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논단 1738호(한국국방연구원 발행)
권남연
한국국방연구원 국방자원연구센터
kny88@kida.re.kr
장지홍
한국국방연구원 국방자원연구센터
jihong@kida.re.kr
한국군은 1963년 한.미 합의에 따라 생고무, 원피 등의 군사원조 원료를 비축하기 시작한 이래 50여 년간 비축제도를 운영해왔다. 군 비축은 전쟁 초기 일시 대량획득이 곤란한 전투긴요품목을 재보급하기 위해 평시에 물자를 확보, 저장해두는 것을 의미한다. 그간 안보.작전.군수지원 등 내·외부 국방환경 변화에 따라 군 비축제도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국방부는
2018년 군수혁신 과제의 하나로 비축제도 발전을 선정하고 군수.기획.작전.동원을 망라한 비축제도 개선 TF를 구성하는 등 비축제도 발전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이에 본고는 전 세계적으로 비축물자, 이른바 사전배치 재고를 운영하고 있는 미군의 사례를 살펴보고, 우리 군의 비축제도 발전을 위한 시사점을 도출하였다. 우선, 비축이 군수 단독의 업무가 아니라 공동.공통의 업무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를 바탕으로 비축계획과 전시 관련계획들과의 유기적 연계를 위해 상위조직 차원의 회의체를 설치.운영해야 하며, 비축품목 확보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예산과 연계된 비축계획서를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비축물자·장비의 질적 상태 제고 및 관리방법 개선을 통해 비축품의 전투준비태세를 제고해야 한다. 미래전은 초기 대응속도가 중요한 국지전.신속기동전의 비중이 커질 것이므로, 우리 군도 중장기적으로 물량 중심에서 속도·효과 중심의 비축제도로 패러다임 전환을 검토해 나가야 할 것이다.
■ 서론
일반적으로 비축이란 전쟁, 질병, 재해 등 비상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각종 물자를 사전에 확보·저장하였다가 필요시 방출하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는 .비상대비자원관리법.에 근거하여 정부비축과 업체비축 등의 비축제도를 운영하고 있는데, 정부비축 물자의 대표적인 활용 사례로는 걸프전(’90년~’91년), 허리케인 카트리나(’05년), 리비아 사태(’11년)로 인한 원유 수급 위기 시에 비축유를 방출한 것을 들 수 있다.
정부비축의 일환인 국방 비축은 1963년 한.미 간 합의로 생고무, 원피 등의 군사원조 원료를 비축한 이래 약 50여 년간 지속되고 있다. 군 비축은 전쟁 초기 일시에 대량획득이 곤란한 전투긴요품목을 재보급하기 위하여 평시부터 물자를 확보, 저장해두는 것을 의미한다. 흔히 비축과 치장의 개념을 혼동하는 경우가 있는데, 치장은 전시에 부대가 완편(완전 구성)되었을 때 필요로 하는 장비 및 물자를 평시에 확보하여 이를 사용하지 않고 별도로 저장.관리하는 것을 뜻한다.
■ 한국군의 비축제도 운영 실태와 문제점
국방 비축제도 운영의 기본 방침은, 매년 전쟁 수행에 필요한 소요와 능력을 판단하고, 소요 대비 부족한 능력에 대해 비축계획을 수립하며, 이를 연차별로 확보해 나가는 것이다. 하지만 비축계획을 수립함에 있어 다른 전시 관련계획들과의 연계와 협조가 부족한 측면이 있다. 이는 비축을 군수분야 단독의 업무로 인식하여 작전, 전력, 동원 등 기타분야의 관심이 상대적으로 저조한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한편 우리 군은 현재 장비, 물자, 탄약 등 약 2,500여 품목을 비축품목으로 선정하고 있는데, 선정된 비축품목 중 일부는 실제 확보율이 매우 저조한 편이다. 고가 품목이나 국외 조달 품목일수록 이러한 경향이 큰데, 낮은 확보율의 원인은 무엇보다도 한정된 국방예산을 들 수 있다. 그 외에도, 상대적으로 전시보다 평시 운영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지휘관의 관심이나 비축품목을 획득하기 위한 예산 확보 여건이 조성되지 않은 것 등을 원인으로 추정할 수 있다
더불어 우리 군은 비축품에 대한 관리상의 어려움도 겪고 있다. 비축장비의 경우 주기적인 정비 시행에 제한이 있고, 보관장소 또한 부족하여 상당수의 비축장비가 야지 혹은 노후 창고에 보관되고 있다. 이는 예산 부족이나 군수인력 감축에 따른 인력 부족에 기인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상황이 이런 만큼 효율적으로 비축품을 관리하기 위한 대책이 강구되어야 한다.
