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심층분석 세계 안보정세

벽으로 여겨진 ‘1%’ 깨고 방위비 증액 박차

최승희

입력 2018. 12. 14   15:27
업데이트 2018. 12. 16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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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분석 세계 안보정세<43>


일본, 방위비 ‘GDP 1% 이내’ 포기 공식화

 

일본이 방위예산을 국내총생산(GDP)의 1% 이내로 제한한다는 원칙을 스스로 포기하는 방침을 공식화하고 있다. 그동안 평화 헌법과 함께 준수된 ‘GDP 1% 원칙’이 폐지되면서, 일본의 방위비는 앞으로 대폭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정부는 방위비 산정 방식과 관련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의 산정 기준을 도입할 것이라고 일본 언론들이 지난달 말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은 “일본 방위비는 GDP 1% 수준의 추이를 보여 왔지만, 그렇다고 해서 ‘GDP 1% 원칙’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달 14일 사이타마현의 육상자위대 아사카 훈련장에서 열린 자위대 사열식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달 14일 사이타마현의 육상자위대 아사카 훈련장에서 열린 자위대 사열식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은 그동안 방위비 규모를 축소하려는 속셈으로 유엔 평화유지활동 분담금, 군인 연금 등을 합산하지 않았다.

일본이 갑자기 이들 항목을 합산하는 나토의 예를 들고 나온 것은 우선 ‘GDP 1% 원칙’ 포기를 최종적으로 공식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나토 방식으로 산정하면, 현재 일본의 방위비는 GDP 1.15%에 해당된다. 일본은 ‘GDP 1% 원칙’이 이미 사문화된 상태라면서, 이 원칙의 폐지를 기정사실로 여기고 있다.

일본은 다음 수순으로 방위비의 대폭적 증액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벌써 일본 정부는 방위비를 2023년까지 GDP 대비 1.3%로 증액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일본 신문들은 잇따라 보도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일본의 방위비는 대략 5조 엔(약 50조 원)대에서 7조 엔(약 70조 원) 규모로 늘어나며, 5년 동안 40% 증가하게 된다.

GDP 1% 원칙은 아베 신조 일본 정권에 방위비의 연속적인 인상의 ‘벽’으로 인식됐다. 일본의 방위비는 2013년 이후 계속 증가해오고 있으며, 특히 2014년 이후부터는 매년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일본의 방위비는 GDP 대비 0.92~0.98%를 차지하고 있다. 일본 방위성은 2019년도 방위비로 5조2986억 엔을 요구한 상태다. 2019년도 방위비 요구액은 2018년도에 비해 1075억 엔 증액됐으며, 이는 약 2% 증가된 규모다.

일본의 방위비 증액은 새로운 차원의 전력 증강을 예고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2018년 초 국회 시정연설에서 전력 증강에서 기존 방식과는 다른 방향으로 나가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유엔 평화유지활동 분담금·군인 연금 합산 ‘나토 방식’ 들고 나와
이 방식으로 산정 땐 현재 방위비는 이미 ‘GDP의 1.15%’에 해당
日 정부, 2023년까지 1.3% 목표… 우주공간 등 새 전력 증강 예고


예컨대 육해공이라는 기존 전장에 더해서 사이버 및 우주공간을 포괄하는 새로운 영역에서의 방위태세를 갖춰 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 일본은 그동안 방위역량의 질적 신장에 중점을 두는 경향을 보였지만 이제는 양적 증가도 동시에 달성하려는 접근 방식을 보이고 있다. 기존의 전수방위와는 차원이 다른 방위역량의 강화가 예고돼 있다.

집권 자민당도 여기에 적극적이다. 지난 5월 자민당 안전보장조사회(이하 조사회)는 나토 국가의 국방비가 GDP 대비 2% 지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을 거론하며, ‘GDP 1% 원칙’을 재검토하도록 요청했다. 조사회는 그 이유로 아베 총리의 발언대로 사이버·우주·전자 등을 포함하는 ‘다차원 영역’에서 자위대 임무의 증가를 들고 있다.

또 최신 장비를 도입하고 첨단 기술을 적극적으로 획득해 새로운 위협에 대응하는 방위체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조사회는 아베 정부에 북한이나 중국의 군사적 위협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오키나와 제도에서 방위태세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방위비를 확보한 후 최신 장비를 도입할 것을 제언했다. 또한 전시와 평시의 중간 상태인 ‘그레이존 사태’가 점차 늘어날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비하는 방위력 건설이 우선적으로 추진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GDP 1% 원칙은 미키 다케오 총리 시절인 1976년에 일본 각의에서 결정된 사항이다. 이 원칙은 그동안 대체로 지켜져 왔다. 1987년도부터 3년간 1% 범위를 돌파했으며, 2010년도에 GDP 1%를 넘은 적이 있을 뿐이다. 이러한 제약에도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발표한 세계 군사비 순위(2017년도 기준)를 보면 일본은 미국·중국·사우디아라비아·러시아·인도·프랑스·영국에 이어 8위 수준이다.

일본 정부는 지난 1년간 방위비에 관한 원칙의 변경을 공론화해 왔다. 스가 관방장관도 최근 “(방위비와 관련해) 필요한 장비를 구입하는 국내요인과, 안보환경 등을 고려하는 대외요인을 함께 반영할 필요가 있다”며 원칙 변경을 적극 변호하고 있다. 아베 정권은 ‘GDP 1% 원칙’의 철폐와 방위비 확충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조 은 일

정치학 박사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  

최승희 기자 < lgiant61@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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