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명

오늘의 전체기사

2019.01.19 (토)

HOME > 오피니언 > 병영칼럼

[김경 병영칼럼] 잘못되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기사입력 2019. 01. 10   14:23 최종수정 2019. 01. 10   14:50

김경 국방FM ‘건빵과 별사탕’ 작가

국방FM에서 방송을 제작하다 보면 종종 전역을 앞둔 군 장병들의 인트라넷 사연과 만나게 된다. 대개는 ‘제대를 앞두고 고민이 많습니다. 대학입시를 준비해야 할지, 오랫동안 꿈꿔온 가수의 꿈에 도전해야 할지, 취업을 준비해야 할지, 부사관의 길을 준비해야 할지 막막합니다’ 하는 사연들이다.

정신적으로, 체력적으로 강한 남자가 되어 돌아왔던 주변의 예비역 병장들도 사실 그 시기엔 다들 같은 고민을 했단다. 짧게는 18개월 길게는 22개월의 군 생활, 끝은 체념한 만큼 더 빠른 속도로 다가온다. 그렇게 다시 사회로 나가는 장병들의 두려움과 막막함을 우리는 최대한의 격려로 응원한다. 사실 내가 진행자라면 이렇게 말하고 싶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아무것도 잘못되는 일은 없어요.’

아무것도 잘못되는 일은 없다. 도전해야 할 때, 선택해야 할 때, 낯선 환경 앞에 마주 서야 할 때마다 되뇐다. 밑져야 본전이라는 속담처럼, 설령 일이 잘못되어도 손해 볼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믿는 것이다. 물론 좌절의 시간도 있었다. 실제로 아무것도 잘못되는 일은 없었지만, 뭘 해도 일이 풀리진 않을 땐 그냥 그 자체만으로 잘못된 인생이라 여긴 적이 더 많았다. 이를테면 당시엔 인생을 좌우한다고 믿었던 대학입시, 취업의 문턱에서 멈춰야 했을 때 그랬다. 그래 봐야 제자리인데, 마치 제자리에 멈춰있는 것이 큰 잘못, 큰일이라도 난 것처럼 자책하고 괴로워했다.

속도를 믿으면 되는데 말이다. 나만의 속도, 나만의 시계대로 살면 되는데 생각해보면 그땐 뭐가 그리 급했는지 모르겠다. 당시엔 몇 번의 실패와 좌절이 내 인생을 크게 뒤흔들 것 같지만, 지나고 보니 웃으면서 얘기할 수 있는, 대세에 지장 없는 에피소드일 뿐이었다. 우리가 시간을 따질 땐 표준시를 기준으로 시계를 보지만, 개인의 인생 시계까지 표준시에 의지하지 않았으면 한다.

‘엄마 친구 아들’보다 뒤처지고, 아는 후배, 동생의 동생보다 늦은 것 같아도 결국엔 다 비등비등해진다. 어차피 누구에게나 정체의 순간은 오니까. 급제동의 순간이 풀렸을 때 멈춘 만큼 더 나아가면 된다. 주변의 지나친 관심도 다 한때고, 남들과의 비교도 한때이니,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는 일에 시간을 낭비할 필요도 없다. 나만 나를 믿으면 된다.

꼭 목표를 가져야 한다는 부담에서도 벗어났으면 좋겠다. 목표 없이 사는 것을 잘못됐다고 여기는 게 더 큰 잘못 아닐까. 모든 순간을 다 열심히 살 필요는 없으니, 그렇지 않은 순간에 죄책감 갖지 말고 살아도 된다. 목표가 있다면 무언가가 되려고 하기보다는 오히려 되어가는 과정에서 행복을 찾았으면 한다. 목표에만 급급해 쫓기다 보면, 과정이 고통이다. 오히려 꿈은 이루고 난 뒤의 단맛보다 꾸고 있는 순간이 더 달콤한 법이니, 과정에 놓인 오늘의 당도를 즐겼으면 좋겠다. 느낄 수 있음에 감사하고, 느껴지는 모든 것에 감사하다 보면 언젠가 세상이 내 중심으로 돌아가는 날이 올 거다.

멈춰 있는 것 같아도 끊임없이 자전하는 우리니까, 아무것도 잘못되는 일은 없으니까 말이다.


< 저작권자 ⓒ 국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에 대한 의견 개 있습니다. 로그인 후에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