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해군·해병대

혹한 바다도 문제없다

안승회

입력 2019. 01. 17   17:37
업데이트 2019. 01. 17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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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군 해난구조대 혹한기 내한훈련 현장


차가운 물속으로 거침없이 맨몸 입수
대열 맞춰 30분간 우렁차게 군가 합창
손발 떨어지는 것 같은 고통 견뎌 내
“어떠한 상황에서도 임무 완수 자신감” 


해군 해난구조대 대원들이 17일 경남 진해군항에서 열린 동계 혹한기 내한훈련 중 맨몸수영을 하기 위해 바다로 뛰어들고 있다. 양동욱 기자
해군 해난구조대 대원들이 17일 경남 진해군항에서 열린 동계 혹한기 내한훈련 중 맨몸수영을 하기 위해 바다로 뛰어들고 있다. 양동욱 기자

차가운 겨울 바다에서 맨몸수영을 하며 군가를 부르는 해난구조대(SSU) 대원들. 양동욱 기자
차가운 겨울 바다에서 맨몸수영을 하며 군가를 부르는 해난구조대(SSU) 대원들. 양동욱 기자

17일 오전 경남 창원시 해군특수전전단 진해 군항에 해군 해난구조전대 심해잠수사들의 힘찬 함성이 울려 퍼졌다. 영하로 뚝 떨어진 날씨에 거센 바닷바람까지 더해졌지만, 웃통을 벗어젖힌 심해잠수사 44명은 짧은 반바지 하나만 입은 채 군가를 내지르며 추위에 맞섰다. 강추위는 이들의 훈련 의지를 꺾지 못했다. 특수체조와 뜀걸음으로 몸을 달군 심해잠수사들은 얼음장 같은 바다에 그대로 뛰어들었다. 이들은 무려 30여 분 동안 차가운 바다에서 대열을 맞춰 입영(立泳)했다.

이날 해난구조전대는 심해잠수사들의 차가운 바다 적응 능력 향상을 위한 맨몸수영 훈련을 했다. 내한훈련의 하이라이트로 불리는 이 훈련에는 실제 작전에 투입되는 하사 이상 간부만 참가했다.

훈련을 지휘한 황병익(대령·진) 해난구조전대장은 가장 먼저 차가운 바다로 들어가는 솔선수범을 보였다. 조병(중령) 구조작전대대장도 거침없이 바다로 뛰어들어 대원들을 이끌었다. 훈련 참가 최고령자인 47세 송상현 원사 역시 20대 초반 하사들과 함께 함성을 지르며 바다에 몸을 던졌다.

차디찬 바닷물에 얼굴이 붉어지고 입술은 파랗게 질려갔지만, 심해잠수사들은 나란히 정렬한 채 큰 소리로 군가를 부르며 훈련을 이어갔다. 혹독한 맨몸수영을 마치고 육지로 올라온 장병들의 얼굴에서는 심해잠수사만이 가질 수 있는 자부심이 엿보였다.

이날 훈련에 참가한 이효철 대위는 “추운 겨울 바다에 뛰어들었을 때 손과 발이 떨어져 나가는 것 같은 고통을 느꼈지만, 동료들과 함께했기에 극복할 수 있었다”며 “이번 훈련을 통해 어떠한 상황에서도 완벽히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해난구조대는 지난 14일부터 18일까지 혹한기 내한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훈련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구조작전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심해잠수사의 육체적·정신적 능력 배양을 위해 마련됐다.

14일 수중에 가라앉은 선박을 팀별로 탐색하는 ‘스쿠버(SCUBA) 훈련’으로 시작된 내한훈련은 15일 기본 체력 보강을 위한 특수체조와 맨몸 뜀걸음으로 이어졌다.

16일 오전에는 팀별 고무보트 패들링 훈련을 했다. 심해잠수사들은 해상 생존능력을 기르기 위해 실전 상황을 가정, 잠수복을 착용한 채 패들링 훈련에 임했다.

같은 날 오후에는 항공구조훈련을 했다. 훈련에 참가한 항공구조사들은 해군 해상기동헬기에 탑승해 가상의 사고 현장 바다로 이동한 뒤 그대로 입수, 해상에서 조난자를 구조하는 절차를 숙달했다.

훈련 마지막 날인 18일에는 2㎞ 핀 마스크 바다 수영 훈련이 예정돼 있다.

황병익 해난구조전대장은 “이번 훈련의 목적은 극한의 상황에서도 심해잠수사들이 본연의 임무를 완벽히 수행할 수 있도록 강인한 정신력과 체력을 기르는 것”이라며 “앞으로도 우리 해난구조전대는 국민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근무한다는 사명감으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 인터뷰- 초대 해난구조전대장 지낸 장진홍 (예) 대령


“해군 최정예 요원 자부심…

더 강한 군인으로 거듭나길”



해군 심해잠수사들은 24시간 긴장감을 품고 살아간다. 촌각을 다투는 인명구조의 현장으로 신속하게 출동해야 할 숙명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20년 넘게 심해잠수사로 근무하고 지난해 12월 명예롭게 전역한 장진홍(사진) 예비역 대령을 만나 심해잠수사의 삶에 대해 들어봤다.


1990년 해군 장교로 임관한 장씨는 28년간 해군에 몸담았다. 그중 심해잠수사로 근무한 기간만 22년이다. 해난구조대장과 청해진함장을 거쳤고 초대 해난구조전대장을 지냈다. 여수 반잠수정 인양 작전, 동해 북한 상어급 잠수정 인양 작전, 세월호 탐색구조작전 등에서 활약한 구조 분야 최고 전문가다.


장씨는 최근 집에 싸놨던 출동대기태세 가방을 20년 만에 풀었다. 해난구조대원은 부대와 집에 5일 치 속옷과 세면도구 등이 들어있는 출동대기태세 가방을 준비해둔다. 출동시간을 1분이라도 줄이기 위한 습관이다.


“지난 2014년 세월호 침몰 사고 당시에는 상황이 너무 긴박해 이미 챙겨놓은 가방도 가져갈 수 없었습니다. 다행히 후속 부대가 가방을 갖다 줬죠. 당시 사고 당일부터 종료일까지 정확히 7개월, 210일간 현장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그에게는 해군이 인생의 전부였다.


“결혼 이후 25년 동안 양가 부모님을 단 세 번밖에 찾아뵙지 못할 정도로 부대에 붙어 있었습니다. 해난구조대장을 맡았던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는 좋아하던 등산 한번 못 했죠. 이런 상황을 이해해주고 오히려 자랑스럽다고 말해준 가족에게 고맙고 미안한 마음입니다.”


장씨는 “든든한 후배들이 해난구조전대를 책임지고 있으니 마음 편히 해군을 떠날 수 있다”며 내한훈련을 받는 후배들에게 당부의 말을 남겼다.


“심해잠수사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최전선에서 활약하는 해군 최정예 요원입니다. 이러한 자부심을 갖고 이번 혹한기 내한훈련을 통해 더욱 강한 군인으로 거듭나길 바랍니다.” 


안승회 기자 < lgiant61@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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