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해를 보러 나가고 싶었다. 오후 4시가 지나면 재빨리 해가 기운다. 며칠 해를 못 보고 일할 때가 참 힘들다. 문득 힘든 삶을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까. 힘든 삶의 많은 부분을 돈이 해결해준다는 얘기를 무시하는 좋은 방법이 있다. 나 같은 사람들은 영혼이랄까, 정신의 가치를 최고로 여기니 속 편할 때가 많다. 힘들지 않으려고 힘든 삶을 산다. 참으로 없으면 없는 대로 심플하다. 힘들면 쉬었다가 다시 일어나 과감하게 나간다. 록밴드 ‘퀸’의 프레디 머큐리처럼.
그는 무척 과감한 사람이다. 퀸을 소재로 한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가 세대를 아우르며 크게 흥행하고 있다. 그 비결은 무엇일까. 우선 프레디의 천부적인 목소리와 과감한 열정, 그리고 시한부 선고를 받은 뒤에도 의연했던 삶의 태도 때문이 아닐까 싶다. 여러 이유 외에 필자 나름의 추억을 통해 생각해봤다.
나는 서른 초반에 퀸의 실황중계 비디오를 보고 반해서 음반을 구매했다. “바로 이거야. 내가 원했던 음악이!” 이렇게 경이에 차서 외쳐본 것도 재니스 조플린 이후로 오랜만이었다. 록의 저항정신이나 그 어떤 뜨거움은 인간이 추구하는 기본 정신인데, 그 뜨거움이 폭발적이었다. 퀸은 레코드 제작 때 최고의 녹음방식과 철저한 연습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이 남다른 선수 정신과 불가사의할 정도로 압도해 오는 아름다운 목소리…. 프레디 머큐리의 음색은 맑은 강물 위에 비 내리듯이 물방울이 푸른 잎새에 굴러가듯 한다. 머릿속의 스트레스도 서서히 날아가 버린다. 고음으로 치솟을 때는 타오르는 횃불처럼 내 가슴도 이글이글 타오른다. 일회성 인생에 대해, 사라져 가는 청춘에 대해 미칠 것 같은, 미치지 않으면 제대로 산 건 같지 않을 기분. 화산의 마그마가 흘러내리는 뜨거움! 나에게, 그리고 팬들에게 퀸은 힘겨운 삶에 열렬히 부딪쳐 보려는 아름다운 광기와 열기를 던졌다.
그리고 20년 지나 깨닫는 건 퀸이 우리 인생을 축제로 만들었다는 것. 시도, 세상의 모든 지식도 축제로 만들지만, 음악이 일구는 삶의 축제는 경이로울 정도다. 뜨거운 박수와 환호성만큼 위대한 애정과 칭찬도 없으리라. 전설이 된 가수가 현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살아갈 큰 힘이 된다.
요즘은 그 어느 때보다 인정이 더 고픈 시절이다. 최근 어느 신문기자의 내 첫 시집 리뷰 기사가 있었다. 1990년대 페미니스트들의 영웅이란 버거운 큰 카피 글과 함께 “24년 전에 출간된 시집이 오늘날 젊은 세대에게까지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면 그건 단연 신현림의 시집일 것이다.” 눈이 발개지도록 가슴 벅차고, 고마웠다. 내가 출판사를 낸 큰 이유도 묻혀서 가슴 아팠던 이 시집과 절판된 책들을 내고 싶어서였다. 젊은 날엔 누가 나를 챙겨줄 거란 막연한 기대감이 있었다. 하지만 나이 들수록 나를 구할 자는 나밖에 없더라. 몸과 영혼, 지식을 스스로 가꾸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곧 새해의 시작이 온다. 프레디를 닮은 과감한 열정으로 사람들과 힘내어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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