■ 미군의 비축제도 운영과 특징
미군은 본토로부터 멀리 떨어진 작전 지역으로의 신속한 전개를 위해, 미군의 투입이 예상되는 지역과 그 인근에 장비와 물자를 사전배치하고 있다. 특히 전략적 기동력(mobility)의 3요소로 항공 수송, 해상수송과 함께 사전배치를 꼽을 정도로 비축물자의 사전배치 중요성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미군에게 걸프전(’90년~’91년)은 비축물자 사전배치의 필요성을 깨닫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걸프전 당시 미 해병대가 인도양과 태평양상의 사전배치선박(Maritime Pre-positioning Ships, MPS)을 통해 매우 신속하게 전개하는 위력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반면, 본토에서 전개를 시작한 미 육군은 이라크 군에 대항할 전력(전차 등의 장비)을 구비하는데 해병대 대비 1개월 이상이 더 소요되었다.
이후 미군은 상당량의 장비와 물자를 중동지역에 사전 비축한 후 이라크전을 개시함으로써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 그 결과 미군은 비축물자 사전배치에 대한 체계적인 절차 수립과 각 군 간의 일관성 있는 합동 계획 정립을 꾸준히 강조하고 있다.
미군의 비축물자 사전배치 개념과 근거 법령
미군의 ‘사전배치 재고’는 우리 군의 비축과 치장을 혼합한 성격의 장비 및 물자로, 작전지역이나 인근 지상 또는 해상 선박에 배치되는 등 다양한 형태로 운영된다. 현재 미군의 비축물자 사전배치는 미 국방부 훈령 DoDD 3110.07[Pre-Positioned War Reserve Materiel(PWRM) Strategic Policy]과 국방부 지침 DoDI 3110.06[War Reserve Materiel(WRM) Policy]을 근거로 한다. 지침상 비축물자를 의미하는 전쟁예비물자(WRM)는, 국방장관의 전력개발지침(Guidance to Develop the Force, GDF)과 합동군사전략능력기획서(Joint Strategic Capabilities Plan, JSCP)의 작전목표를 달성하고 유지하는데 충분한 임무 필수 부품(secondary item)과 주요 완성장비, 탄약으로 정의된다. 그리고 사전배치 전쟁예비물자(PWRM)는 작전 초기 전투사령부 소요에 적시 대응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위치시킨 장비 및 물자를 의미한다.
각 군의 비축 프로그램 개요
미군은 각 군마다 비축물자를 의미하는 표현이 전쟁예비물자(WRM), 사전배치 재고(Prepositioned stock) 등으로 다양하다.4) 하지만 각 군은 모두 상기 훈령과 지침을 근거로 각각의 비축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운영한다.
먼저 미 육군은 전투여단을 위한 장비, 지원물자, 기타 재고 등을 사전배치하는 APS(Army Prepositioned Stock)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미 육군의 APS 기지는 본토를 포함한 전 세계에 분포되어 있으며, APS-1은 미 본토, APS-2는 유럽 및 아프리카, APS-3은 해상 사전배치선박, APS-4는 태평양 및 동북아시아, APS-5는 서남아시아 지역에 위치해 있다. 왜관에 위치한 주한미군기지 캠프캐롤에도 미 육군의 비축물자가 배치되어 있으며, 이는 APS-4에 속한다.
