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한국국방연구원

트럼프 행정부 인도-태평양 전략의 전개방향과 시사점

입력 2019. 01. 14   14:06
업데이트 2019. 01. 14   15:18
0 댓글

주간 국방논단 1740호(한국국방연구원 발행)





설인효
한국국방연구원 정책개발실
ihseol@kida.re.kr

  
‘인도-태평양 전략’은 오바마 행정부의 ‘아·태 재균형 전략’을 잇는 트럼프 행정부의 공식 지역 전략이자 미국의 對아시아 전략으로 진화해 나갈 전망이다. ‘인도-태평양’이란 지리적 개념은 인도양과 서태평양의 연결성을 강조하는 동시에 ‘동아시아 중심의 아시아에 부속된 인도’가 아니라 ‘인도를 핵심 또는 양 축 중 하나에 놓는 지리적 개념’이다. 인도-태평양 전략은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대아시아 지역 전략이자 중국의 ‘일대일로 전략’에 대한 대응이라 할 수 있다. 중국이 일대일로상의 국가들에 대한 인프라 투자를 통해 정치·군사적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시도를 미리 차단하려는 전략적 포석인 것이다. ‘일대일로’와 ‘인도-태평양 전략’ 간의 대결은 역사상 반복적으로 나타났던 강대국 간 패권경쟁 즉 ‘그레이트 게임(Great Game)’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음을 알린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스타일을 고려할 때 그의 첫 임기인 2020년까지 인도-태평양 전략이 구체적 모습을 갖출지 그리고 그것이 미국의 동맹전략과 한.미 동맹에 대해 어떤 함의를 갖게 될지 예단하기 어렵다. 전작권 전환과 한반도 평화체제 전환과정에서 한.미 동맹을 발전적으로 조정해 나가야 하는 한국은 인도-태평양 전략의 구체화 과정을 면밀히 관찰하고 우리의 국익 판단에 기초하여 미래 한.미 동맹의 발전 방향을 모색해 나가야 할 과제를 가지고 있다

2017년 1월 출범한 트럼프 행정부는 기존 미국 행정부의 대외정책과는 상당히 다른 대통령의 정책 방향으로 인해 대외정책의 수립과 집행에 있어서 높은 불확실성을 나타내왔다. 최고의 부동산 협상가 출신답게 국제관계에서도 ‘불확실성’을 강조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일정한 지역 전략 및 정책 기조를 제시하기보다 국가 간 양자관계 위주로 대외정책을 집행해 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미·중 경쟁 및 대중국 견제의 필요성에 대해 분명한 인식을 견지해 온 것으로 보이며, 그 연장선상에서 출범 후 첫 아시아 순방 과정 중 ‘인도-태평양 전략’을 공식적으로 제시했다. 남중국해를 둘러싼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미.중 간 경제관계는 무역마찰을 넘어 무역전쟁과 기술전쟁으로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인도-태평양 전략’은 오바마 행정부의 ‘아·태 재균형 전략’을 잇는 트럼프 행정부의 공식 지역 전략이자 미국의 대 아시아 전략으로 진화해 나갈 전망이다. 이에따라 이하에서는 ‘인도-태평양 전략’의 실체는 무엇이며 그 전략적 함의는 무엇인지를 규명하기 위하여 먼저 ‘인도-태평양’ 개념의 기원과 전개과정을 살펴보고, 이어서 트럼프 행정부 대외정책의 일반적 경향 속에서 인도-태평양 전략의 주요 특성을 분석해 보고자 한다. 이런 분석에 기초해 인도-태평양 전략의 전략적 함의 일반을 제시한 후 그 이면에서 진행되고 있는 미.중 군사경쟁을 조명함으로써 본 전략의 ‘군사전략적 맥락’을 제시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본문의 논의를 종합하면서 인도-태평양 전략이 한.미 동맹에 대해 갖는 함의는 무엇이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를 간략히 제시해 보기로 한다.



