작전대기실에는 언제든 투입될 준비를 마친 작전대기 장병들이 상시 대기한다. 장병 4명만 들어와도 꽉 차는 이곳은 작은 북카페이기도 하다. 장병들이 짬짬이 미래에 대한 꿈을 키워가도록 내부 벽면에 책들을 빼곡히 채워놓았다.


GP 용사들이 우수한 이유

갑자기 요란한 사이렌 소리가 울렸다. 상황실이 발령한 상황조치 훈련이었다. 옥상으로 이어진 좁은 계단으로 장병들이 번개같이 뛰어 올라 고가·후방·공용화기 초소 등 모든 초소를 점령했다. 장병들의 동작은 실 상황이라 해도 믿을 만큼 신속했다. 상황조치 훈련은 주야간 근무조가 동반근무를 서며 인수인계하는 ‘합동근무’ 시간에 매일 반복된다. 새벽에 불시로 상황을 발령하는 경우도 있다.

최전방 GP 장병들은 체력과 정신력은 물론이고, 사회에서의 학력 등 모든 면이 우수한 편이다. ‘최전방에서 근무하고 싶다’는 각오로 우수한 자원들이 GP 근무를 지원하기 때문이다. 근무교대를 마치고 잠시 휴식을 취하려는 소인섭 일병에게 지원 배경을 묻자 “이왕 하는 군 생활, 의미 있고 멋있게 하고 싶었다”고 짧게 답했다. 소 일병은 “최전방이라고 부모님이 괜한 걱정을 하시는데, 건강하게 잘 생활하고 있으니 너무 염려 마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설 연휴 기간에도 GP는 오로지 현행작전에 충실히 임한다. 물론 그 속에 작은 이벤트는 있다. GP장 변 중위는 “설을 맞아 떡국을 먹고, 합동 차례도 지낼 예정”이라며 “소소하게나마 용사들과 윷놀이라도 하면서 명절 분위기를 내볼까 한다”고 말했다.


4660계단을 오르내리는 장병들

GP에서 내려와 을지부대 GOP의 진면목을 볼 수 있다는 사천리 중대 ○○소초로 향했다. 소초는 경사가 70~80도에 달하는 험준한 산세를 따라 2㎞가량 이어진 4660여 개 계단의 끝점에 있다. 소문대로 구간 일부는 수직에 가까웠다. 실물을 마주하자 끝까지 올라가겠다는 의지가 사라지고 말았다. 장병들은 사시사철, 하루 두 번씩 철책점검(철검)을 위해 이 가파른 계단 전 구간을 오르내린다.

과거에는 이 계단이 소초로 향하는 유일한 통로였다. 이제는 다르다. 지난해 전술도로가 개통됐기 때문이다. 비록 도로가 소초까지 직접 이어진 것은 아니지만, 4660개 계단을 무조건 다 밟아야 했던 수고는 줄었다. 부대는 이 기념비적 전술도로의 명칭을 정하기 위해 공모전을 진행하고 있었다.

이곳의 또 다른 명물은 ‘모노레일’과 ‘케이블카’다. 최대 200㎏에 달하는 부식·물자를 ○○소초까지 운반해주는 독특한 보급로다. 예전에는 간부가 모노레일 위에 탑승하기도 했지만, 안전을 고려해 지금은 물자만 실어 운반한다. 소초와 연결된 배수관은 겨울철 더욱 엄격하게 관리한다. 특히 관에 남은 물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다. 배수관에 결빙이 생기면 급수와 퇴수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고지대 소초에 물이 보급되지 않는 상황은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이곳 장병들이 배수관 급·퇴수를 ‘작업’이 아닌 ‘작전’이라 부르는 이유다.


촘촘한 ‘광망’과 작은 동물들

해 질 무렵, 군장검사를 마친 장병들이 철검에 나섰다. 간부를 선두로 장병 6명이 일렬로 서 철책을 직접 손으로 만져가며 계단을 올랐다. 이들의 시선은 철책의 상·중·하단으로 각기 다르게 분산돼 있어 빈틈이 없었다. 철책을 자세히 살펴보니 ‘광망’이 촘촘히 걸린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광망에는 광전류가 흘러 철책이 조금이라도 절단·훼손되면 즉시 상황실과 지휘통제실에 경고음이 울려 상황이 공유된다. 이후 초동조치분대가 몇 분이면 해당 철책으로 달려가 현장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정밀하고 과학적인 GOP 경계작전의 한 축이 바로 이 광망이다.

GOP에는 멧돼지, 고라니 등 다양한 야생 동물이 서식한다. 그중에서도 장병들을 가장 괴롭히는 동물은 맹수가 아닌 토끼와 너구리다. 날카로운 이빨로 자꾸만 철책을 갉아버리는 작은 동물 탓에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래서 철책에는 일정 간격마다 ‘동물 기피제’가 담긴 천 주머니가 매달려 있다. 철책 하단부를 덮은 그물망 형태의 ‘치킨네트’ 역시 토끼와 너구리를 막기 위한 2중 방어막이다.


고된 하루 속 작은 행복과 더 큰 자부심

GOP의 하루는 주간, 전·후반야로 구분돼 24시간 작전이 이뤄진다. 야간 근무자도 오후 2시면 무조건 기상해 교육훈련, 정신교육 등을 받는다. 일과가 끝나면 다시 경계근무다. 임무도, 환경도 녹록지 않지만, 장병들의 표정은 밝았다. 누군가의 강요가 아닌, 스스로 원해서 GOP에 온 장병이 대부분이기 때문. 민준수 이병은 “부산에서만 쭉 살았는데, 인생에서 단 한 번은 최전방에서 생활하고 싶어 GOP 근무를 자원했다”며 “내가 원해서 왔기에 더 큰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물론, GOP 근무 기간에 따라 주어지는 위로 휴가도 장병들이 어려움을 이기는 원동력 중 하나다.

박주원(대위) 사천리중대장은 완전작전 수행에 밝은 병영문화가 필수라는 의지를 바탕으로 용사 부모님과 소통을 활성화했다. 보안성 검토를 거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수시로 게시하는 아들 사진을 확인한 부모님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 용사들도 부모님이 안심하고 있다는 사실에 정서적 안정감을 느낀다고 한다.

올겨울 GOP 장병들을 웃게 만든 또 하나의 요인이 있다. 이례적으로 눈이 많지 않았다는 것. 매년 이맘때쯤 폭설과 제설이 일상인 이들에게 올해는 참 고마운 겨울이다. 현장을 안내한 배수석 단결대대장은 “여러 환경적 어려움 속에서도 우리 을지부대 장병들은 군사적 요충지를 지킨다는 강한 자부심을 바탕으로 꿋꿋하게 현행작전에 집중하고 있다”며 “유사시 신속한 초기대응을 바탕으로 현장에서 작전을 종결할 수 있도록 상시 대비태세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인제에서 글=  김상윤 기자 < ksy0609@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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