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김성수 평론가의 대중문화 읽기

‘보는’ 음악으로 재탄생 상어가족 빌보드가 반하다

입력 2019. 01. 17   17:32
업데이트 2019. 01. 17   17:38
0 댓글

<27> 아기상어의 반전


‘상어가족’ 동영상을 보며 즐거워하는 외국인들.         유튜브 화면 캡처
‘상어가족’ 동영상을 보며 즐거워하는 외국인들. 유튜브 화면 캡처

‘상어가족’ 동영상.    핑크퐁 제공
‘상어가족’ 동영상. 핑크퐁 제공


빌보드 차트 중에서도 가장 핫한 차트이자 전 세계 최신 대중음악이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싱글차트 ‘핫100’. 그런데 이 차트에 2주 연속, 그것도 30위권에 연이어 이름을 올리고 있는 한국산 음원이 있다. ‘Baby Shark’라고 써 놓으면 낯설지만, 번역해서 ‘아기 상어’라고 써 놓으면 최소한 애 키우는 부모들은 모두 알고 있는 노래, ‘상어가족’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K-POP이 아닌 한국의 유아교육 콘텐츠가 ‘핫100’에 진입한 것은 ‘Baby Shark’가 최초다. ‘핫100’에서 2주간 각각 32위와 38위를 했는데 이보다 순위가 높았던 K-POP 넘버는 싸이의 ‘강남스타일’(2012년·2위)과 ‘젠틀맨’(2013년·5위), 방탄소년단의 ‘아이돌’(2018년·11위)과 ‘MIC Drop’(리믹스 버전·2017년·28위) 등 4곡밖에 없다. 블랙핑크의 ‘뚜두뚜두’(2018년·55위), 방탄소년단의 ‘디엔에이’(2017년·67위), 원더걸스의 ‘Nobody’(2008년·76위), 씨엘의 ‘리프티드’(2016년·94위) 등은 ‘Baby Shark’의 순위와 비교되지 않을 정도다. 도대체 어떤 비결이 있어서 이런 성공을 할 수 있었던 것인가?



#비결1

‘뚜루루뚜루~’ 중독 후렴구
친숙한 동요 플래시 애니로 


유튜브의 유아교육 콘텐츠 부문 절대 강자 ‘핑크퐁’의 플래시 애니메이션 ‘상어가족’은 2015년에 북미 구전 찬트(chant) ‘Baby Shark’를 새롭게 편곡, 재창작해서 플래시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콘텐츠다. 북미권에서 꽤 유명한 이 찬트는 ‘뚜루루뚜루’ 하며 따라붙는 후렴구가 매력적이라서 이미 많은 유아교육 콘텐츠 업자들이 자기 나름대로 버전을 만들어 공급하고 있었던 친숙한 콘텐츠였다.

후발 주자인 제작사 스마트스터디는 ‘핑크퐁’이란 브랜드를 론칭하면서 무리하게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놓고 인지도 제고에 돈과 시간을 투자하는 대신, 이미 잘 알려진 찬트나 동요들을 가져와 플래시 애니메이션을 붙여서 ‘보는’ 음악으로 새롭게 창작하는 작전을 썼다.

그들은 영화 ‘조스’의 시그널 뮤직을 도입부에 배치해 주목을 끈 뒤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게 정박 중심으로 리듬을 정리했다. 또 뮤지컬을 하듯이 아기와 부모, 조부모 목소리로 노래를 입혔다. 영상은 귀에 익은 시그널에 이어 귀여운 캐릭터가 시선을 붙잡은 뒤 중독성 강한 후렴구가 따라붙게 짰다.

이 짧은 플래시 애니메이션은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고, 빠른 버전, 느린 버전, 국악 버전, 합창 버전, 핼러윈 버전, 크리스마스 캐럴 버전에 유아용 뮤지컬 공연까지 새끼를 쳤다. ‘원 소스 멀티 유즈’라는 대중문화 콘텐츠 성공의 공식을 좇아가며 ‘Baby Shark’ 전설이 태동한 것이다.