■ 개념의 기원 및 전개과정

‘인도-태평양’이라는 지리적 개념은 인도양과 서태평양의 연결성을 강조하는 동시에 ‘동아시아 중심의 아시아에 부속된 지역으로서의 인도’가 아니라, 지역 내에서 ‘인도를 핵심 또는 양 축 중 하나에 놓는 지리적 개념’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중국의 부상으로 초래된 미.중 간 패권 경쟁이 점차 지리적으로 광역화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하는 동시에 새롭게 부상하는 인도의 전략적 가치, 인도와 중국의 잠재적 협력과 갈등을 함축하고 있는 ‘지전략적 공간 개념’이라 할 수 있다. 이상과 같은 전략적 공간으로서 인도-태평양 개념을 처음 사용한 것은 인도의 쿠라나(Gurpreet S. Khurana) 박사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도-태평양 개념이 한층 주목받게 된 계기는 일본의 아베 수상이 2007년 인도 의회 연설에서 이 용어를 사용하면서부터이다. 이후 2010년경부터 공식 외교 석상에서 미국과 일본, 호주 외교관 및 군 지휘부 등이 이 개념을 활발히 사용하기 시작했으며, 아베 수상은 2012년 인도-태평양 지역 내 미국, 일본, 인도, 호주 4개국을 잇는 ‘민주.안보 다이아몬드 국가 간의 협력’을 구축할 필요성을 제시하기도 했다.

2013년 호주 국방백서는 정부 공식문서로는 최초로 ‘인도-태평양’ 개념을 사용했고, 이후 미, 일, 인, 호 국가들의 공식문서에서도 자주 사용되고 있다. 인도 모디(Narendra Modi) 총리는 2017년 미·인도 공동성명에서 인도-태평양 개념을 재 부각했으며, 2017년 말 발간된 트럼프 행정부의 .국가안보전략서.(National Security Strategy)와 2018년 초 .국가국방전략서.(National Defense Strategy)는 지역개념으로서 인도-태평양을 공식화하면서 미국 안보.국방 전략의 최대 관심지역으로 규정했다.
  
■ 트럼프 행정부하 인도-태평양 전략

트럼프 대통령은 기본적으로 경제 및 협상 전문가로서 국제관계에 대해 높은 수준의 이해와 전략 개념은 갖추고 있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대외관계를 국가들 사이의 ‘개별 거래의 합’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국제관계를 경제적 이익의 관점에서 평가한다. 이에 따라 동맹 및 자유무역협정을 그동안 미국이 시행해 온 실패한 협상의 대표적 사례로 인식하고 있으며, 그 결과 기존 미 행정부와는 상당히 다른 대외정책 방향과 기조를 추구해 오고 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 전문가로서 고도의 ‘전략적 마인드’는 갖추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국제관계에 대해 ‘현실주의(realism)’에 가까운 시각을 정립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그는 중국과의 패권적 경쟁을 깊이 인식하고 있으며 자신의 임기 동안 경제뿐 아니라 안보 및 군사영역에서도 중국을 완전히 압도할 수 있는 유리한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와 같은 정책 방향은 트럼프 대통령의 다른 대외정책 사안들과 달리 초당적 지지를 받고있어 향후 지속적이고 강력하게 추진될 전망이다.

출범 초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과 협력적 관계를 유지하고자 노력했던 트럼프 행정부는 2017년 말을 기점으로 중국 견제를 위한 정책의 강도를 계속 높이고 있다. 한동안 중단되었던 남중국해 자유항행작전(Freedom of Navigation Operation, FNO)이 재개되어 중국의 도발적 행동에 맞춰 계속 강화되고 있으며, 무역전쟁은 무역수지 개선을 넘어 중국의 첨단산업 성장 동력을 차단하고자 하는 ‘기술전쟁’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상술한 바와 같이 이러한 대중 견제 전략은 미 의회의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연이어 발간한 국가안보전략서와 국가국방전략서를 통해 미국 안보.국방의 최대 위협이 ‘수정주의 세력과의 장기적인 전략적 경쟁의 재출현’임을 규정하고, 중국이 군사력 현대화, 영향력 확대 작전, 약탈적 경제 정책 등을 통해 인도-태평양 지역의 패권을 추구하고 있음을 명확히 규정한데 이어, 미 의회는 회계연도 2019 국방수권법(National Defense Authorization Act, NDAA)을 통해 더욱 강화된 대중 견제전략을 수립하고 추진할 것을 행정부에 명하고 있다.

