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육군

베어워크·마의 3종 세트·14kg 탄약통 들고 달리기… 체력 업! 전투력 업!… ‘컴뱃머슬’이 커간다

임채무

입력 2019. 01. 22   15:39
업데이트 2019. 01. 22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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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36사단, 전투임무 위주 체력단련 생생 체험기


출발 호각소리 기다리며 긴장에 다리는 ‘후들’
첫 코스는 기본… 점점 힘든 종목에 정신 아찔
간신히 종료지점 통과…전투체력 향상에 ‘최고’


본지 임채무 기자와 신희현(왼쪽) 육군36사단장이 환자 역할을 하는 부대 간부를 메고 지그재그 달리기를 하고 있다. 이경원 기자
본지 임채무 기자와 신희현(왼쪽) 육군36사단장이 환자 역할을 하는 부대 간부를 메고 지그재그 달리기를 하고 있다. 이경원 기자
본지 임채무(왼쪽) 기자와 신희현 육군36사단장이 14㎏에 달하는 탄약통을 양손에 든 채 ‘중량 들고 지그재그 달리기’를 하고 있다. 이날 두 사람의 대결은 아쉽게도(?) 신 사단장의 승리로 돌아갔다.
본지 임채무(왼쪽) 기자와 신희현 육군36사단장이 14㎏에 달하는 탄약통을 양손에 든 채 ‘중량 들고 지그재그 달리기’를 하고 있다. 이날 두 사람의 대결은 아쉽게도(?) 신 사단장의 승리로 돌아갔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호각이 울리길 기다리는 몇 초가 하염없이 길게만 느껴졌다. 차가운 겨울바람이 불어왔지만, 추위를 느낄 여유조차 없었다. ‘이게 뭐라고 이렇게 긴장되나’ 싶다가도, 기자의 모습을 지켜보며 출발을 기다리는 부대 간부들을 보니 다시 다리가 떨려왔다. 나이가 지긋한 한 간부가 페이스메이커로 기자 옆에 와서 출발 자세를 취했다.

‘아무리 예비군이지만, 나를 너무 얕본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필코 이긴다는 다짐과 함께 고개를 들어 오늘의 희생양(?)을 자세히 쳐다봤다. 신희현 육군36사단장이었다. 기뻐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야속하게 출발 신호가 떨어졌다.


사단장과 전투체력단련 한판 승부, 승자는?

첫 코스는 5m 전력질주. 가뿐하게 다음 코스로 넘어갔다. 이럴 수가! 장병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종목 중 하나인 ‘베어워크(Bear Walk)’가 기다렸다. 어쩐지 처음은 쉽다 했다. 곰이 기어가는 모습 같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베어워크’는 땅바닥을 엉금엉금 기어가는 운동이다. 어깨와 복근 강화 효과가 있지만, 숙달된 사람이 아니면 다음 날 극심한 근육통을 유발하기로 악명 높다.

이어 민첩성과 순발력을 높이는 ‘지그재그 달리기’와 ‘전력질주’를 끝내니 숨이 급속도로 가빠지기 시작했다. 머리는 ‘아직 이러면 안 된다’고 다그쳤지만, 몸은 거친 숨으로 들썩였다. 같이 출발했던 신 사단장이 보였다. 여전히 쌩쌩한 모습에 오기가 솟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마의 3종 세트’라 불리는 ‘환자 끌기’, ‘환자 어깨 메고 지그재그 달리기’, ‘환자 어깨 메고 직선 달리기’ 코스에 돌입하자, 체험을 자청했던 자신이 원망스러워졌다. 다친 전우를 신속하게 구하기 위한 ‘환자 메고 달리기 3종 코스’는 정말이지 고난 그 자체였다. 들쳐 멘 부대 간부를 내동댕이치고 싶을 정도였다. 내가 환자 역할의 간부를 메고 달리는 건지, 아니면 간부가 나를 끌고 가는 건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정신없었다. 어찌어찌 ‘환자 3종 코스’를 통과했다.

