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장군의 서재

“세종의 소통·헌신 리더십… 부대 지휘 기준 삼았죠”

임채무

입력 2019. 01. 23   16:57
업데이트 2019. 01. 23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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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찬 환 육군25사단장 저자 박현모 『세종처럼』


소통의 아이콘 세종대왕
신하들에게 ‘함께 의논하자’…
대화와 토론으로 열린 리더십

 
‘행복 나눔 1·2·5운동’ 실천
하루 1번 선행하고 한 달에 2권
양서 읽고 하루에 5가지 감사하기

 
‘청춘’ 인생의 귀중한 보물
다양한 도전 통해 많은 경험 쌓고
독서로 무한한 가능성 펼치기를  

정찬환 육군25사단장이 부대 지휘의 기준이 된 애독서 『세종처럼』을 들고 환하게 미소 짓고 있다. 사진=양동욱 기자
정찬환 육군25사단장이 부대 지휘의 기준이 된 애독서 『세종처럼』을 들고 환하게 미소 짓고 있다. 사진=양동욱 기자

   
‘말이 아닌 행동으로 실천하는 지휘관.’ 정찬환 육군25사단장은 그런 지휘관이었다. 일찍부터 독서의 중요성을 깨달은 정 사단장은 단순히 말로 독서를 강요하지 않았다. 오로지 ‘솔선수범’했다. 잠까지 줄여가며 책을 읽고, 그 내용을 요약해 부하들에게 매주 전파하는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다른 이유는 없었다. 그저 호기심에라도 부하들이 책을 읽게 됐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2019년 장군의 서재의 첫 번째 주인공, 싸우면 반드시 승리하는 ‘강하고, 좋은 상승 비룡부대’의 지휘관, 정찬환 사단장을 직접 만나봤다.   


인생은 BCD, 중요한 것은 ‘판단 기준’

“프랑스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는 ‘인생은 BCD다’라고 말했습니다. 이것은 도대체 무슨 말일까요?”

예상치 못한 질문에 적잖이 당황했다. 장군의 서재를 통해 만난 장군 중 질문하는 인터뷰이(interviewee·인터뷰에 응하는 사람)는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바로 ‘Birth(탄생)와 Death(죽음) 사이에 Choice(선택)가 있다’라는 말입니다. 제가 이 말을 꺼낸 이유는 인생은 선택과 결심의 연속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평범한 사람은 하루에 300번, 많은 사람은 1000번 정도 선택하면서 산다고 합니다. 많은 선택 속에서 얼마나 현명하게 판단했느냐에 따라 인생이나 군 생활이 행복할 수도, 불행할 수도 있죠. 그렇다면 선택과 결심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정 사단장이 또 한 번 질문을 던졌다. 머릿속에 떠오른 대답은 ‘올바른 판단 기준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였다. 이 대답에 정 사단장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 역시 올바른 판단 기준이 있어야 좋은 선택과 결심이 가능해진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판단 기준은 다양한 경험에서 나오게 되죠. 즉 직·간접적 경험이 잠재적으로 두뇌에 각인돼 있다가 선택의 갈림길에서 ‘기준’으로 작용한다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경험이 매주 중요한데, 직접적인 경험은 시·공간적인 요소들로 인해 제한되는 부분이 많습니다. 그렇기에 다양한 간접경험을 할 수 있는 ‘독서’는 우리에게 반드시 필요한 요소입니다.”



책에서 얻은 소중한 깨달음, ‘소통과 헌신’

이렇듯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정 사단장의 추천 도서는 한국학중앙연구원 연구교수 겸 세종국가경영연구소 전통연구실장 박현모 씨가 지은 『세종처럼』이었다. 정 사단장은 이 책이 지휘관으로서 올바른 부대 지휘의 기준을 갖게 해줬다고 말했다.