미 의회는 국방예산법에 해당하는 본 법안의 ‘인도-태평양 지역’ 관련 조항에서 중국에 대한 전정부적 대응전략을 수립할 것, 향후 5개년을 내다 본 ‘인도-태평양 안정 구상’을 수립할 것, 중국의 남중국해 지역에 대한 군사적.강압적 행동에 관한 보고서를 작성하고 이를 국민 일반에 공개할 것, 중국이 이웃 국가에 대해 정치적 영향을 미치려는 행동, 착취적 금융 대출 행태 등을 중국 군사 및 안보 관련 연례보고서에 수록할 것 등을 규정하고 있다. 이외에도 미 정부기관들이 중국 공산당 정보부서와 연계된 화웨이, ZTE 등이 생산한 기술을 사용하지 말 것, 중요한 안보 파트너로서 인도의 위상을 제고할 방안을 마련할 것, 중국을 림팩(RIMPAC) 훈련에 참가시키지 말 것, 대만과의 연합훈련, 무기판매, 고위급 군 간부 교류를 증진할 것, 공자연구소를 설립한 미 대학에 중국어 교육에 대한 국방부 자금 지원을 제한할 것 등까지 규정하면서 매우 포괄적이고 체계적으로 대중국 견제전략의 수립과 이행을 촉구하고 있다.
  
■ 국가 대전략으로서의 인도-태평양 전략

트럼프 행정부의 인도-태평양 전략은 오바마 행정부로부터 시작된 아.태 재균형 전략의 연속선상에서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기 위한 대아시아 지역 전략’, 혹은 중국이 2013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일대일로 전략’에 대한 대응 전략으로 볼 수 있다. 중국이 ‘21세기형 실크로드’를 표방하며 중동과 유럽, 아프리카를 잇는 거대 무역로를 건설하고 육로와 해로 상의 국가들에 대해 인프라 투자를 실시하는 것은, 경제 거래 활성화뿐만이 아니라 해당 국가들에 대한 정치.군사적 영향력을 확대하고자 하는 전략적 포석이기도 하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은, 중국이 증대된 정치.군사적 역량을 바탕으로 추구할지 모를 ‘공세적이고 배타적인 영향력 확대’를 이 지역 국가들과의 협력 확대를 통해 미리 차단 또는 억제하기 위한 또 다른 전략적 포석이다.

이와 같은 ‘일대일로’와 ‘인도-태평양 전략’ 간의 대결은 오래전부터 예고되었다. 역사적으로 강대국들 간의 패권 경쟁은 전 세계적 범위로 확대되는 경향을 띠어왔기 때문이다. 확장되는 상대의 세력에 대응해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지정학적 요충지를 선점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일대일로 전략을 염두에 둔 인도-태평양 전략의 등장은 21세기 형 ‘그레이트 게임(Great Game)’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음을 알린다.

지정학적 관점에서 미국의 대전략이란 유럽과 아시아 지역에서 또 다른 패권국이 출현하는 것을 저지하는 것이다. 아시아는 서로 경쟁하는 3개의 잠재적 강대국이 공존하는 지역으로, 미국은 이들 3개국, 즉 중국, 일본, 인도 중 적어도 1개국과는 반드시 협력적 관계를 유지해야 하고 패권 도전국 등장 시 나머지 한 나라와도 협력해야 한다. 일본과 확고한 동맹을 맺어 온 미국이 중국의 부상에 대항하여 인도에게 접근하는 것은 지정학적 관점에서는 자연스러운 사태의 귀결이다.

