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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승진, 양구 땅에 피는 꽃은

장승진

입력 2018. 11. 25   14:08
업데이트 2019. 06. 02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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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구 DMZ자생식물원에서 바라본 펀치볼.
양구 DMZ자생식물원에서 바라본 펀치볼.


   양구 땅에 피는 꽃은 


                                        장승진 


 산 첩첩 물 첩첩 

 양구 땅에 피는 꽃은 피보다 더 붉어 

 산비탈엔 사시사철 꽃새가 우네 

 일천구백오십일년 유월부터 십이월말까지 

 도솔산, 대우산, 백석산, 가칠봉 

 피의 능선에서 단장의 능선에서 

 펀치볼 분지에서 이름 모를 고지에서 

 죽거나 실종된 군인들만 이만팔천삼백여 명

 참혹했던 전투의 함성과 아우성이 

 넘쳐흐르던 피의 강이 

 지금도 바람 속에 흙 속에 묻혀 

 사정없이 꽃대를 밀어 올리네 


 지옥같던 포성 속 어머니 어머니 

 My Heart Break, Heart Breaks! 

 간절한 절규도 전설이 되고 

 아군도 적군도, 유엔의 깃발 아래 바다를 건너온 

 푸른 눈의 군인들도 하늘에 올라 

 비로 바름으로 때론 폭설로 

 그 날의 치열함을 전할 뿐이네 


 수호신들의 땅 

 풀 한 포기, 꽃 한 송이 예사로 보진 말 게 

 그리고 잊지 말 게 

 오늘의 자유엔 피가 묻어 있음을 

 평화의 미소 뒤엔 숭고한 희생의 눈물이 있었음을  

 신화가 태어난 땅 양구를 지날 때 

 피보다 더 붉은 꽃을 보거든 

 영혼이 피었다 생각하게나 

 바쁜 걸음 멈추고 잠시 

 고개 숙여 경의를 표해주게나



장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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