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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호강, 캔사스라인 Kansas Line

장호강

입력 2018. 11. 16   15:09
업데이트 2018. 12. 10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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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NSAS  LINE 

              장호강


 1/250,000의 한국지도를 폈으면 

 ‘오바레’ 위에 ‘오일 펜슬’로 줄을 그어보렴. 


 북위 38도 5분 동해안 대진포 위로부터 

 건봉령-향로봉-응봉산-까치봉-피의능선- 화천 저수지- 

 철의 삼각지대-임진강-황해로 

 그 누가 붙인 이름인가 KANSAS LINE. 


 부질없이 제멋대로 휘몰아오다 대암산 허리에 부닥치면 

 뒤로 돌아 성황당 분지 ‘펀치볼’에 뺑소니치는 오랑캐 바람 

 미쳐 날뛰던 검은 구름 떼 자칫 설악에 걸리면 

 양갈래봉에 한숨 내뿜고 

 소양강과 북한강에 눈물짓는 중동부지대 

 뫼와 봉우리 푸른 하늘을 찌르고 

 늪과 냇물 땅 속 깊이 젖어 드는 곳. 


 견딜 수 없으리, 만리장성도, ‘마지노’선도 

 겹겹이 파고, 짓고, 쌓고, 묻고, 

 산병호-엄체호-철조망-지뢰원이 

 서로 꽉 맞잡혀 얽혀 

 제 아무리 밤 잘 타는 인해전술이라고 한들 

 개미새끼도 기어오지 못하리라. 

 두더지도 파고 들지 못하리라. 


 보라! 밤 낮 없이 북으로 나르는 

 분노의 날개 

 ‘로케트’와 무반동총과 대구경포구에서 내뿜는 불 - 불꽃이 

 하늘과, 땅과, 숲과, 시내와, 조약돌과, 

 오랑캐의 뼈다구도 모조리 삼키고 

 허공에 유성이 미끄러지져도 

 눈동자란 죄다 북으로 얼어붙고. 


 ‘네이팜’의 불기둥도 꺼지고 

 달도 잔별도 모조리 흐느껴우는 야반이란 

 잠화홍련의 전설이 풍기는 북녘 고향 마을로 

 병사의 마음은 총알에 앞서 쏜살같이 내달아 가나니 

 아아, 대장부의 기개 전혀 써볼 수 없는 

 KANSAS LINE은 왜 만들었나. 




 ■ 장호강 (張虎崗.1916.4.30∼2009.10.17) 


광복군 출신으로 육군준장으로 예편한 군인이자 시인이다. 1916년 평안북도 철산(鐵山)에서 태어나 중국에서 중국군 장교로 항일전에도 참전한 바 있으며, 그후 광복군에 입대해 제3지대에서 활동했다. 장 장군은 광복을 맞이한 후 귀국, 1949년 국군에 입대했다. 육군38사단장과 육군25사단장을 역임했으며 1969년 육군준장으로 예편했다. 건국포장(1977), 건국훈장애족장(1992), 을지·충무·화랑무공훈장, 그리고 강원도문화상, 한국전쟁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장호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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