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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윤 독자마당] 하나된 대한민국 - 예비군 동미참 훈련을 체험하고-

입력 2018. 11. 12   14:42
업데이트 2018. 11. 23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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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지 윤 
MBC 아나운서
박 지 윤 MBC 아나운서

최근 걱정과 기대감을 안고 아침 일찍 서울에서 육군51사단으로 달려갔다. 지난 9월 장병 대상 강연으로 부대와 인연을 맺은 것이 계기가 돼 예비군훈련 체험 기회를 얻었다. 훈련장에 도착해 지급 받은 디지털 군복은 기대 이상으로 멋있었고, 어설프게 멘 총은 예상보다 무거웠다. ‘이것이 나라를 지키는 책임감의 무게일까?’

이런저런 생각을 채 마무리하기도 전, 15조 대원들을 만나고, 교관님의 설명을 들은 후 함께 시가지전투 작전을 짜면서 결코 조에 누가 되지 않겠다는 굳은 결심을 다졌다. 하나의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 적군을 무찌르기 위해 10명이 하나가 되어 맡은 바 임무를 착착 진행하는 모습에서 대한민국을 이들이 지켜주고 있다는 고마움과 믿음직함이 느껴져 나도 뒤처지지 않고자 발버둥 쳤다.

사격 전, 말없이 페인트볼 건 잠금장치를 풀어주는 등 우리 15조 대원들은 무척이나 친절하고 섬세했다. 대원들 모두 어려워하는 부분이 있으면 서로 나서서 도와주고 챙겨주는 친절한 마음씨와 힘들어도 밝게 웃으며 훈련하는 훈훈한 분위기에 금세 자신감까지 붙을 정도였다.

“7번! 수류탄 투척 및 내부 진입!”
남성대원들보다 더 우렁찬 소리로 나의 임무를 외쳤다. 그리고 오르막 산길을 있는 힘껏 뛰었다. 

시가지 훈련장에 하얗게 피어오르는 연막은 전쟁터를 연상케 했고, 분대장의 명령에 따라 우리는 페인트볼 건을 들고 가상의 적을 둘러쌌다. 서툰 사격 자세, 거추장스러운 장비를 착용한 내 모습이 아직은 조금 어색했지만, 더는 전투모나 총이 무겁게만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가상의 적을 포획하겠다는 신념 하나로 가득 차 있었다. 그리고 우리 조가 적을 포획할 때, 그 해냈다는 성취감은 정말이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이렇게 1인칭 시점과 관찰자 시점이 번갈아 가다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1인칭 시점으로 변하게 됐고, 함께 뛰고 있는 조원들에 대해 전우애마저 느껴졌다. 우리는 그렇게 하나가 됐다.

점심시간에도 따로 마련된 곳에서 먹지 않고, 우리 15조 대원들과 먹고 싶어 일부러 그들을 찾아가 다 같이 이야기를 나누며 왁자지껄하게 먹었다. ‘단 하루의 예비군훈련에도 이렇게 정이 붙는데, 진짜 군 생활을 함께한 남자끼리는 오죽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남자들만의 진한 우정도 좀 더 이해가 되고, 군대에서 축구 한 이야기도 몇 번이고 들어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이기와 개인주의가 판을 치는 요즘, 좀처럼 맛볼 수 없는 단합이라는 끈끈한 꿀맛을 보았다. 단결의 힘을 배우고 갈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못했는데, 그저 각개전투와도 같은 요즘 우리네 사회 분위기에 상당히 젖어 있었나 보다. 이 꿀맛을 상당히 오랜 기간 잊지 못할 듯하다. 국가대표 선수들이 가슴에 태극기를 달 듯 태극기를 단 군복을 입고 하루 동안 국가대표가 되어서 옆 선수를 열렬히 응원해 준 15조 팀원들! 우리는 하나였다. 아니, 이것만으로는 좀 부족한 느낌이다. 그래. 우리는 하나 된 대한민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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