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백과 화력 화포 로켓

KH179 155mm 곡사포

입력 2018. 12. 07   08:46
업데이트 2019. 02. 04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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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km 사거리에 CH-47 헬기 공수 및 C-130 수송기 적재 가능


육군73사단 현역 및 예비역 장병들이 2018년 3월 쌍용훈련 중 KH-179 견인포 실사격을 하고 있다. 국방일보DB
육군73사단 현역 및 예비역 장병들이 2018년 3월 쌍용훈련 중 KH-179 견인포 실사격을 하고 있다. 국방일보DB

국산 무기체계가 대부분 그러하듯, 국산 화포가 등장한 것은 국방과학연구소(ADD)를 창설한 후였다. 1971년부터 추진된 ‘번개사업’에 의해 개발한 60㎜ 박격포(M19), 81㎜ 박격포(M29)가 시초를 이루며 4.2인치 박격포 ·105㎜ 견인곡사포가 그 뒤를 잇는다.


물론 견본 장비를 획득한 후 이를 역설계하거나 장비의 기술자료(TDP)를 미국으로부터 도입, 한국화해 방산업체가 생산하는 전형적인 모방 개발 방식에 의한 것이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국과연은 이때 미국 무기체계의 도면을 소화해 설계 ·제작할 수 있는 연구인력 ·기술력 ·개발 경험, 그리고 ‘독자적으로 무기체계를 개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쌓을 수 있었다. 


1970년대에 우리 군은 북한에 비해 현저히 열세에 놓여 있던 포병 능력을 보강하고자 사거리 20~30㎞ 급의 화포를 갈망하고 있었다. 이를 위해 육군과 국방과학연구소는 독일의 155㎜ 곡사포 도면을 도입해 업그레이드하자는 의견 등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었다. 


육군은 1978년 3월 미국 M114A1 155㎜ 곡사포의 성능개선하는 사업을 제기해왔다. 이는 그해 12월 한·미 공동 개발을 전제로 한 개발 과제로 확정됐지만 1979년 6월 미국의 제안을 접수, 검토한 국방과학연구소 등 국내 기술진은 이 공동 개발안을 거부했다.


당시 240만 달러라는 기술료가 지나치게 많았고 개발에 따른 전반적인 책임을 회피하고 있었다는 점이 지적됐다. 무엇보다 미국은 시제 제작과 시험평가를 미국 내에서 해야 한다는 요구를 해왔는데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었다. 훗날 지적소유권에 대한 분쟁도 우려되었기 때문이다. 


육군의 155mm 곡사포를 획득하고자 하는 사업은 그 방향이 완전히 바뀌었다. 개발기간 연장과 함께 국내 독자 개발로 그 수행 방법이 변경됐다. 


이것이 155㎜ KH179가 태어나게 된 배경이다. 물론 독자 개발에 따른 어려움이 없을 수 없다. 당시의 사실을 말하자면, 국내 기술 수준은 이제 막 화포의 설계 개념을 이해한 정도였다. 


한번도 독자적으로 화포를 설계·제작해 본 경험이 없었다는 것이 부담이었다. 특히 사격시 발생하는 각종 압력과 가속도 등 설계 변수를 어떻게 결정하고, 제작 후에는 어떤 시험평가 방법을 통해 성능·신뢰성을 입증하느냐가 문제였다. 


그럼에도 국내 개발이라는 어려운 난제에 도전하였고, 그 의지는 화포의 이름에 담겨 있다. KH178에서 살펴보았듯, KH179에서 K는 ‘Korean’, H는 ‘Howitzer’, 1은 최초, 79은 개발 시작 연도를 각각 뜻한다. 


즉 ‘1978년에 독자 개발에 착수한 대한민국 최초의 155㎜ 곡사포’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데 이것은 미국의 공동개발 제의를 거부하고 독자적인 기술개발에 반드시 성공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한 것이다. 


KH179는 개발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으나 1982년에 개발을 완료되었다. 1984년부터 육군의 야전포병에 작전배치가 본격화되면서 M114 자리를 대체하기 시작했다. 


KH179는 미국의 M114 곡사포의 포신 길이를 두 배 가까이 긴 38구경장 포신으로 교체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M114의 포신 길이는 3.62m지만 KH179는 7.08m(전장 10.3m)에 달한다. 


일반적으로 동일 구경에서는 포신 길이가 길수록 정확도가 높아지고 사거리가 늘어난다. 실제로 M114의 경우 일반 탄을 사용할 경우 사거리가 14.6㎞ 수준이지만 KH179는 20~22㎞에 달한다. KH179에서 사거리 연장탄(RAP)을 사용할 경우 30㎞에 달하는 사거리에 도달할 수 있다.  


또 포신의 길이가 길어졌음에도 경량화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총중량 6855㎏선을 유지, CH-47 헬기로 공수가 가능하고 C-130 수송기에 적재도 할 수 있다. 


이처럼 KH-179는 사거리 등 성능 면에서 영국·독일·이탈리아의 FH70, 스웨덴의 FH77 등 사거리 30㎞의 155㎜ 곡사포와 동등한 수준이었을 뿐 아니라 당시 미국의 신형 견인포인 M198에도 뒤지지 않는 고성능 곡사포로 평가받았다. 전력화 시기는 이들 선진국보다 다소 늦지만 견인포와 관련한 기술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것이다.  


야전 작전배치 후 성능시비도 없지 않았다. 


1984 봄, 발사시험 중 포구 쪽의 제퇴기가 세 번 연속으로 부분 파손된 적이 있는데 이 일이 "KH179의 포신이 깨졌다"로 확대돼 삽시간에 번져나갔고, 급기야 당시 윤성민 국방부장관에게도 보고됐다. 여기에 KH179에 대한 미국측의 견제까지 곁들여졌다. 


미8군 지휘부 측에도 KH179의 성능을 의심할 만한 증거가 있다고 거든 것이다. 더욱이 그들은 KH179가 헬기에 의한 공중수송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주장과 함께 자신들의 주력화포인 M198의 기술을 도용해 제작했다며 우리 군에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포신 파손’으로 번진 문제는 사실 대단한 것이 아니라 단지 포탄과 포신 사이에 인터페이스 상의 문제로서 기술적으로 간단히 해결되는 사항이었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심각성을 더해갔다. 마침내 상급기관으로부터 KH179의 안정성과 운용성 등을 증명하라는 특명이 떨어졌다. 


이에 따라 KH179 6문으로 포탄을 무려 230발 이상이나 쏘는 가혹 시험이 진행됐다. CH-47 시누크기 12대가 병력 및 탄약을 실은 가운데 KH179를 6문씩 매달아 작전지역으로 수송하는 공중기동 테스트도 수행했다. 


이같은 검증은 KH179와 국방과학연구소의 연구개발 능력에 대한 야전포병의 신뢰를 높이는 계기가 되어 훗날 K9 자주포 개발에 있어서도 포병의 전폭적인 지지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 


■ 제원 


총 중량 : 6,855kg 

전장 : 10.3m 

포신 길이 : 7.08m 

사거리 : HB 22km RAP 30km 

발사속도 : 최대 4발 지속 2발 


■ 참고 기사 


국방일보 기획 ‘Old & New’ 2008년 10월 22일자  

국방일보 기획 ‘무기의 일생’ 2005년 1월 29일자 

국방일보 기획 ‘철모에서 미사일까지’ - K9자주포, 200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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