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고

[박명용 기고] 뒤돌아보면 또 다른 행복이 보인다

입력 2019. 01. 08   15:06
업데이트 2019. 01. 08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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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용 육군종합행정학교·군무사무관
박명용 육군종합행정학교·군무사무관

몇 해 전 가을, 아내와 함께 마이산을 찾았다. 노랑·빨강의 나뭇잎들이 뽐내는 색의 향연을 한껏 즐기며, 크고 작은 돌들로 볼거리를 자랑하는 탑사를 지나 오르막길을 올랐다. 한참을 오르다 뒤따라오는 아내를 보기 위해 무심코 뒤를 돌아보았다. 순간, 오르막길 아래 펼쳐진 탑사의 풍경은 한 장의 선명한 사진을 보는 듯했다. 다채로운 색의 단풍잎들 뒤로 펼쳐진 사찰의 모습과 돌탑의 조화로운 풍경에 탄성이 절로 나왔다. 그 풍경은 방금 지나쳐 온 탑사의 모습이 아니었다. 아마 그때 뒤를 돌아보지 않았더라면 영영 그 아름다운 광경을 보지 못했을 것이다.

이 경험을 통해 여행하면서 가끔은 지나온 길을 뒤돌아봐야 한다는 것과 내가 살아온 지난날을 뒤돌아보는 것만으로도 지나친 풍경과 삶의 순간에 느낄 수 없었던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작은 깨달음을 얻었다. 우리는 대부분 더 많은 풍경을 눈에 담아야 진정한 여행이라는 듯 새로움만 찾으려고 한다. 또한, 우리 삶의 행복도 미래에만 있다고 여기는 것 같다. 이 행복을 쟁취하려고 앞만 바라보며 지금의 순간을 살아간다.

그래서 지금의 순간을 즐길 여유도, 지난 과거를 뒤돌아볼 여유도 없다. 어쩌면 그래서 우리는 지금 이 순간이 행복하지 않다고 느끼는지도 모른다. 그러다 어느 순간 과거의 그때가 좋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여행길에서 내가 눈에 담은 풍경은 사실 전체의 한 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지나온 그곳을 뒤돌아본다는 것은 사실 내가 지나오면서 보지 못한 풍경을 보는 것이라는, 작지만 소중한 울림을 준다.

미래의 행복을 위해 분명 지금의 순간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것이 또한 지금을 행복하게 사는 방법이기도 하다. 그리고 과거에 꿈꿨던 미래의 어느 순간이었던 지금, 내가 이뤄놓은 행복을 누리고 만끽할 시간을 갖는 것도 값어치 있는 일이 아닐까?

새해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국가의 부름에 성실히 그리고 열심히 군 복무를 하는 우리 용사들이 지금까지 이뤄놓은 군 생활을 뒤돌아보며 각자의 발자취에서 행복을 찾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남은 군 생활과 더 멀리 여행해야 할 대한민국 국민의 일원으로 사는 삶이 더 행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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