다행히 다음 코스는 처음과 같은 전력질주와 베어워크, 지그재그 달리기였다. 체력 안배 차원에서 속도를 낮추자, 통제관 김익권(중령) 교훈참모가 “괜찮냐”고 물으면서 따라붙었다. 그는 “체력 좋은 장병들도 전투임무 위주 체력단련을 처음 접하면 많이들 힘들어한다”며 “실제 전장에서 필요한 컴뱃머슬(Combat Muscle) 강화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에 힘이 났을까? 잠시 숨을 고르고 남은 코스를 완주하기 위해 다시 속도를 높였다.

마지막 난관은 ‘중량 들고 달리기’. 14㎏에 달하는 탄약통을 양손에 든 채 ‘중량 반복 들기’, ‘중량 들고 직선 달리기’, ‘중량 들고 지그재그 달리기’를 실시했다. 탄약통의 무게도 무게지만, 쉬지 않고 달려야 하기에 힘이 배로 들었다. 이를 꽉 깨물고 남은 힘을 모두 쏟아냈다. 정신이 아찔해지는 순간, 종료 지점을 통과했다. 시쳇말로 영혼까지 하얗게 불태운 느낌이었다. 앞에는 경쟁자였던 신 사단장이 서 있었다. 한참 먼저 도착한 그가 기자를 보며 옅은 미소를 보냈다.


이등병부터 지휘관까지, 전투체력단련 열외는 없다

기자는 지난 16일 오후 강원도 원주 육군36사단 대연병장에서 사단 전투참모단의 일원으로 ‘전투임무 위주의 체력단련(전투체력단련)’ 중 ‘전장순환운동’을 체험했다.

전투체력단련은 육군이 올 초 ‘체력단련은 곧 전투력 발휘의 필수요소’라는 인식 아래 전투원의 ‘컴뱃머슬’을 강화하고, 전투 수행을 위한 체계적 체력관리를 돕기 위해 새롭게 도입한 체력단련 프로그램이다. 세부 종목은 기자가 체험한 전장순환운동을 비롯해 ‘밧줄 타기’와 ‘레그턱’, ‘240m 왕복달리기’, ‘3㎞ 산악 뜀걸음’, ‘5㎞ 군장뜀걸음’, ‘10㎞ 급속행군’ 등이 있다.

부대는 전투체력단련을 조기 정착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간부들의 솔선수범. 사단장을 비롯한 사단 전 간부들은 매일 일일체력단련 시간이면 연병장에 모여 전투체력단련에 참여한다.

이런 분위기는 예하 부대에도 퍼져 자연스러운 동참을 유도하고 있다. 특히, 작전상황 유지 등의 임무로 참여가 힘들었던 지휘통제실 근무자들도 전투체력단련에 참가하도록 당직근무 투입시간을 앞당기는 등 열외인원 최소화에 각별한 신경을 썼다.

또한 부대는 육군 안(案)보다 전투체력단련을 한층 강도 높게 시행하고 있었다. 총 9개 유형 중 ‘전투부대 B형’ 적용 대상인 부대는 기존 ‘기초체력단련’과 더불어 ‘전장순환운동’만 추가하면 된다. 하지만 밧줄 타기와 레그턱, 240m 왕복달리기, 3㎞ 산악 뜀걸음, 5㎞ 군장뜀걸음, 10㎞ 급속행군을 추가해 임무 수행에 요구되는 체력 이상을 배양하고 있다. 더불어 2~3단계에 걸쳐 진행된 하향식(Top-Down) 시범식 교육을 통해 사단 주요 직위자부터 소대 병사들에게 까지 종목별 체력단련 방법과 목적, 그에 따른 운동 효과를 이해시키는 등 붐 조성에도 노력하고 있다.

앞으로 부대는 월 단위 추진평가회의를 통해 개개인의 체력 수준을 데이터화해 관리할 예정이다. 프로그램 운용에 있어서도 도출된 사항들을 보완해 좀 더 나은 환경에서 장병들이 컴뱃머슬을 강화하도록 발전시킬 계획이다. 이와 함께 부대별 경연대회를 주기적으로 개최하고, 체력 우수자를 포상해 적극적으로 동기부여를 하고 있다.

신 사단장은 “전투임무 위주 체력단련은 유사시 전투력을 발휘해야 하는 군인에게 매우 중요한 ‘전투체력’을 실전적으로 단련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는 점에 깊게 공감한다”며 “부대 장병들이 작전환경에 부합한 전투체력을 갖추도록 지휘관부터 솔선해 동참하는 등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임채무 기자 < lgiant61@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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