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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감 해소·복무 적응·자기계발 ‘좋아요’...복귀시간 미준수·지나친 게임 몰두 ‘고쳐요’

김상윤

입력 2019. 01. 16   17:24
업데이트 2019. 01. 16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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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 일과 후 외출 및 휴대폰 사용 시범운영 성과와 과제는?


스트레스 줄이고 정서적 안정감 높여
간부들과의 소통·자격증 취득 도우미
차원이 다른 행복 선물… 사기 ‘쑥쑥’
타인 휴대폰 무단 사용 등 일부 부작용
‘자율과 책임’의 병영문화 조성 중요해

일과 후 휴대폰 사용 시범운영 부대인 육군25사단 본부근무대 병사들이 생활관에서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있다.  
양동욱 기자
일과 후 휴대폰 사용 시범운영 부대인 육군25사단 본부근무대 병사들이 생활관에서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있다. 양동욱 기자

‘평일 일과 후 외출 및 휴대폰 사용’ 시범운영이 단계적으로 확대돼 전 부대 적용을 앞두고 있다. 현재 해당 제도를 시범운영 중인 육군 부대 병사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통해 어떤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지, 성공적인 제도 정착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알아봤다.
일과 후 외출은 병사들을 위한 고마운 선물

“평일 외출은 나라가 병사들에게 준 특별한 선물이라 생각합니다. 위병소를 통과해 시원한 바람을 맞는 순간 고립감, 단절감 등이 눈 녹듯 사라지죠. 자기계발에 큰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함께 외출한 분대원들과 단결활동을 통해 전우애도 더 끈끈해지고 있습니다!”

평일 일과 후 외출로 읽고 싶던 책을 사 들고 부대로 돌아온 육군32사단 의무대 백민기 일병이 말했다. 백 일병은 “일과 후 외출을 통해 사회와 단절감이 사라지면서 활기차고 여유롭게 생활 중”이라며 “이 제도를 우리 용사들이 바람직하게 잘 활용해 성공적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3·7·12·21·32사단 등 다수의 육군 부대가 평일 일과 후 외출을 시범운영 중이다. 자기계발 등 개인적 사유로는 한 달에 한 번, 진료·치료가 목적인 경우 지휘관 승인에 따라 수시로 외출을 허용하고, 분·소대 단위 단체외출은 포상 성격으로 시행하고 있다.

병사들은 평일 일과 후 외출이 소외감과 스트레스를 줄여줘 정서적인 안정감을 찾는 데 큰 도움을 준다고 입을 모았다. 32사단 이채목 일병은 “부대 안에도 사이버지식정보방·노래방 등 다양한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지만, 외출을 통해 느껴지는 해방감은 차원이 다른 행복”이라고 말했다. 외래 진료가 편해졌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12사단 영현승 병장은 “주말 외출 때는 민간 진료를 받기가 어려웠는데, 이제 평일에 개인 휴가나 병가를 쓰지 않고도 당당하고 마음 편하게 민간병원 진료를 다녀올 수 있다”고 밝혔다. “내가 선호하는 피부관리 제품 등 꼭 필요한 물건을 사올 수 있어 행복하다”라는 의견도 있었다. 이렇게 높아진 병사들의 행복도는 더욱 충실한 병영생활로 이어지고 있다. 분대원들과 우정이 공고해지면서 임무 수행이 더욱 원활해지는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그렇다면 병사들이 느끼는 아쉬운 점은 무엇일까? 많은 병사들이 외출을 위한 부대 차원의 교통편 지원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한 병사 기본권 보장 차원에서 좀 더 사적인 사유로도 외출이 가능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휴대폰으로 고립감 해소, 자기계발도 용이해져

“가족·친구의 목소리를 언제든 들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마음이 한결 편해졌습니다. 각종 자기계발 콘텐츠에 접근이 편해져 입대 후 경력단절에 대한 걱정도 덜었고요.”

1포병여단 고광진 병장의 일과 후 휴대폰 사용 시범운영에 대한 소감이다. 고 병장은 “일과 후 휴대폰을 사용하면서 주변 전우들도 정서적으로 훨씬 더 안정됐다는 느낌을 받는다”며 “낯선 환경에 대한 불안함, 두려움, 고립감 등 부정적인 감정이 대폭 해소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스마트폰 덕분에 간부들과 소통도 더욱 원활해졌다고 한다. 최낙곤 일병은 “간부들과 얼굴을 마주 보고 하기 어려운 말이나 비밀스러운 속마음을 스마트폰으로 상담할 수 있다”며 “앞으로 상하 소통 부재로 인한 각종 사고가 훨씬 줄어들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병사들뿐만 아니라 가족과 친지들의 얼굴에도 웃음꽃이 피었다. 미사일사령부 문권혁 상병은 “우리 군의 따뜻한 배려로 나와 가족이 모두 더욱 행복해졌다”고 말했고, 육군12사단 박원빈 병장 역시 “매일 일과를 마치고 부모님께 전화를 드리니 안심하시며 정말 좋아하신다”고 즐거워했다.

휴대폰 사용을 통한 자기계발을 가장 큰 장점으로 꼽는 병사들도 많다. 50사단 최윤성 상병은 “예전에는 부대 밖 또래 친구들이 동영상으로 자기계발을 자유롭게 하고 있다는 사실이 부럽기만 했다”며 “스마트폰으로 영어 공부, 자격증 취득 등이 더욱 원활해져 군에서도 실질적인 자기계발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지휘관들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50사단 윤석창(중령) 영덕대대장은 “휴대폰 사용 이후 장병들이 스트레스 해소 창구가 있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일과와 교육훈련에도 더욱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일부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시스템만 잘 구축된다면 부대 지휘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병사들이 체감한 휴대폰 사용의 단점으로는 ‘동기들 간의 대화·체육활동이 줄어든다’, ‘데이터 사용료에 대한 부담이 크다’ 등이 있었다. 현실적인 문제로 “생활관 내에 휴대폰 충전 콘센트가 너무 부족하다”고 지적한 병사도 있었다. 한 병사는 “국군 장병을 위한 전용 요금제가 출시됐으면 한다”는 재미있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병영문화의 혁신적 변화, 성공의 열쇠는?

이번 획기적인 병영문화혁신 정책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은 그 수혜자인 병사들 본인이다. 시범운영 기간 대다수 부대에서 병사들의 고립감 해소, 군 복무 적응, 자기계발 등 대체로 긍정적인 성과가 나타난 반면, 타인 휴대폰 무단 사용, 외출 복귀 시간 미준수 등 사소한 위반이 발생하기도 했다. 휴대폰에 지나치게 의존하거나 게임에만 몰두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은 모습이었다. 이런 부정적인 모습은 병 기본권 보장 차원에서 시행 중인 병영문화혁신 정책의 정당성과 추동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 제도를 건전하고 모범적으로 활용하는 병사들이 늘어날 때, 한 걸음 더 나아간 병영문화 정책이 나올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자율과 책임’의 병영문화 조성이다. 지휘관부터 병사까지 전 계층의 획기적인 의식전환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 특히 각 부대는 병사들이 ‘더 많은 자유에는 더 무거운 책임이 따른다’는 것을 느낄 수 있도록 주기적이고 반복적인 교육을 시행하고, 사용수칙 위반에 대한 구체적인 처벌 규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또한 병사들이 일과 후 외출 및 휴대폰 사용 시간을 소모적으로 낭비하지 않도록 이와 연계된 자기계발, 진로 탐색 콘텐츠 개발·제공 등의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 김상윤 기자 ksy0609@dema.mil.kr

김상윤 기자 < ksy0609@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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