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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혐연권 우위’ 판결…흡연권도 기본권으로 보장

맹수열 기사입력 2018. 11. 26   16:00 최종수정 2019. 01. 14   15:41

● 국가인권위원회 결정례로 알아보는 장병 인권 이야기 ⑤흡연권과 혐연권의 충돌

흡연권 : 헌법 제17조 사생활 자유에 의해 보장된 권리

 
“기본권 충돌은 두 기본권의 주체가 자신의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 국가에 기본권을 주장하는 것을 말한다.”

 
혐연권 : 비흡연자가 공유 생활 공간서의 흡연 규제를 호소하는 권리
“두 기본권 상충 시 기본권 모두를 조화롭게 충족시킬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삽화=김신철 작가



같은 공간에 흡연자와 비흡연자가 있습니다. 흡연자는 담배를 피우려고 합니다. 비흡연자는 피우지 말라고 합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먼 옛날이었다면 머리를 쓸 일이 전혀 없습니다. 주먹이든, 권력이든 그들이 가진 힘의 세기에 따라 결정될 일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불행 중 다행으로 우리는 법이 지배하는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법치주의 세계에서는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할까요? 우선 흡연권과 일명 혐연권(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공유 생활공간에서의 흡연 규제를 호소하는 권리)이 법적으로 보장되는 권리인지 살펴보아야 합니다.

혐연권이 권리인 것은 쉽게 이해가 되는데 과연 흡연권이 권리일까요? 흡연자들이 자유롭게 흡연할 권리인 흡연권은 헌법 제10조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실현하고 행복을 추구하기 위하여 누구나 자유로이 의사를 결정하고 그에 기하여 자율적인 생활을 형성할 수 있는 일반적 행동자유권’과 흡연을 하는 행위 자체가 사생활의 영역에 포함되므로 헌법 제17조 사생활의 자유에 의해 보장됩니다. 즉 흡연권은 우리 헌법상 보장되는 권리입니다.

그러면 흡연권과 혐연권 두 개의 권리가 충돌하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조정을 해야 할까요? 권리의 우열을 정할까요? 그래서 모두의 건강을 위해 혐연권이 흡연권보다 우선하는 것일까요? 그러니까 흡연권이 양보해야 할까요? 매번 그렇게 양보만 한다면 과연 흡연권을 권리라고 할 수 있을까요?

요즘같이 건강에 관심이 많은 사회에서는 흡연자들은 따가운 눈총을 받기 일쑤입니다. 흡연과 관련해 국가인권위원회에 들어오는 진정의 대부분도 흡연권을 보장해 달라는 것입니다. ‘나의 권리는 다른 사람의 권리가 시작되는 곳에서 멈춘다’라는 법원(法源)이 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혐연권을 흡연권보다 상위의 기본권으로 인정하면서도 이러한 흡연권도 혐연권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는 인정돼야 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인권위는 2012년 3월 각급부대 지휘관들이 금연부대 운영을 강제적으로 시행하지 않도록 하며 장병들에 대한 강제 금연 조치를 해제하고 흡연을 이유로 부당하게 징계 처분한 대상자들에 대해 원상회복 등의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국군○○병원은 일률적으로 모든 환자에게 금연을 지시하고 지시를 불이행할 경우 징계한 후 성과상여금을 삭감했습니다. 금연 지시를 어긴 입원환자에 대한 징계 조치는 2016년부터 2017년 10월까지 2500여 건에 달했습니다. 국군□□병원은 금연 수칙을 어긴 환자를 퇴원조치까지 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더 나아가 입원 시 소지한 담배는 금연과 병원 내 화재 위험성을 이유로 원무과에 제출하도록 했습니다.
 
치료에 필요한 절대적인 안정과 건강한 환경을 위해 병원은 전체를 금연구역으로 정해야 하지 않을까요? 최소한 병원만큼은 담배 연기 없는 청정지역으로 운용해야 하지 않을까요? 관련 법령을 살펴보겠습니다. 국민건강증진법 제9조 제4항 제8호는 ‘의료기관은 시설의 전체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하여야 하되, 필요 시 흡연실 설치가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동법 동조 제7항은 ‘지정된 금연 구역에서 흡연해서는 아니 되며, 이를 위반할 경우 동법 제34조 제3항에 따라 1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얼핏 보면 국민건강증진법은 의료기관 전체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해야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 법의 취지는 공중이 이용하는 시설에서 흡연으로 인해 타인의 혐연권과 건강권이 침해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흡연 장소를 분리하고자 하는 것이지 흡연권 일체를 부인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따라서 흡연자는 금연 장소를 벗어나 지정된 흡연 장소에서는 흡연을 할 수 있습니다.

국군병원은 의료법에 의한 시설에 해당하므로 병원 전체가 금연구역이지만 한정적으로 흡연자를 위한 흡연실을 설치할 수 있습니다. 물론 군 보건의료에 관한 법률상 군의관의 판단에 따라 금연을 처방받은 환자는 제외됩니다. 하지만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라 지정된 흡연 장소에서 흡연을 하는 것까지 제한하고 지시불이행으로 징계하는 것은 과잉금지 원칙에 위반됩니다. 개인이 자유롭게 구매해 소지할 수 있는 물품인 담배의 소지를 금지하는 것도 사생활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습니다.

환자 상태를 구분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금연을 지시하고, 지정된 흡연 장소에서 흡연하는 환자까지 징계를 요구하는 것은 흡연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조치입니다. 인권위의 권고 결정 이후 모든 국군병원에서 별도의 흡연지역을 지정했고, 환자들은 흡연권을 보장받게 됐습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재미있게도 비흡연자인 군인의 진정이 접수됩니다. 흡연 환자들의 환자복에 묻은 담배 냄새로 인한 간접흡연으로 건강권이 침해 받고 있다는 것이죠.

이에 대해 인권위는 이는 흡연권 보장을 위해 이루어지는 혐연권 및 건강권에 대한 필요 최소한의 제한이므로, 의료 인력의 혐연권이나 건강권이 침해에까지 이른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그 이유는 ①군병원에 대해 실외 흡연 장소 외 금연정책은 지속적으로 시행하되 실외의 지정된 장소에서만 흡연장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고 ②흡연장은 병원마다 1곳으로 병원 본관으로부터 최소 30m 이상씩 이격돼 설치되어 있으며 ③흡연자들이 흡연 후 양치를 하고 실내 입장 시 옷 털기 등을 하도록 개인위생에 대한 지속적인 계도와 안내를 하고 있고 ④입원 환자를 대상으로 금연사업을 적극적으로 시행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장병의 흡연권은 혐연권보다는 하위이지만 기본권으로 보장되는 권리입니다. 두 개의 기본권이 충돌하는 경우 기본권최대보장 원칙, 이익형량 등을 통해 상충하는 기본권 모두를 조화롭게 충족시킬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합니다. 국가인권위원회 상담전화 1331.

이 지 훈 
육군소령·군법무관 (국가인권위원회 군인권조사과 파견)

맹수열 기자 < guns13@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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