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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환, 어린 딸에게

박인환

입력 2018. 11. 16   15:50
업데이트 2018. 12. 11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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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 딸에게

                       

                             박인환


 기총과 포성의 요란함을 받아가면서

 너는 세상에 태어났다 주검의 세계로

 그리하여 너는 잘 울지도 못하고

 힘 없이 자란다

 엄마는 너를 껴안고 삼 개월간에

 일곱 번이나 이사를 했다

 서울에 피의 비와 눈 바람이 섞여 추위가 닥쳐오던 날

 너는 입을 옷도 없이 벌거숭이로

 화차 위 별을 헤아리면서 남으로 왔다

 나의 어린 딸이여 고통스러워도 哀訴도 없이

 그대로 젖만 먹고 웃으며 자라는 너는

 무엇을 그리우느냐

 너의 호수처럼 푸른 눈

 지금 멀리 적을 격멸하러 바늘처럼 가느다란

 기계는 간다 그러나 그림자는 없다

 엄마는 전쟁이 끝나면 너를 호강시킨다 하나

 언제 전쟁이 끝날 것이며

 나의 어린 딸이여 너는 언제까지나 행복할 것인가

 전쟁이 끝나면 너는 더욱 자라고

 우리들이 서울에 남은 집에 돌아갈 적에

 너는 네가 어데서 태어났는지도 모르는

 그런 계집애

 나의 어린 딸이여

 너의 고향과 너의 나라가 어데 있느냐

 그때까지 너에게 알려줄 사람이

 살아 있을 것인가


■ 해설 

시인이 6.25전쟁을 겪으며 그 와중에 출생한 자신의 어린 딸을 생각하고 쓴 것으로 딸에 대한 지극한 사랑으로 가득 차 있는 슬프고도 아름다운 시 이다. 비극적 시대에 태어난 어린 딸의 불투명한 운명과 고통스런 성장과정, 가난한 살림, 불안스런 조국 현실, 전쟁에 대한 비판의식이 잔잔하게 깔려 있다.


인제 '박인환문학관' 내부. 국방일보DB
인제 '박인환문학관' 내부. 국방일보DB


■ 시인

박인환은 인제군 인제읍 상동리 159번지에서 태어났다 일제시대 때 그의 아버지는 사업을 하셨고 집안은 부유했다. 보통학교(초등학교) 4학년 때 박인환은 고향을 떠났고 서울 등으로 이사다니며 평양의학전문학교까지 입학했다. 박인환의 시에서 인제를 소재로 한 시는 ‘인제’와 ‘고향에 가서’‘어린 딸에게’ 3편 뿐이다. 


인제에는 박인환문학관이 세워져 있다. 그의 생가 자리에 위치해 있다. 서울 세종로 교보문고 뒤 쪽으로 그가 살터 집터가 있다. 


1926년 강원도 인제 출생  경기중학 중퇴 

1946년 국제신보에 ‘거리’로 등단 경향신문 사회부 기자 

1956년 31세 심장마비 사망 

1976년 시집 ‘목마와 숙녀’ 출간





박인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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