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 전 선
김 정 기
Ⅰ 돌
고구려의 모래알이
찬비에 자랐는가
東明王 발아래 채이던
한민족의 숨소리
헤여진 돌의 발소리
돌 안에 참된 빛
긴 永劫 흐르고
들어내지 않는 아름다움과
激動의 뭉게구름 피어난다
강기슭 30년 바람결에
깎긴 모서리 움켜쥐고
연병장의 흙과 앉아
흐느끼는 돌 하나
휴전선의 돌 하나.
Ⅱ 땅굴 들꽃
굴에는 뱀의 혀가 달려 있다
더욱더 미움이 오게 3.5km 통로를 팠다.
坑道에 괴는 핏줄기
김유신 을지문덕 부릅뜬 눈에 서린
핏자욱
그 얼룩진 핏줄기가 들꽃으로 피는가.
굴의 어둠 퍼올리는
鐵의 三角地
향 짙은 들꽃의 바다
꽃집 꽃은 숨죽은 造花다
휴전선의 들꽃은
깊은 생명을 숨쉰다.
敵 兵士의
떨어지고 빛 바랜 무명 장갑에
들꽃이 일제히 피어 덮친다
명주실 같은
햇살이 내려와 어루만진다.
Ⅲ 갈대
여기는 휴전선
돌 하나 나무 한 그루도
소리 없이 헤매다 울부짖다 멈춘다.
여기는
목쉰 砲聲도 致富도 過去도 없다
어둠 속에서 울리는 나팔 소리와
눈길에 박힌 군화 자국이 있을 뿐이다.
휴전선에 서 있는 벗은 갈대여!
그대 짐 속에서 빠져나간
仙女의 날개옷과
양팔에 안긴 아가들의 눈빛을 보았는가.
밤마다 별무리에서 떨어지는
아내의 기도소리를 듣는가.
우리가 언제나 빈손이듯이
장 속에 감춘 시샘의 보석반지 버리리라
사방에 던진 욕망의 그물들 거두리라
한 그루 갈대에 거름 되려고
그대 행군 물통에 물이 되려고....
이땅 우리가 사랑하는
영하 20도의 땅위에
그대는 國防의 고된 아픔 짊어지고
카키服 안에서 진하게 웃노라.
失鄕의 恨은 푸른 가지로 돋아
북녘의 태양도 따 내리는데
휴전선의 갈대는 바람 속에 자란다.
Ⅳ 진달래
사슴 졸고간
진달래가 피었네
어린 꽃망울 울음으로 터지는데
小隊長 日記에도
진달래는 만발하네
뜨겁게 타 올라
겨레의 피 되어 흐르다가
피어나고 떨어지는 진달래를
봄날도 잊었는가
四月 한나절
몸살 앓은 땅 아래 뿌리 내리며
진달래는 혼자서 피어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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