한편 미 해군의 해상수송사령부는 육군 APS-3을 지원하는 선박을 포함하여 총 16척의 사전배치선박을 운영 중이며, 그를 통해 각 군 및 국방군수본부(Defense Logistics Agency, DLA)를 지원하고 있다. 16척 중 대다수는 미 해병대의 해상사전배치선박(MPS)으로, 장비와 탄약, 수리부속, 유류, 식량 등을 비축하고 있다. 미 해병대의 해상사전배치선박(MPS)은 인도양과 태평양에 주둔하는 2개 대대(Maritime Pre-positioning Ships Squadron, MPSRON)에 소속되어 있고, 각 대대는 1만 6천 명 규모의 병력으로 구성된 해병기동여단을 30일 동안 지원할 수 있는 장비와 보급품을 적재하고 있다. 또한 미 해병대는 노르웨이 기지에도 일부 물자와 장비를 비축하고 있다.
미 공군은 직접 임무지원을 위한 물자와 장비, 전략 항공기 등을 전 세계의 전방지원기지에 비축하는 WRM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오산과 군산에 위치한 주한미군기지에도 WRM을 비축 중이며 수원, 대구, 광주, 김해에 위치한 한국군과의 공동운영기지 COB(Co-located Operating Bases)에도 일부 WRM을 비축하고 있다.
유지하는데 충분한 임무 필수 부품(secondary item)과 주요 완성장비, 탄약으로 정의된다. 그리고 사전배치 전쟁예비물자(PWRM)는 작전 초기 전투사령부 소요에 적시 대응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위치시킨 장비 및 물자를 의미한다.
각 군의 비축 프로그램 개요
미군은 각 군마다 비축물자를 의미하는 표현이 전쟁예비물자(WRM), 사전배치 재고(Prepositioned stock) 등으로 다양하다. 하지만 각 군은 모두 상기 훈령과 지침을 근거로 각각의 비축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운영한다.
먼저 미 육군은 전투여단을 위한 장비, 지원물자, 기타 재고 등을 사전배치하는 APS(Army Prepositioned Stock)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미 육군의 APS 기지는 본토를 포함한 전 세계에 분포되어 있으며, APS-1은 미 본토, APS-2는 유럽 및 아프리카, APS-3은 해상 사전배치선박, APS-4는 태평양 및 동북아시아, APS-5는 서남아시아 지역에 위치해 있다. 왜관에 위치한 주한미군기지 캠프캐롤에도 미 육군의 비축물자가 배치되어 있으며, 이는 APS-4에 속한다.
한편 미 해군의 해상수송사령부는 육군 APS-3을 지원하는 선박을 포함하여 총 16척의 사전배치선박을 운영 중이며, 그를 통해 각 군 및 국방군수본부(Defense Logistics Agency, DLA)를 지원하고 있다. 16척 중 대다수는 미 해병대의 해상사전배치선박(MPS)으로, 장비와 탄약, 수리부속, 유류, 식량 등을 비축하고 있다. 미 해병대의 해상사전배치선박(MPS)은 인도양과 태평양에 주둔하는 2개대대(Maritime Pre-positioning Ships Squadron, MPSRON)에 소속되어 있고, 각 대대는 1만 6천 명 규모의 병력으로 구성된 해병기동여단을 30일 동안 지원할 수 있는 장비와 보급품을 적재하고 있다. 또한 미 해병대는 노르웨이 기지에도 일부 물자와 장비를 비축하고 있다.
미 공군은 직접 임무지원을 위한 물자와 장비, 전략 항공기 등을 전 세계의 전방지원기지에 비축하는 WRM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오산과 군산에 위치한 주한미군기지에도 WRM을 비축 중이며 수원, 대구, 광주, 김해에 위치한 한국군과의 공동운영기지 COB(Co-located Operating Bases)에도 일부 WRM을 비축하고 있다.
