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구 땅에 피는 꽃은
장승진
산 첩첩 물 첩첩
양구 땅에 피는 꽃은 피보다 더 붉어
산비탈엔 사시사철 꽃새가 우네
일천구백오십일년 유월부터 십이월말까지
도솔산, 대우산, 백석산, 가칠봉
피의 능선에서 단장의 능선에서
펀치볼 분지에서 이름 모를 고지에서
죽거나 실종된 군인들만 이만팔천삼백여 명
참혹했던 전투의 함성과 아우성이
넘쳐흐르던 피의 강이
지금도 바람 속에 흙 속에 묻혀
사정없이 꽃대를 밀어 올리네
지옥같던 포성 속 어머니 어머니
My Heart Break, Heart Breaks!
간절한 절규도 전설이 되고
아군도 적군도, 유엔의 깃발 아래 바다를 건너온
푸른 눈의 군인들도 하늘에 올라
비로 바름으로 때론 폭설로
그 날의 치열함을 전할 뿐이네
수호신들의 땅
풀 한 포기, 꽃 한 송이 예사로 보진 말 게
그리고 잊지 말 게
오늘의 자유엔 피가 묻어 있음을
평화의 미소 뒤엔 숭고한 희생의 눈물이 있었음을
신화가 태어난 땅 양구를 지날 때
피보다 더 붉은 꽃을 보거든
영혼이 피었다 생각하게나
바쁜 걸음 멈추고 잠시
고개 숙여 경의를 표해주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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