2018년 5월 미국은 ‘태평양 사령부(Pacific Command, PACOM)’의 명칭을 ‘인도-태평양 사령부(Indo-Pacom)’로 공식 변경했다. 흥미로운 점은 태평양 사령부가 관할하던 지역 내에 이미 인도가 포함되어 있었다는 것이다.14) 따라서 인도-태평양 사령부로의 개칭이 이 지역에 대한 추가적 전력 배치와 같은 조치를 반드시 필요로 하지는 않는다.15) 다만 지역 내 전력의 배치와 운영 방식, 전략적 중심의 이동 등은 분명히 발생할 것이 예상된다.

■ 군사전략적 차원에서의 인도-태평양 전략의 의미

중국은 현재 자국 경제의 생명줄인 석유와 원자재, 수출입 물품 이동의 상당 부분을 남중국해-인도양-중동-아프리카로 이어지는 해상 수송로에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해군력과 전력 투사능력이 제한되고 동맹을 맺지 않는 중국으로서는 이러한 해상 수송로를 보호하는 일이 결코 쉽지 않다. 결국 ‘해양 실크로드 전략(Maritime Silk Road, MSR)’은 육상 실크로드 경제 벨트를 보완하는 무역교통로인 동시에 태평양에서 인도양으로 이어지는 해역에서 지전략적 영향력을 강화하고자 하는 전략적 행보인 것이다.

중국은 항모 건설 등 해군력의 전력 투사능력을 강화하면서 해상 무역로상의 핵심 항만들에 대한 인프라 투자를 확대해 이들에 대한 정치.군사적 영향력 확대를 꾀하고 있다. 해당 지역에 해군 전력을 상시 배치시킬 수 없는 한, 현재의 무기체계로는 해상 무역로 어딘가에서 우발사태가 발생할 경우 군사적으로 매우 취약한 상태에 놓이게 되기 때문이다. 특히 아덴만, 말라카 해협 등에서 지상에서 발진하는 공군력과 잠수함 전력에 의해 공격을 받게 될 경우 향후 수 개의 항모전단을 운영한다 해도 전략적 취약성을 극복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2015년 중국의 소위 ‘반접근/지역거부(Anti-Access, Area-Denial, A2AD) 전략’에 대항하는 대중 군사전략으로서, ‘공해전(Air Sea Battle, ASB)’의 명칭을 공식 폐기하고 ‘국제공역에서의 접근 및 기동을 위한 합동개념(Joint Concept for Access and Maneuver in Global Commons, JAM-GC)’으로 개칭한 바 있다.16) JAM-GC는 2016년 완성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일반에 공개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공해전으로부터 JAM-GC로의 변화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군과 동맹국간 군사협력을 더욱 강조하게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중국의 반접근/지역거부 전략의 핵심은, 중국 연안 지역에 장거리 정밀 유도무기를 집중 배치함으로써 미국의 항모전단이 이 지역에 접근하는 것을 차단하고 기동을 방해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공해전’은 공군과 해군의 효율적 합동작전을 통해 분쟁 초기 중국 내륙의 지휘통제 시설(C4ISR)을 빠르게 타격함으로써 중국이 장거리 정밀 유도 전력 자체를 운용할 수 없도록 하는 일종의 ‘마비전’이었다. 공해전은 미 해.공군의 압도적 전력을 고려할 때 매우 효과적인 작전개념이었으나, 만일 분쟁 초기부터 중국 본토에 대한 타격을 실시할 경우 위기가 급격히 격상되고 자칫 핵전쟁으로 비화될 위험마저 있었다. 나아가 미국이 이러한 위험부담을 안고 있다는 점을 중국이 인식할 경우 중국에 대한 억제력이 약화될 우려가 있었다.