비축 관련 회의체 운영
미군은 비축과 관련하여 차관 및 합참의장 주재의 회의체를 운영한다. 획득기술 군수차관(Under Secretary of Defense Acquisition, Technology & Logistics)과 합참의장이 임명하는 GPMCWG(Global Pre-positioned Materiel Capabilities Working Group)가 그것이다. GPMCWG는 군수, 기획, 작전, 동원 분야의 인원, 즉 인력/준비태세 차관실(Under Secretary of Defense Personnel & Readiness), 비용분석평가국장실(Director, Cost Assessment and Program Evaluation, DCAPE), 각 군(Military Services), 국방군수본부(DLA), (필요 시) 전투사령부(Combatant Command)의 관계자들로 구성된다. 이들은 비축물자와 관련된 합동 쟁점을 해결하는데 중점을 두며, 더불어 비축물자의 소요 결정이나 입지 선정 등 비축 관련 중요 안건들에 대해서도 검토를 수행한다(<표 1> 참고).
그중 각 군성 및 국방군수본부에서 제출한 위험평가 결과에 대한 검토는 국방부 지침 DoDI3110.06[War Reserve Materiel(WRM) Policy]에 의한 것으로, 이는 WRM 구성에 변경이 있을 경우, 각 군성 및 국방군수본부가 반드시 수행해서 제출해야 하는 위험평가의 결과를 검토하는 것이다.
위험평가는 WRM 구성 변경에 따른 운영상의 영향, 전략적 영향, 완화 계획, 협조 소요 등을 판단하는 것이므로(<표 2> 참고), 군수뿐 아니라 기획, 작전, 동원 관계자가 포함된 GPMCWG의 검토를 공식적으로 의무화한 것이다.
비축 물자 및 장비에 관한 연례 보고
미국은 10 U.S.C. § 2229a(Annual report on prepositioned materiel and equipment)에 따라, 국방부 장관이 사전배치 재고의 상태에 관해 연례적으로 의회에 보고해야 한다. 보고서에 포함되어야 하는 12가지 항목 중 주요 항목은, 사전배치 재고의 목표 대비 확보 수준(level of fill), 사전배치 재고 부족분의 완전 복원을 위한 자금추정치 및 장관의 계획, 사전배치 재고 부족으로 인해 지장을 받는 작전 목록 및 그에 대한 위험 완화조치, 시한성 물자 관리전략 등이 있다. 이들 항목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지 못할 경우 미 회계감사원(Government Accountability Office, GAO)으로부터 소명, 시정 요구를 받게 되며, 그 예로 FY 2012에 새로 소요가 제기된 사전배치물자에 대한 구체적인 자금 조달계획이 기술되지 않아 감사원의 지적을 받은 바 있다. 그 외 보고서에 포함되는 내용은 <표 3>과 같다. 각 항목에서 볼 수 있듯, 미군의 사전배치 재고 연례보고는 기획-계획-예산-운영을 총망라하는 종합적 검토를 통해 사전배치 재고의 실효성을 제고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비축 물자의 전투준비태세 제고 노력
앞서 기술한 바와 같이, 미군은 걸프전과 이라크전 당시 사전배치물자의 신속한 지원을 통해 전쟁 초기 지속지원능력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으로 판단하고, 현재도 지속적으로 사전배치물자의 전투준비태세를 제고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미 육군은 육군전략지침과 연계한 APS 전략을 근거로 APS를 배치하고 유지하는데, 현재 활용 중인 APS 2025 전략의 최종 목표는 전개부대의 도착 시점에 APS를 전투준비(ready-to-fight) 형상으로 갖추는 것이다. 즉, 미 육군은 APS의 전투준비태세 제고를 APS 2025 전략의 최종 목표로 삼고 있다.
미 육군은 APS의 전투준비태세 제고, 이른바 더 많이 작전 가능한(more operationalized) APS 프로그램으로의 전환을 위해 현대화(modernization) 활동과 불출속도 향상에 노력하고 있다. 현대화 활동은 사전배치된 APS 장비의 최신화뿐만 아니라 기반시설의 개선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장비에 대한 현대화 활동은 주기적인 점검, 정비 수행 및 비축지역 특성에 맞는 성능개량 등을 의미하고, 시설 현대화는 저장시설 내 온.습도 관리시스템 구축, 저장시설 신축 등을 통해 비축물자의 저장환경을 개선하는 노력을 포함한다.
