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침묵의 살인자 미세먼지

미세먼지 중국 반짝 ‘저감’ 후…‘스모그’ 더 짙어졌다

입력 2019. 01. 14   15:39
업데이트 2019. 01. 14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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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중국도 미세먼지 전쟁 중


CCTV 前 스타앵커, 딸 암투병에
미세먼지 연관성 고발 다큐 제작
공개 48시간만에 조회수 2억 뷰

 
올림픽·APEC 등 큰 행사때만
공장 중단·인공강우 ‘청천정책’
끝나면 연평균 오염도보다 8%↑
보여주기식 정책 부작용 불러

일러스트=반윤미
일러스트=반윤미


최근 중국에서 다큐멘터리 한 편이 엄청난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발표 직후 48시간 만에 조회수 2억 뷰를 기록하며 중국인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다. 이 다큐멘터리는 CCTV(중국중앙텔레비전) 스타 앵커였던 차이징(柴靜)이 만든 104분짜리 스모그 고발 작품이다. 그는 딸의 암 종양이 미세먼지와 관련 있을 것이라고 믿고 방송국에서 퇴사해 딸의 종양과 미세먼지의 연관성을 찾기 시작했다. 그가 취재를 시작한 해 베이징 대기오염지수는 무려 175일간 위험 수준이었다. 살인적인 미세먼지로 매년 50만 명이 조기 사망하고 폐암으로 인해 죽는 사람이 30년간 5배나 증가했다.
그는 다큐멘터리에서 중국의 겉과 실제가 다르다는 것을 고발한다. 중국 정부의 단속이 형식적이며 구형 엔진을 단 경유 트럭들처럼 곳곳에서 심각한 미세먼지가 배출되고 있다고 말이다. 중국인들이 이 다큐멘터리에 엄청난 반응을 보인 것은 정말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중국 정부도 국민의 이런 불만을 심각하게 받아들인다. 그래서 틈만 나면 미세먼지 저감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중국이 전 세계에 자기들의 미세먼지 저감 노력을 선전했던 것이 ‘청천정책(靑天政策)’이다. ‘푸른 하늘’을 보겠다는 중국 정부의 미세먼지 저감 정책이다. 장기적인 정책이 아니라 보여주기 위한 단기적인 벼락치기 정책이다. 최초의 청천정책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 실시했다. 당시 베이징올림픽조직위원회는 대기환경을 개선하는 데 약 20조 원을 투자했다. 살수차와 먼지 제거용 청소 차량으로 베이징 도로를 청소했다. 베이징뿐만 아니라 톈진과 허베이성도 차량 2부제를 실시했다. 베이징 시내의 모든 공사현장을 폐쇄했다. 올림픽 개최 10개월 전부터 인근 지역 공장 300여 개에 강제로 문을 닫게 했다. 허베이성과 산시성의 석탄광산도 가동을 중단시켰다. 여기에 인공강우까지 동원해 대기오염을 세정(洗淨)해 주는 비를 내리게 했다. 이렇게 하는데 공기가 좋아지지 않을 리가 없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기간 내내 베이징의 하늘은 푸르렀고, 구름은 하얗게 떠 있었다.


CCTV 전 앵커 차이징(柴靜)이 고발한 중국 미세먼지 다큐멘터리 ‘언더 더 돔’.  필자 제공
CCTV 전 앵커 차이징(柴靜)이 고발한 중국 미세먼지 다큐멘터리 ‘언더 더 돔’. 필자 제공


두 번째 청천정책은 2014년 11월에 시행했다. 제26회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회의가 베이징에서 열렸기 때문이다. 겨우 이틀간 열리는 행사를 위해 중국은 몇 개월 전부터 시진핑 주석, 리커창 총리 등 최고 지도자들이 청천정책을 진두지휘했다. 미세먼지 배출원을 단속하기 위해 43만4000명에 이르는 공산당 간부를 베이징 인근 시골까지 파견해 감독했다. 베이징 인근 공장 1만여 개를 휴업 조치했다. 차량 2부제와 함께 공공기관과 학교·기업은 6일간 강제 휴무를 하게 했다. 차량과 사람의 통행량을 최대한 억제하는 방법이었다. 당연히 엄청난 효과가 나타날 수밖에 없었다. 그 전해의 같은 기간보다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가 각각 44%, 55%나 낮아진 것이다. 베이징 하늘은 또다시 푸르다 못해 시릴 정도로 쾌청했다. 2014년 중국 최고의 유행어가 ‘APEC 藍(에이펙 블루)’일 정도였다. 이후 청천정책은 중국의 주요 행사 때마다 등장한다. 2016년 저장성 항저우에서 개최된 ‘G20 정상회의’ 때도 시행했다. 그리고 이젠 매년 3월에 열리는 중국 최대의 정치행사인 양회, 즉 ‘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등 굵직한 국내외 행사 때도 시도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단기적인 청천정책은 이 기간이 끝나면 오히려 전보다 더 나쁜 초미세먼지가 발생한다는 거다. 청천정책의 부작용을 베이징대학이 연구했다. 보통 닷새간 개최되는 연례 정치대회 기간 중 평균 대기질 지수는 연평균 오염도보다 4.8% 정도 낮았다. 그러나 대회 직후 닷새간의 대기질 지수는 연평균 오염도보다 오히려 8.2% 높았다는 것이다. 중국은 이렇게 대외적으로 선전하거나 보여주는 미세먼지 저감정책을 즐긴다. 그렇다고 장기적인 미세먼지 저감대책에 손을 놓지는 않는다. 공산주의 국가이기에 국민이 대놓고 불만을 터뜨리지는 않지만, 통치에 위험요소가 될 것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장기적인 저감정책이 제대로 시행되고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은 있다.

참고로 현재는 ‘청천’이라는 표현을 한·중 공동연구에 사용하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청천’은 중국의 미세먼지 발생원인 규명과 저감을 위해 2015년 6월 설립된 한·중 공동연구단의 프로젝트(2017.5.~2020.7.)다. 프로젝트명은 ‘중국 북부 지역 대기질 공동조사’다. 베이징을 비롯해 톈진·다롄·칭다오·창다오·바오딩 등 중국 북부지역의 주요 여섯 도시를 조사하고 있다.



[팁] 파란 하늘에 하얀 구름 본 적 없는 대륙의 어린이

차이징: 파란 하늘을 본 적 있어요?

왕휘칭: 푸른 끼가 있는 하늘은 한 번 본 적이 있어요.

차이징: 하얀 구름은 어때? 본 적 있어요?

왕휘칭: 아뇨, 없는데요.

CCTV 전 앵커가 고발한 중국 미세먼지 다큐멘터리 ‘언더 더 돔(Under the dome)’ 중에 나오는 대화다.

이 장면을 보면서 너무나 마음이 아팠다. 하얀 구름을 본 적이 없는 중국의 어린이들. 이들의 기억에 구름은 검은색과 진회색만 있을 것이다.

이 다큐멘터리는 CCTV 스타 앵커였던 차이징(柴靜)이 만든 104분짜리 스모그 고발 작품이다. 그가 이 작품을 만들어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그의 딸 때문이다.

딸은 암 종양을 지니고 태어나 출생 직후 큰 수술을 받았다. 그는 딸의 암 발생이 중국의 심각한 대기오염 때문이라고 믿고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

<반기성 케이웨더예보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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