공해전의 이 같은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제시된 것이 JAM-GC이다. JAM-GC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공해전의 대안적 작전개념으로 제시된 대표적 사례로 ‘원해 봉쇄(Distant Blockade)’ 및 ‘연안 통제(Offshore Control)’를 들 수 있다.20) 원해 봉쇄란 말라카 해협과 같은 중국 무역로상의 주요 거점을 차단하여 중국이 무역거래를 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을 말하며, 연안 통제는 나아가 중국이 일체의 해상활동을 할 수 없도록 군사적으로 방해하는 것을 말한다. 군사력 투사 능력이 탁월한 미국이라 할지라도 이러한 군사작전의 원활한 수행을 위해서는 동맹 및 우호국과의 군사협력이 반드시 필요하며 특히 인도와의 협력은 결정적으로 중요한 요소로 부각된다.
   
■ 성공 가능성 및 향후 전개방향 전망

중국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개진해 왔다. 미국이 태평양 사령부의 명칭을 인도-태평양 사령부로 바꾼 다음 날 중국은 ‘패권에 깊이 빠져 추구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이 자신의 패권을 노린다고 여긴다’는 논평을 내놓은 바 있다. 중국은 인도-태평양 전략을 아.태 재균형 전략의 수정판이자 중국 견제 및 포위 전략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인도는 미국과 중국 양자 모두로부터 구애를 받고 있으며 아직까지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인도로서는 어느 한 편을 조기에 선택하기보다 최적화된 ‘이중 헤징 전략(dual hedging strategy)’을 구사하여 국익을 최대화하고자 할 가능성이 크다. 인도의 전략적 가치 부상은 미.소 냉전기에 인도가 보유했던 전략적 위상을 떠올리게 한다. 미국 내 전문가들조차 인도가 미국에 쉽게 협조할 것이라 판단한다면 섣부른 오산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인도-태평양 지역 국가들의 입장도 예측하기 어렵다. 중국의 공세적 대외정책과 착취적 일대일로 정책으로 인해 수세에 몰린 지역 국가들은 아.태 재균형 전략 이후 미국의 개입 강화를 환영해 왔다.

그러나 대부분의 국가들이 경제적으로 중국 시장에 의존해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미국이 충분한 경제적 유인을 제공하고 국가들 간의 연계를 강화하는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할 경우 효과적인 지역 협력은 기대하기 어렵다. 미국 내 전문가들조차 트럼프 대통령 자신이 환태평양경제협력파트너십(Trans Pacific Partnership, TPP)에서 탈퇴한 상황에서 인도-태평양 전략의 미래는 매우 불투명한 상황이라 평가하고 있다.

일관된 지역전략 수립보다 국가별 양자관계를 중시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스타일을 고려할 때 적어도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인 2020년까지 인도-태평양 전략이 구체적 모습을 갖출 것이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보다 높은 우선순위를 부여하고 있는 동맹 재편 및 자유무역협정 개정, 무역 수지 개선 등의 정책 사안들을 생각할 때 인도-태평양 지역 국가들의 전략적 협력을 이끌어 내기보다 정치.경제적 갈등을 고조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트럼프 행정부하 인도-태평양 전략은 ‘정치적 수사(修辭)’를 ‘실제 정책’으로 구현할 수 있을 것인가의 문제와 그야말로 드넓은 인도-태평양 공간 속에서 다양한 국가들을 하나로 묶어 낼 정치력과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가의 여부에 따라 그 운명이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 한미 동맹에 대한 함의 및 대응방향

향후 한국은 전작권 전환뿐 아니라 북한 비핵화 및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과정에서 한미 동맹을 발전적으로 조정해 나가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인도-태평양 전략이 미국의 동맹전략 및 한.미 동맹에 대해 가지는 함의는 무엇인가? 미래의 한.미 동맹이 결국 한.미 양국의 공동 이익을 증진하는 방향으로 발전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이는 매우 중요한 주제이다.