또한 미 육군은 APS의 불출속도 향상을 위해 장비를 고도로 가용한 상태로 유지하고, 이미 구성이 완료된(pre-configured) 세트로 관리한다. 과거에는 전개부대가 사격, 이동, 통신장비 등의 핵심 지원 장비를 확보하여 전구에 수송하고, 불출 직전 APS 장비에 장착함으로써 불출에 많은 시간과 자원이 소요되었으나, 현재는 APS를 기 구성세트로 관리함으로써 불출에 소요되는 시간을 상당히 단축하였다. 이외에도 미 육군은 APS의 불출속도 향상을 위해 온도에 민감한 품목이나 혼합적재가 불가능한 위험물 등 분리 보관된 APS를 신속하게 세트로 구성하는 훈련도 실시 중이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2017년 2월 쿠웨이트에 위치한 APS-5에서 26대의 차량을 전시편성(activate)하고 불출하는데 과거 2~3주가 걸리던 것을 단 3일 만에 처리하였으며, 2018년 Operation Spartan Shield 훈련에 활용된 APS 장비의 전투준비태세는 90% 수준으로 평가되었다.
■ 한국군 적용 시사점
비록 미군은 우리 군과 안보.작전환경 등에 차이가 있지만 걸프전과 이라크전 등의 전쟁을 수행하며 실질적인 비축 관련 교훈을 얻은 나라이므로, 미군의 사례를 분석하고 우리 군 실정에 맞는 비축 관련 시사점을 도출하는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 미군 사례를 통해 우리 군의 비축제도 발전방향에 관련된 시사점을 도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비축에 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비축은 군수분야 단독의 업무로 인식되어 비축 소요 판단, 계획 수립 등 제반 비축관련 업무에 기타 분야의 관심이 부족한 경향이 있다. 하지만 비축계획은 전시조달계획, 자원동원운영계획 등 다른 전시계획에 긴밀히 연관되어 있으며 군수, 기획, 전력, 작전, 동원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함으로써 그 실효성이 극대화될 수 있다.
따라서 뒤에 이어지는 시사점들을 실천하기 이전에, 비축이 비단 군수분야만의 업무가 아니라 군수, 기획, 전력, 작전, 동원 등이 공동으로 노력해야 할 공통의 업무라는 인식이 선행적으로 정착되어야 한다.
둘째, 비축계획과 전시 관련계획들과의 유기적 연계를 위한 상위조직 차원의 회의체가 필요하다.
비축소요는 작전소요에 의해 결정되고 비축계획은 전시조달계획, 자원동원운영계획 등과 연계하여 수립되어야 한다. 미군은 비축의 이러한 유기적 특성과 의사결정 사안의 중요성 등을 고려하여 획득 기술 군수 차관과 합참의장이 의장이 되어 군수, 기획, 작전, 동원 등 각 분야의 인원으로 구성된 회의체(GPMCWG)를 운영한다. 현재 우리 군도 비축관련 회의를 위해 필요시 국방부 본부 차원의 정책실무회의를 개최할 수 있으나, 구성원이나 심의.의결사항의 범위가 제한된다.
비축 관련 정책실무회의는 군수관리관 주재 회의로서 과장급 위원들로 구성되나 구성범위가 구체화되지 않아 군수 외 기타 부서의 참석이 제한되고, 그 결과 실무회의상의 심의·의결사항과 기타 전시 관련계획들과의 연계성이 부족하다. 또한 정책실무회의의 심의.의결사항이 비축품목의 비축목표 결정, 비축계획서, 관련 훈령 및 지시 등으로 군수분야에 치중해 있다. 반면, GPMCWG는 비축물자와 관련하여 예산 측면의 권고사항 제시, 군수분야의 제한사항에 대한 완화조치까지 검토하는 등 군수, 기획, 작전, 동원을 아우르는 전 방위적인 검토를 수행한다. 우리 군도 미군의 GPMCWG의 구성과 역할 등을 참고하여 군수, 기획, 전력, 작전, 동원을 아우르는 상위조직 차원의 협의체를 마련하고 비축계획 관련 중요 안건을 검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는 비축계획과 전시 관련계획들과의 유기적 연계에 도움이 될 것이다.