“1418년 세종대왕이 즉위해 신하들에게 처음 한 말은 ‘함께 의논하자’였습니다. 그만큼 소통을 강조한 것이죠. 이는 그의 화법에서도 알 수 있습니다. 세종은 신하들이 자신을 비판하거나 반대하는 말을 해도 ‘그래, 네 말이 아름답다. 그러나…’라는 식으로 신하의 의견을 존중한 뒤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습니다. 『세종실록』에서도 세종이 ‘노하다’ 또는 ‘크게 노하다’란 표현이 19번밖에 안 나옵니다. 151회인 영조나 91회인 태종에 비한다면 월등히 적다는 것을 알 수 있죠. 또한, 세종은 나라의 크고 작은 사안들을 신하들과 열린 대화와 토론을 통해 결정하고 집행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바로 ‘소통과 헌신의 리더십’을 보였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부분을 주목하고 부대 지휘의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같이 근무했던 지휘관이 생일 선물로 준 『세종처럼』은 정 사단장에게 큰 변화를 줬다. 지휘관으로서의 권위나 격식보다는 격의 없는 소통과 부하를 위한 헌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달은 것. 실제 소통과 헌신을 부대 지휘의 판단 기준으로 삼고부터 그가 근무하는 부대는 명랑하고 밝은 분위기가 ‘전매특허’처럼 따라 다녔다.

“소통과 헌신을 항상 염두에 두고 지휘하다 보니 긍정적인 효과들이 자연스럽게 따라오게 됐습니다. 사람인지라 욕심이 났는지 이를 극대화할 방안을 찾았죠. ‘행복 나눔 1·2·5운동’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이 운동은 하루에 1번 선행하고, 한 달에 2권의 양서를 읽으며, 하루에 5가지 감사를 나누는 운동입니다. 한 번의 선행을 통해 장병들이 서로 더 가까워지고, 두 권의 독서를 통해 올바른 판단과 행동을 하도록 하며, 이에 대한 감사를 통해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자는 것이죠. 단순히 구호로 그치지 않도록 저를 비롯한 사단 참모부가 아침 상황보고 시간과 점심시간에 소감을 나누는 등 이를 적극 실천하고 있습니다.”

정 사단장이 그동안 읽은 책들을 요약한 독서 노트. 그는 “다양한 간접경험을 할 수 있는 ‘독서’는 우리에게 반드시 필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사진=양동욱 기자
정 사단장이 그동안 읽은 책들을 요약한 독서 노트. 그는 “다양한 간접경험을 할 수 있는 ‘독서’는 우리에게 반드시 필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사진=양동욱 기자


책은 인생의 나침반, 바른길로 인도

솔선수범. 정 사단장이 생각한 소통의 또 다른 이름이다. 정 사단장은 지휘관이 부하들에게 한 가지를 하기 원한다면 본인은 두 가지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매주 책을 읽고, 본인의 생각과 감사한 것들을 인트라넷 메일을 통해 전하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가 있다.

“과유불급이라는 말이 있듯,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계속 강조하면 의미가 퇴색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칫 강요처럼 느껴질 수도 있고요. 그래서 말하지 않아도 실천할 방법을 택했습니다. 바로 인트라넷 메일을 통해 책의 줄거리와 소감, 한 주 동안 감사했던 것들을 전하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이걸 계속 이어갈 수 있을까’란 고민도 했는데, 이제 애독하는 부하들까지 생겨 소소한 즐거움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덕분에 밤잠이 조금 줄긴 했지만, 그래도 행복합니다.”

인터뷰가 끝나갈 무렵, 정 사단장은 장병들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인생의 많은 난관에 부딪히면서 우리는 실패를 두려워하게 됩니다. 하지만 여러분 앞에는 ‘청춘’이라는 인생의 귀중한 보물이 놓여 있습니다. 다양한 도전을 통해 많은 경험을 하길 바랍니다. 더불어 자신의 노력 여하에 따라 무한한 가능성이 열려 있는 독서도 반드시 하길 권합니다. 특히 그 시작이 바로 군대에서 이뤄지길 진심으로 기원하겠습니다. 삶의 방향을 잃을 때마다 여러분이 읽었던 책들은 ‘올바른 판단 기준’을 제시하며 바른길로 인도해줄 ‘나침반’이 돼줄 것입니다.” 글=임채무/사진=양동욱 기자


임채무 기자 < lgiant61@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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