#비결2 

8개국 버전 컬래버레이션의 힘
韓 ‘귀여운’ 등 넣어 캐릭터 강화 


원래 글로벌 콘텐츠로 기획됐기에 ‘상어가족’은 영어 버전은 물론 중국어·스페인어 등 8개 국어 버전으로 만들어져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각 언어의 특성과 그 나라의 리듬감에 맞는 편곡을 했는데 가령 일본어 버전이나 중국어 버전은 한국어 버전과 같은 리듬과 가사를 선택했고, 영어 버전이나 러시아어 버전 등은 후렴구 시작에 엇박자를 넣어 차별화하면서 가사는 원본 찬트를 적용했다.

사실 수많은 미국 버전은 시종일관 엇박자가 반복돼 리듬은 까다로웠고 가사는 같은 단어의 무한 반복이라 지루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한국판에선 동양 문화권에는 서투른 싱코 리듬을 자제하고, 지루한 단어 반복 대신 ‘귀여운’ ‘어여쁜’ 같은 상태 형용사를 넣어 캐릭터를 강화했다. 특히 상태 형용사들의 가사 활용은 일부 전문가들로부터 젠더 감수성 부족을 지적받기도 했지만, 동양 문화권에선 오히려 친근함으로 다가가는 희한한 결과를 가져오기도 했다.

이렇게 한국 버전의 사례를 토대로 나라마다 특성을 고려한 리듬 선택과 가사의 변용을 할 수 있었기 때문에 전 세계에서 이 노래는 큰 사랑을 받을 수 있었고 그 힘은 빌보드 차트까지 움직였다. 사소해 보이는 것까지 깊이 고민한 콘텐츠 전략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입증한 사례인 셈이다.


#비결3

음원 플랫폼 대신 ‘유튜브’로

눈으로 스토리 따라가며 기억


제작사는 음원을 발매하거나 음원 플랫폼에 콘텐츠를 거는 대신 유튜브를 통해 유통을 시작했다. 이는 이미 노래를 소비하는 흐름이 ‘듣는’ 음악에서 ‘보는’ 음악으로 바뀌었고, 음반이나 음원을 사거나 내려받아 소유하는 소비가 아니라 스트리밍 소비로 이동했음을 간파하고 선택한 전략이었다.

그래서 제작사는 ‘보는’ 음악을 즐길 수 있게 상당한 투자를 했다. 다른 콘텐츠들을 살펴봐도 쉽게 알 수 있지만, 노래마다 고유 캐릭터를 만들어 플래시 애니메이션을 붙였고 캐릭터에 맞는 목소리를 찾아서 노래를 입혔다. 이런 배려는 소비자들이 눈으로 스토리를 따라가면서 귀로는 자연스럽게 노래를 익히게 한 작전으로, 유튜브란 유통망에 최적화된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많은 고민을 했음을 의미한다. 이렇게 공들여 공감각적 콘텐츠를 만들어 놓으니 개별 콘텐츠의 가치도 상승했고, 소비자 만족도도 올라갔다.


#행운
빌보드 차트 유튜브 조회수 반영
‘핫100’ 2주간 32위 전세계 인기


사실 ‘Baby Shark’가 빌보드 ‘핫100’ 차트에 올라갈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빌보드가 차트 산정 로직을 바꿨기 때문이다. 유튜브 조회수가 반영되면서 싱글음반 판매 실적이나 미국 내 라디오 방송 횟수 등이 부진하더라도 얼마든지 빌보드 싱글차트에 올라가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 변화는 충성도 높은 팬들을 가진 한국 아이돌이나 유튜브 중심으로 활동하는 다른 뮤지션에게도 똑같이 유리한 조건이다. 중요한 것은 거듭 스트리밍을 하게 만드는 매력을 어떻게 개별 콘텐츠에 부여할 수 있느냐인데, 그런 측면에서 핑크퐁의 ‘Baby Shark’가 일군 성과는 중요한 롤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김성수 시사문화평론가>

< 저작권자 ⓒ 국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댓글 0

오늘의 뉴스

Hot Photo News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