셋째, 비축품목 확보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예산과 연계된 비축계획서를 마련해야 한다. 미군은 의회 연례보고를 통해 사전배치 재고의 확보 수준, 부족분 확보를 위한 예산 조달계획, 확보 실행계획, 군간 통합계획 등 비축목표 달성을 위한 장관의 결심사항을 구체적으로 보고한다. 현재 우리 군도 .전시군수지원소요 및 능력판단 훈령.에 따라 매년 부족한 비축품을 확보하기 위한 5년간의 비축계획서를 작성하고 있으나, 비축계획서상에 계획된 비축품목을 연차별로 획득하기 위한 예산은 거의 확보되지 않는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비축계획서와 예산을 연계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어야 한다. 현재 비축 계획서와 중기계획서는 작성 순기에 차이가 있다. 순기상 매년 중기계획이 확정되고 난 후 비축계획이 확정되기 때문이다. 또한 비축계획서 작성에 기획.전력 분야 인원이 참여하지 않아 군수에서 비축계획을 확정하여도 비축품목 확보의 근거가 되는 JSOP이나 중기계획에 예산이 반영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비축계획서의 대상 기간 및 작성 시기를 조정하고, 무기체계의 비축계획에 전력분야가 참여하도록 하는 등 비축계획에 대한 관심도 제고를 통해 비축계획을 중기계획에 반영하여야 한다.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비축계획의 실제 예산 반영 여부, 계획서 대비 실제 실행 여부를 검증하는 사후 업무절차가 마련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비축계획서의 실효성을 확보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넷째, 비축 물자.장비의 질적 상태를 제고하고, 관리방법을 개선하여 전투준비태세를 강화해야 한다. 최근 미군은 ‘전투가 준비된, 더 많이 작전 가능한 비축제도’를 지향하고 있다. 이를 위해 비축품의 성능개량, 관리환경 개선 등 비축품의 상태 제고 노력과 동시에 비축품의 불출속도 향상을 위한 노력, 즉 구성이 완료된 상태로 비축품을 보관하거나 신속한 불출을 위한 훈련을 수행하고 있다. 우리 군도 전시 초기 적기지원을 목적으로 하는 비축품을 그 목적에 맞게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비축품의 전투준비태세 제고에 가일층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를 위해 우선적으로 비축품의 관리방법을 정비해야 한다. 예산 및 군수인력이 부족한 상황 속에서도 비축 물자.장비의 질적 상태를 제고시키기 위해서는 연 1회 실시하는 비축품목 관리실태 점검에 대한 상위조직 차원의 관심과 통제가 필요하다. 또한 관리방법 발전, 보관시설 개선 등을 통해 비축 물자.장비를 신속하게 불출하는 데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 맺음말
미군 사례의 가장 큰 특징은 비축 관련 안건 검토에 군수, 기획, 작전, 동원 등이 유기적으로 참여한다는 것이다. 또한 미군은 성능개량, 관리환경 개선 등 사전배치 재고의 질적 관리에서 더 나아가 사전배치 재고의 불출속도 향상에까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 군 역시 유기적으로 구성된 상위조직 차원의 협의체를 구성하여 운영하고, 매년 계획 대비 실행 여부를 검증하는 절차를 의무화함으로써 실효적인 비축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아울러 비축품의 질적 상태 제고 및 관리방법 개선을 통해 전투준비태세를 제고해야 할 것이다.
미래전은 과거의 전면전.재래전.물량전과 달리 초기 대응속도가 중요한 국지전.신속기동전의 비중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우리 군도 중장기적으로 물량 중심에서 속도.효과 중심의 비축 제도로 패러다임 전환을 검토해 나가야 할 것이다.
<무단전재 재배포 금지. 국방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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