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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국방개혁 2.0, 과연 국방력 약화인가?

맹수열

입력 2019. 01. 13   11:06
업데이트 2019. 01. 13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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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국의 안보 상황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들이 여기저기에서 들려 오고 있다. 일부 논자들은 한국 안보가 균열과 붕괴의 조짐을 보인다는 극단적인 주장을 하고 있다.


국방개혁의 일환으로 추진하고 있는 병력감축과 군 복무기간의 단축에 대해서도 같은 맥락의 주장을 한다. 과연 병력감축과 군 복무기간 단축, 부대감축이 한국 안보 균열과 붕괴 조짐의 일환인가? 아니면 보다 강군으로 가기 위한 전초 작업 인가?

독일의 전쟁사 학자 한스 델뷰룩(Hans Delbruck)은 전쟁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학자이다. 그는 시대에 따라 그 시대를 이끈 전술체(Tactical Body)가 있었고, 이 전술체가 작전의 승리를 이끄는 요체라고 했다.


그리스의 호프라이트(Hoplite), 로마의 군단(Legion), 나폴레옹시대의 사단, 제2차 대전시 독일의 기갑사단 등 이 그 대표적 사례다.


사단구조는 오랫동안 최소 단위 독립전술체의 중심역할을 담당하였다. 그러나 사단 중심부대는 21세기로 들어오면서 또 하나의 전술체로 변신하고 있다. 여단전투팀(BCT)으로의 변화이다.


여단전투팀은 네트워크화되고, 보다 기동화되며, 모듈화(Module)된 형태를 이루고 있다. 모든 전투원은 과거 장군들만이 입었던 갑옷 형태의 워리어 플렛폼(Warrior Platform)을 갖춘다. 이런 구조는 많은 비용을 필요로 하고 현격히 높은 숙련도를 유지해야 하므로 병력을 감축하고 간부 중심의 군으로 강화된다.

미 육군의 경우 56만의 병력을 42만으로 축소하고 총 10개 사단을 30개 여단전투팀으로 완전히 전환했다. 이런 혁신과 변혁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주된 이유는 전장환경의 변화에 기인한 것임을 설명하고 있다. 정밀무기가 혁신적으로 발달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단과 같은 둔중한 전술체는 집결 시 적 정밀무기의 공격으로 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


또 부대를 네트워크로 연결해야 하는 지금은 작은 조직체가 훨씬 유용하다. 그리고 부대를 기계화 장비 또는 항공기로 신속하게 전개를 위해서는 여단 규모의 부대가 유리하며 도시지역에서의 작전이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에서 이런 규모의 부대가 훨씬 적응력을 가진다는 것이다.

미국의 변화와 혁신의 뒤를 이어 독일·프랑스·영국·러시아는 물론 중국까지도 병력을 감축하고 여단 중심의 구조로 과감한 전환했거나 전환 중이다. 시대가 요구하는 변화된 군의 모습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한국군의 경우 이번 국방개혁을 통해 이러한 주요국의 변화에 발을 맞춰 병력을 감축하고 간부 중심의 군을 형성해 보다 네트워크화된 군, 기동화된 군, 모듈화된 소규모 전술체를 형성하기 위한 기초단계를 밟고 있다. 사단을 여단 중심의 부대로 창출하기 위한 여건을 만들고 이를 운용하기 위해서는 단기간 복무하는 병 중심의 군을 운용하는 것보다 간부 중심의 군을 형성시켜 충분히 숙련된 군을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2차 세계대전 직전 독일은 새로운 전술체인 기갑사단을 창출했다. 그 시대의 가장 변화된 군의 모습이다. 1939년 9월 1일 독일이 폴란드를 침공했을 때 기갑사단을 저지하기 위해 폴란드군의 기병이 툭 튀어 나왔다. 변화된 군과 변화되지 못한 군의 적나라한 대조다.


주요국들은 시대의 요구에 발맞춰 이미 전투여단 중심으로의 군을 변화시켜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대한민국 국군이 이러한 시대 상황을 반영하여 새로운 군으로 변화시키지 못하면 폴란드의 기병대와 같은 모습이 될 것이다. 


박충제 21세기 군사연구소 연구위원
박충제 21세기 군사연구소 연구위원



맹수열 기자 < guns13@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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