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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현 문화산책] 기억은 겨울을 써 내려간다

입력 2018. 12. 06   15:01
업데이트 2018. 12. 06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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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성 현 
한양대 음대 교수
고 성 현 한양대 음대 교수

붉은 단풍이 너무 이쁘고 아름다워 한참이나 그 밑에 서성거렸던 시간만큼, 겨울비 내린 뒤 길바닥에 나뒹구는 낙엽을 밟는 이 시간도 참 좋다.

성악가의 삶을 살면서 매년 느끼는 건, 이제는 작년 다르고 올해 다르다는 것이다. 12월엔 유독 아름다운 모습이 많다. 올해도 이렇게 가는구나~!

환절기 아침저녁으로 꼭꼭 싸매고 다니며 ‘감기야, 멀리 가거라!’ 하며 컨디션 조절하던, 세상 걱정 다 짊어지고 오직 내일 있을 무대에 대한 염려 그리고 긴장의 연속이었던 2018년이 12월에 접어들었다.

한 해를 보내며, 여기저기서 지난 시간을 돌아보고 밝은 새해를 맞이하자 한다. 그리고 더욱 더 건강하자 한다. 특히 건강 돌볼 틈 없이 달려온 우리나라 아버지들, 어머니들에게 노래하는 성악가로서 “정말 수고 많으셨다”고 꼭 말씀드리고 싶다. 나아가 나는 이분들께 박수를 대신해 노래를 보내드리고 싶고, 그렇게 할 생각이다.



‘수많은 날은 가고 없어도

내 맘에 강물 끝없이 흐르네~’



어제는 ‘기억은 겨울을 써 내려 간다’라는 제목의 노래를 부르면서 “그렇구나! 기억의 소중함도 이때가 되면 아름답구나!”라는 생각에 잠시 연습이 없는 오늘 하루의 감사함을 내일의 무대에선 꼭 전해 보려 한다.

겨울이 되면 오페라는 푸치니 작곡의 ‘라 보엠(La Bohem)’이 참 잘 어울린다. 이 곡은 젊은이들의 사랑 이야기다. 무대 속에 눈도 내리고 마치 겨울연가처럼 그 차가운 겨울은 두 연인을 죽음으로 갈라놓는다

여기에 나오는 테너의 아리아 ‘그대의 찬 손(Che gelida manina)’은 오페라 아리아 중 가장 아름답다. 최고다. ‘그대의 찬 손을 제가 녹여 드릴게요~.’

잠시 그림을 그려보자. 서울 명동성당 근처 이른 저녁 두 연인이 저녁 7시쯤 만날 약속을 하고 그들은 기쁨 또한 바쁘다. 6시50분쯤 하늘에선 눈이 내리기 시작하고 음반가게에선 크리스마스 캐럴이, 그리고 구세군 종소리가 울린다.

주인공 남자는 먼저 와 연기가 피어오르는 군고구마 장수 손수레 굴뚝 옆에서 한 봉투 살까? 말까? 망설인다. 저녁 먹고 살까? 지금 사서 저녁 먹기 전 그대의 찬 손 녹여주며 먹을까? 흰 눈이 내리는 밤 사랑하는 그대를 기다리는 설렘도 아름답다.

그렇다. 세상 사는 거 마음먹기 달렸고, 보기에 달렸다.

아름다운 12월 기억이 있어 좋고, 곧 다가올 새로움이 함께여서 좋은 이때! 그대의 찬 손을 녹여주는 너와 나는 준비되었으니 꼭 따스함을 나누는 우리가 되길 소망한다.

그동안 사랑으로 한 자 한 자 함께 해주신 우리 국군장병과 가족 여러분, 국방일보 독자분들 감사합니다. 더욱 더 행복하시고, 건강하세요. 한라에서 백두까지, 맑고 밝은 태양이 비치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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