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영화로 본 전쟁사

핵전쟁을 막아라

입력 2018. 12. 04   16:51
업데이트 2018. 12. 04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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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D-13(Thirteen Days), 2000 감독: 로저 도널드슨 출연: 케빈 코스트너, 브루스 그린우드, 스티븐 컬프


1962년 쿠바 핵탄두미사일 위기 배경
미-소 간 벌어진 13일간의 막후교섭

백악관 신중파와 강경파 군 장성
로버트 케네디와 소련대사 간 협상
미·소 대사의 유엔 외교 설전 등
미사일 철수 이면사 사실적 재현


소련이 핵탄두 미사일기지를 쿠바에 건설하는 영화의 한 장면. 사진=필자 제공
소련이 핵탄두 미사일기지를 쿠바에 건설하는 영화의 한 장면. 사진=필자 제공
극 중 존 F 케네디 대통령역으로 나온 브루스 그린우드(왼쪽). 사진=필자 제공
극 중 존 F 케네디 대통령역으로 나온 브루스 그린우드(왼쪽). 사진=필자 제공
케네디 정부 각료와 장성들이 소련의 쿠바 미사일 설치에 대응하기 위해 회의하고 있다. 사진=필자 제공
케네디 정부 각료와 장성들이 소련의 쿠바 미사일 설치에 대응하기 위해 회의하고 있다. 사진=필자 제공

1962년 10월, 쿠바 미사일 위기

(Cuban missile crisis)는

미국과 소련을 양축으로 한

냉전체제를 상징하는

사건이었다. 1962년 10월

중순부터 11월 초까지

소련의 쿠바 핵탄두미사일 설치를

둘러싸고 미국과 소련이 대치해

핵전쟁 일보 직전까지 갔던

국제적 위기였다.

미국 케네디 정부는

1962년 10월 14일 소련이

쿠바에 중거리탄도미사일

발사대를 건설 중인 것을

확인했다. 미국은 선제공격 대신

쿠바에 해상봉쇄 조치를 했다.

미국은 소련 흐루쇼프 서기장에게

유엔의 감시하에 미사일 철거를

요구했다. 소련은 26일 미국이

쿠바를 침공하지 않는다는 것을

약속한다면 미사일을

철수하겠다는 뜻과 터키 내의

미국 미사일기지의 상호 철수를

제안했다. 미국은 터키 미사일기지

철수를 언론에 공개하지 않는

조건으로 받아들였다.

소련은 쿠바에서 미사일을

철수했다. 이로써 11월 2일

쿠바 미사일 위기는 사라졌다.


‘해상봉쇄’ 조치 취한 백악관

#영화 ‘D-13’은 쿠바 미사일 위기 사태를 배경으로 미·소 양 대국 간에 벌이는 13일간의 급박했던 군사 외교전을 그리고 있다. 영화는 3차 세계대전이 일어날 수도 있는 위기 상황에서 미국 케네디 대통령과 소련 흐루쇼프 서기장의 밀고 당기는 막후교섭을 사실감 있게 보여주면서 긴장감을 준다. 케네디 대통령 형제, 백악관 참모, 정부 각료와 군 장성 간의 갈등 등 공개되지 않았던 백악관의 비화도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실제 쿠바 미사일 위기 상황을 거의 그대로 재현하고 있는 영화는 1962년 10월 쿠바 상공을 정찰하던 미 공군 카메라가 소련의 미사일기지 건설현장을 포착하면서 시작한다. 이 소련제 핵탄두가 발사될 경우, 미 전역의 파괴는 물론 3차 세계대전도 피할 수 없는 상황. 백악관은 비상사태에 돌입하고, 존 F 케네디 대통령(브루스 그린우드)과 법무장관이자 동생인 로버트 F 케네디(스티븐 컬프), 특별보좌관 케네스 오도널(케빈 코스트너)과 국방장관 로버트 맥나마라 등 정부 고위층과 군 장성들은 비상대책위원회(ExComm)를 구성한다. 커티스 르메이 공군참모총장을 비롯한 군 장성들은 선제공습을 주장하지만, 케네디 형제를 중심으로 한 각료들은 자칫 핵전쟁이 될까 우려해 ‘해상봉쇄’ 조치를 취한다. 이런 가운데 미사일을 실은 소련 선박들과 잠수함이 쿠바로 향한다.


양국 간 양보·타협으로 극적 해결

#영화는 미·소 간의 밀고 당기는 막후 협상과 미국 정부 내 강경파와 신중파의 대립이 핵심내용인데, 당시 핵전쟁만큼은 막으려는 백악관의 고민을 잘 표현하고 있다. 케네디 대통령은 동생 로버트, 맥나마라 국방장관 등과 함께 안으로는 강경파와 조율하며 밖으로는 소련과 숨 가쁜 탐색전과 외교전을 펼친다. 케네디 대통령으로 대변되는 신중파와 선제타격을 주장하는 강경파 르메이 장군 간의 격론, 유엔 회의 석상에서 벌어지는 미·소 양국 대사의 외교 설전(舌戰), 동생 로버트 케네디와 소련대사 간의 막판 비밀협상 등 쿠바 위기 사태의 이면사를 재현해 사실감을 높여준다.

영화 말미, 동생 로버트 케네디와 소련대사 간 협상이 클라이맥스다. 소련 국가보안위원회(KGB) 출신 스파이가 중재한 비밀협상마저 실패한 케네디 대통령은 동생 로버트에게 말한다. “소련대사를 만나라. 내일까지 답을 달라고 해라. 모레는 전쟁이다.” 주미 소련대사관으로 간 동생은 소련대사에게 말한다. “쿠바기지 건설을 중단하고 유엔 감시하에 철수한다면 쿠바를 공격하지 않겠다.” 이에 소련대사는 “터키 기지만 철수했어도 우린 그 안을 받아들였을 것이다.” 그러자 다시 로버트는 “이런 위급한 상황에선 받아들일 수 없다. 미국의 신념이다”라며 선을 긋고는 절충안으로 “터키 미사일은 노후해 언제가 철수할 것이었다. 6개월 이내 철수하겠다. 단, 언론 공개는 안 된다. 공개되면 모든 걸 없던 거로 하겠다”고 말한다. 결국, 소련은 미사일 철수를 발표한다. 케네디 대통령은 각료들과 자축하는 자리에서 “하지만 너무 자만하지 마라. 소련 역시 우리만큼 승리한 것이니까”라고 말한다. 미·소 양국 간의 양보와 타협으로 3차 세계대전을 막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영화 ‘노 웨이 아웃’ ‘칵테일’ 등을 연출한 감독 로저 도널드슨은 쿠바 위기 사태의 다큐멘터리 등을 고증하고 U-2 정찰기, 폭격기, 소련 핵잠수함을 재현해 영화의 리얼리티를 거의 완벽하게 살렸으며, 실제 케네디 형제를 닮은 브루스 그린우드, 스티븐 컬프의 연기도 사실감을 높였다.


군사력에서 미국에 밀렸던 소련

#소련이 쿠바 미사일을 철거한 진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미국보다 더 평화를 추구해서였을까. 아닐 것이다. 군사력에서 밀렸기 때문이다. 당시 미국이 보유한 핵전력은 미 본토에만 탄도탄 170여 기에 B-52 전략폭격기가 555대였고, 전략 핵탄두만 총 1830기였다. 반면에 소련은 66기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갖고 있을 뿐이었다. 군사력 비교 자체가 무의미한 수준이었다. 평화는 힘에서 비롯된다는 교훈이다.

<김병재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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