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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기, 휴전선

김정기

입력 2018. 11. 17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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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 전 선 


               김 정 기 


     Ⅰ 돌 


고구려의 모래알이 

찬비에 자랐는가 

 東明王 발아래 채이던 

 한민족의 숨소리 

 헤여진 돌의 발소리 


 돌 안에 참된 빛 

 긴 永劫 흐르고 

 들어내지 않는 아름다움과 

 激動의 뭉게구름 피어난다 


 강기슭 30년 바람결에 

 깎긴 모서리 움켜쥐고 

 연병장의 흙과 앉아 

 흐느끼는 돌 하나 

 휴전선의 돌 하나. 


      Ⅱ 땅굴 들꽃 


 굴에는 뱀의 혀가 달려 있다 

 더욱더 미움이 오게 3.5km 통로를 팠다. 

 坑道에 괴는 핏줄기 

 김유신 을지문덕 부릅뜬 눈에 서린 

 핏자욱 

 그 얼룩진 핏줄기가 들꽃으로 피는가. 


 굴의 어둠 퍼올리는 

 鐵의 三角地 

 향 짙은 들꽃의 바다 

 꽃집 꽃은 숨죽은 造花다 

 휴전선의 들꽃은 

 깊은 생명을 숨쉰다. 


 敵 兵士의 

 떨어지고 빛 바랜 무명 장갑에 

 들꽃이 일제히 피어 덮친다 

 명주실 같은 

 햇살이 내려와 어루만진다. 


      Ⅲ 갈대 


 여기는 휴전선 

 돌 하나 나무 한 그루도 

 소리 없이 헤매다 울부짖다 멈춘다. 

 여기는 

 목쉰 砲聲도 致富도 過去도 없다 

 어둠 속에서 울리는 나팔 소리와 

 눈길에 박힌 군화 자국이 있을 뿐이다. 


 휴전선에 서 있는 벗은 갈대여! 

 그대 짐 속에서 빠져나간 

 仙女의 날개옷과 

 양팔에 안긴 아가들의 눈빛을 보았는가. 

 밤마다 별무리에서 떨어지는 

 아내의 기도소리를 듣는가. 

 우리가 언제나 빈손이듯이 

 장 속에 감춘 시샘의 보석반지 버리리라 

 사방에 던진 욕망의 그물들 거두리라 

 한 그루 갈대에 거름 되려고 

 그대 행군 물통에 물이 되려고.... 


 이땅 우리가 사랑하는 

 영하 20도의 땅위에 

 그대는 國防의 고된 아픔 짊어지고 

 카키服 안에서 진하게 웃노라. 


 失鄕의 恨은 푸른 가지로 돋아 

 북녘의 태양도 따 내리는데 

 휴전선의 갈대는 바람 속에 자란다. 


           Ⅳ 진달래 


 사슴 졸고간 

 진달래가 피었네 

 어린 꽃망울 울음으로 터지는데 

 小隊長 日記에도 

 진달래는 만발하네 

 뜨겁게 타 올라 

 겨레의 피 되어 흐르다가 

 피어나고 떨어지는 진달래를 

 봄날도 잊었는가 

 四月 한나절 

 몸살 앓은 땅 아래 뿌리 내리며 

 진달래는 혼자서 피어나네.




김정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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