상술한 바 인도-태평양 전략의 개념과 내용이 여전히 모호하고 그 발전 방향도 정확히 가늠할 수 없는 상황에서 본 전략이 미국의 동맹전략 일반과 한.미 동맹에 미칠 영향을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몇 가지 경향성은 발견된다. 먼저 광역성이다. 중국을 견제하고자 하는 미국의 전략 개념은 지리적으로 확장되는 경향을 띄고 있다. 지리적 확장은 구성 요소들의 상대적 중요성이 하락될 수 있음을 암시한다. 즉 보다 큰 지역을 감당해야 하는 미국의 부담은 확대되는 반면 개별 동맹들의 가치는 상대적으로 저하될 수 있는 것이다.

인도-태평양 전략은 ‘해양’과 ‘인도’를 강조하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 기간 동안 추진된 ‘아·태 재균형 전략’은 남중국해 문제가 본격화되면서 전략의 중심이 전통적인 동북아 강조에서 동남아 강조로 옮겨간 것으로 평가되었다. 인도-태평양 전략은 태평양과 인도양의 연결을 강조하는 등 해양 공간을 강조하면서 인도를 새로운 키 플레이어로 부상시키고 있다.

인도-태평양 전략의 보조 개념 내지는 하부 전략으로 이해되는 미국, 일본, 인도, 호주 간 ‘4개국 협력 전략(the quad cooperation)’ 역시 미국의 동맹전략에 일정한 함의를 갖는다. 동맹의 역할 강화를 강조해 온 미국은 동맹국들 사이에서 중심 국가를 설정하고 이들을 구심점으로 한 동맹 간 협력을 강조해 왔다. ‘4개국 협력’은 이와 같은 중심 동맹국들 사이의 협력을 다시 강조하는 것으로 동맹국 사이의 위계 관계가 더욱 강화되고 전략적 중요성에 따른 차별화가 진행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의 전략적 가치를 상대적으로 높이 평가하지 않는다. 동맹 조정의 가능성을 앞둔 한국에게 이와 같은 미국발(發) 불확실성은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단기적으로는 미국 내외의 상황 변화 속에서 비핵화를 포함한 미국의 대북전략에 대한 동력이 저하되는 것을 차단해야 한다. 중단기적으로는 미.중 간 갈등고조 과정에서 군사적 충돌이 발생하고 미국으로부터 개입을 요청받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미리 대비해 두어야 할 것이다.

중장기적으로 중요한 것은 우리의 명확한 국익 판단과 한.미 동맹에 대한 비전의 수립이다. 트럼프 대통령 동맹전략의 불확실성과 미.중 경쟁의 지구적 확장으로 인해 한.미 동맹에 가해질 변화의 압력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전작권 전환을 통해 ‘대등한 동맹’을 지향해 나가는 것은 미국이 추구해 온 대외전략 방향을 고려할 때도 피할 수 없는 전략적 선택이 될 것이다. 미래에 맞이하게 될 다양한 상황하에서 한.미 양국이 서로 협력하며 양국의 국익을 창조적으로 결합해 나갈 수 있는 동맹 미래 비전의 창출이 시급히 요청된다.

한.미 양국은 지난 60여 년간의 연합작전 수행 경험을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상호 작전 운용성(interoperability)’을 달성, 보유하게 되었다. 한반도 평화체제가 수립되어 감에 따라 전 지구 차원으로 협력의 범위를 넓혀 ‘규칙과 규범에 입각한 세계질서 유지’에 함께 기여해 나간다면, 굳건한 동맹을 유지하는 동시에 신장된 한국의 국력에 걸맞은 전 지구적 위상을 수립하는 계기도 될 것이다.

역사가 입증하듯 ‘위기’는 언제나 ‘기회’와 함께 온다. 미래의 불확실성에 매몰될 것이 아니라 새로운 기회를 어떻게 활용해 나갈 것인가에 국민적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 본지에 실린 내용은 집필자의 개인적 의견이며, 본 연구원의 공식적 견해가 아님을 밝힙니다.

<무단전재 재배포 금지. 국방일보>


< 저작권자 ⓒ 국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댓글 0

오늘의 뉴스

Hot Photo News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