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화식으로 풀어보는 경제교실

백성이 적은 재산 더 크게 불리도록 기회·시기 열어줘야

입력 2018. 10. 29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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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경제 제일의 화식 사상


화식사상은 지도자나 관리들이 국민의 요구사항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가장 적은 비용으로 가장 바람직한 결과를 창출하는 능률성과 효율성을 지향하는 경제 제일의 사상이다.

지도자는 백성들이 생각하지 못했던 창조적 지혜를 창출해 나라의 경제 지도를 바꾸어야 한다. 강태공은 염분이 많은 토지에서 농사에 종사했던 백성들이 베를 짜고 공예품을 만들며 소금과 물고기를 유통하는 산업구조로 과감하게 전환했다. 백성들 소득이 늘어나게 되자 이웃나라 백성들까지 몰려들어 인구가 늘어나고 산업은 더욱 활성화돼 부강한 나라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재상으로 임명된 관중은 나라의 기능을 경제중심으로 재편하고 경제 살리기에 전념함으로써 경제 체질을 개선, 중원의 강국으로 우뚝 서게 했다. 월나라의 계연은 하루라도 빨리 오나라를 공격하자는 왕의 재촉에도 불구하고 경제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전쟁도 할 수 없다면서 경제 살리기에 전념했다. 통일전쟁을 마친 한나라 고조는 전쟁에 동원됐던 장정들을 고향으로 돌려보내고 쉬면서 생업에 종사하도록 했고 심지어 징집을 피해 숨었던 백성들도 귀향하면 토지를 주고 농사를 짓게 했다. 전시 동원체제의 금령을 풀자 상인들이 천하에 물자를 유통시키고 문화가 융성하게 됐다. 창고에 곡식이 넘쳐났고 거리에 돈이 떨어져 있어도 주워가지 않으며 남의 것을 탐내지 않고 자기 것으로 충분히 만족하면서 살 수 있는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태평성대를 이어받은 무제는 주술에 빠져 사치와 향락을 즐기면서 대외 정복전쟁을 일삼아 재정을 탕진했다. 관리들도 소득원을 창출하거나 새로운 산업을 창조하는 노력은 하지 않고 오직 황제의 심기 맞추기에 급급하면서 백성들로부터 재물을 갈취하는 탐관오리들로 변했다. 나라의 일을 수행하기 위해서 필요한 재정은 백성들 주머니에서 나오는 데도 불구하고 백성들이 마음 놓고 산업에 종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새로운 산업을 창출해서 좀 더 나은 소득을 보장하는 산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는 기본적인 원리조차 알지 못했다.

가진 것이 없는 백성들에게는 열심히 일해 재산을 조금 모으고 지혜로 더 불린 후 시기를 활용해 더 크게 불릴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줘야 한다. 이와 같은 상황이 가능하려면 지도자와 관리들이 경제를 국사의 최우선 과제로 생각하는 경제 제일주의를 지향, 예측 가능한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 지도자들이 가장 능률적이고 효율성이 높은 경제 시스템을 작동시킬 때 백성들이 믿고 따르게 된다.

화식사상의 경제 제일주의는 가장 적은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달성하는 파레토 최적상태를 충족하는 것이다. 기계적 효율성과 사회적 효율성의 조화를 추구하면서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더 많은 관심과 정책적 배려를 요구한다. 경제적 약자들을 배려하는 것은 결코 손실이 아니라 더 높은 차원의 경제력을 얻게 되는 사회적 자본으로 작용하는 바탕이다. 화식에 성공한 부자들이 가난한 이웃을 보살피면 그들의 성원과 지지를 받아 더 큰 부자가 될 수 있다는 상생을 지향하는 화식경제사상은 재화를 거머쥐는 데 목적을 둔 사람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덕목이다.

<권영덕 행정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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