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화식으로 풀어보는 경제교실

노동으로 돈 모아 불린 후 재화가 변동하는 ‘시변’ 활용하라

입력 2018. 12. 03   17:03
업데이트 2018. 12. 03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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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사마천의 화식 3단계 이론


노자는 가까운 이웃 나라와 왕래하지 말고, 권력이나 금력을 가진 사람들과 비교하지 않고 오직 자기의 소유로 입고 먹으며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에 충실하는 것이 행복에 이르는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경쟁이 치열한 현대인들은 욕심을 비우고 낮아지면 비로소 진정한 행복과 참다운 삶에 이를 수 있다는 선문답과 상통하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나 더 맛있고 더 아름답고 더 많이 갖고 더 높은 자리에 오르려는 인간의 본성은 죽어서 관의 뚜껑이 닫힐 때까지 계속된다. 특히 생로병사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재화를 향한 인간의 본능적 욕구는 어떤 고상한 이론이나 정책으로 순화하거나 억누를 수 없기 때문에 가난한 사람들에게 네가 가진 것에 만족하고 남들과 비교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은 받아들여지기 어렵다.

사마천은 빈곤을 숙명처럼 여기고 살아가는 백성들에게 빈곤은 팔자가 아니라 누구나 벗을 수 있는 가벼운 현상에 불과하다며 떨치고 일어날 것을 주문했다. 맹자와 같은 유학자들은 빈천한 백성을 보살피는 것은 왕의 임무라고 강조했지만, 사마천은 나라의 보살핌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재화를 모아서 부자가 될 수 있는 능동적이고 적극적이며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했는데, 가진 것이 없다면 일단 노동으로 조금씩 돈을 모은 다음에 지혜를 써서 불리고 시변(時變)을 활용하면 큰 부자가 될 수 있다는 화식(貨殖)의 3단계 이론이다.

사회가 가지고 있는 재화의 총량은 불변하지만 더 가지려는 인간의 본능적 욕구와 천재지변을 비롯한 불가측적인 기타 요소가 결합돼 개인이 소유하고 있는 재화가 변동하는 시변(時變)으로 나타난다. 시변은 일정한 주기로 발생하기 때문에 시변에 주목하면 언제 재화를 불릴 수 있을지 그 시기를 스스로 판단할 수 있다. 필자의 연구 결과 빈곤에 처한 사람들에게 부자가 될 수 있다는 희망과 구체적 실천방법까지 제시한 선지자는 사마천이 유일했으며, 그의 화식경제사상(貨殖經濟思想)은 사기(史記) 130권의 129번째인 화식전(貨殖傳)에 기록돼 있다.

명목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목전에 두고 수치상으로는 부자 나라인 대한민국이 안으로는 빈부 갈등으로 골병이 들어가는 분열상을 보면서 다시 한 번 화식경제사상의 3단계 이론에 주목하게 된다.

갈등이 첨예한 분배는 정치적 수단을 통해 점진적으로 해결해 나가겠지만, 재화를 가지지 못한 사람들 스스로 가난을 극복하려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필자가 칼럼을 쓰고 있는 시간에 공중파 방송에 3주간 아파트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는 자막이 떴다. 필자는 가슴이 철렁했다. 1514조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가계부채의 대부분이 주택가격이 수직상승했던 불과 몇 달 전까지 더 오를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에 부풀어 대출을 받은 매수자들의 부채가 종합된 집계이기 때문이다.

주택가격이 폭락한다면 어떻게 될까? 십여 년 전에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하우스푸어의 문제가 다시 불거지게 되지 않을까?

사마천의 화식경제사상은 시변의 순리대로 재화를 불린 후 시변의 지혜에 무지해 빈곤한 사람들을 위해 사용하는 인간존중과 사회적 형평성을 추구하는 위대한 사상이라고 할 수 있다.  <권영득 행정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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