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발길 따라 3000리 안보대장정

천년을 지켜온 자연과 문화...가장 한국적인 그래서 세계적인, 이곳

이주형

입력 2018. 10. 24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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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전북


 

 

전주 한옥마을. 사진=한재호 기자
전주 한옥마을. 사진=한재호 기자


전라도, 그중에서도 전라북도는 강원도나 경기도 등 다른 광역자치단체에 비해 비교적 덜 알려져 있는 편이다. 딱히 가볼 만한 곳도, 들여다볼 만한 장소도 없어 보인다. 하지만 그것은 크나큰 오산이다. 찬찬히 살펴보면 그런 편견은 쑥 들어간다. 전라북도에는 천년을 지켜온 예술과 전통이 있다. 옛것의 소중한 가치를 알았기에 가장 한국적인 지역으로 남아 있다. 전통노래인 판소리, 천년의 역사를 품은 한지와 부채공예는 전라북도만의 소중한 유산이다. 무주구천동 같은 자연이 있고, 시간여행을 통해 근대문화역사도 알 수 있다. 또한 세계 최장이라는 새만금 방조제를 통해 불굴의 의지도 느낄 수 있다. 이번 ‘발길 따라 안보대장정’의 목적지는 모두에게 감동을 주고 추억을 선물하는 곳 중 한 곳, 바로 전라북도다.

 


진안 마이산 탑사. 사진=한재호 기자
진안 마이산 탑사. 사진=한재호 기자


무주·진안·장수

마이산의 흔들림 없는 100년 돌탑

 
‘무진장’이라고 들어보았는가? 무주군과 진안군과 장수군의 머리글자를 따서 지은 이름이다. 지형·지리적으로 공통점이 많고, 그에 따른 생활과 문화에 별반 차이가 없기 때문에 이렇게 한 묶음으로 부르고 있다. 무주에는 소백산맥이 남으로 달리다가 우뚝 멈추어서 이루어 놓은 큰 산, 덕유산(1614m)이 있다. 이 덕유산 줄기가 북쪽으로 잦아들면서 이룬 골짜기가 구천동계곡이다. 장장 70리에 뻗친 구천동계곡은 무려 33경이 있을 만큼 경치가 아름답고 골이 깊다. 무주에는 또 임진왜란 후 왕조실록을 보관하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 만든 수호사찰인 적상산 사고 터, 안국사가 있다. 최근에는 무주양수발전소 건설 당시 굴착 작업용 터널로 사용됐던 폐동굴을 이용해 조성된 머루와인동굴이 인기를 끌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태권도원도 무주에 자리하고 있다.

무주에 덕유산이 있다면 진안에는 마이산이 있다. 마이산의 속살 깊숙이 자리한 탑사는 금세기에 이루어진 불가사의로 유명하다. 1800년대 후반 이갑용 처사가 쌓은 80여 개의 돌탑이 있는데 돌탑들 형태는 일자형과 원뿔형이 대부분이고 크기는 다양하다. 이 탑들은 이제 100년이 넘었는데, 아직도 아무리 거센 강풍이 불어도 절대 무너지지 않는다고 하니 그저 신기할 뿐이다. 진안은 또 전국 유일의 홍삼특구다. 삼 재배에 적합한 생육 환경과 지리·기후 조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기념해 매년 10월께 홍삼축제가 열리고 있다.

고창 고인돌 유적지. 사진=한재호 기자
고창 고인돌 유적지. 사진=한재호 기자

 

고창·정읍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고인돌 유적지’

 


전북 고창은 인근 화순과 경기도 강화와 더불어 이름난 고인돌 분포지역이다. 우리나라에서만 이름난 것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고인돌 산지로, 이곳은 2002년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이기도 하다. 고인돌 박물관을 중심으로 산기슭에서부터 약 1.5㎞에 걸쳐 이어지며 447기의 탁자식, 바둑판식, 개석식, 지상석곽식 등 다양한 형태의 고인돌이 세계에서 가장 크고 넓게 분포돼 있어 보존 가치가 매우 높은 곳이다.

또한 고창은 우리나라 최초의 민권운동으로 민족·민중 운동사의 큰 분수령을 이룬 갑오 동학농민혁명의 제1차 봉기지로서 만천하에 창의 포고문을 선포한 발상지이기도 하다.

인근 정읍에 위치한 내장산은 단풍관광의 최고 명소로 알려져 있다. 내장산은 ‘산 안에 감춰진 것이 무궁무진하다’는 의미로 봄에는 철쭉과 벚꽃, 여름에는 울창한 숲이 또 다른 매력을 선사한다. 가을에는 단풍, 겨울에는 설경의 아름다움 등 4계절 천혜의 비경을 자랑하고 있다. 내장산은 내장사를 중심으로 주봉인 신선봉(763m) 등 모두 9개의 봉우리가 말발굽형을 이루고 있어 요새 같은 지형이 장관을 연출한다.

익산

미륵사지석탑 등 살아 있는 백제 문화

 

1400여 년 전 백제의 정기를 품고 있는 곳. 익산시 금마면 기양리 미륵산 아래에는 미륵사가 있다. 미륵사는 백제가 망할 때까지 왕실 사찰로서 혹은 호국 사찰로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미륵사지는 찬란했던 백제 문화의 진수를 엿볼 수 있는 곳으로, 2009년 1월 미륵사지석탑 해체 과정에서 금제사리봉안기와 금제사리호 등 사리장엄, 은제 관식 등 유물이 출토되면서 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충청남도 공주시·부여군과 함께 삼국시대의 백제와 관련된 역사 유적으로 201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하다는 보석박물관도 익산에 있다. 11만 점 이상의 진귀한 보석을 소유하고 있으며 기획전시실과 7개의 장으로 구성돼 있는데 상설전시실의 보석과 원석들의 빛나는 컬러는 관람객들 시선을 사로잡는다. 별도의 화석전시관은 화석과 공룡모형들을 전시해 어린이들에게 인기가 높다.


부안 곰소염전. 사진=한재호 기자
부안 곰소염전. 사진=한재호 기자

부안

산·바다 어우러진 변산반도 국립공원

 


소금은 예로부터 인간이 생활하는 데 없어서는 안될 필수품목이었다. 봉급이라는 영어의 샐러리의 어원도 소금에서 나왔을 정도다. 이 소금을 생산하는 부안의 곰소염전은 우리나라에서 몇 안되는 천일염지다. 일제강점기 말기에 만들어졌으며 현재까지 자연 방법으로 3월에서 10월까지 소금을 채취한다고 한다. 국립공원 중 유일하게 산과 바다가 어우러진 변산반도는 부안의 자랑거리다. 층층이 쌓인 절벽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인 채석강은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정도로 유명한 곳이다. 내소사도 마찬가지로 특히 매표소에서부터 내소사까지 가는 길에 울창하게 조성돼 있는 전나무숲은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꼽힐 정도로 정평이 나 있는 곳이기도 하다.

김제

한국 농경문화 담은 농경문화박물관

 



우리나라 농경문화를 보여주는 하늘과 땅이 만나는 지평선이 있는 곳, 바로 김제 벽골제다. 벽골제는 우리나라 최고·최대의 저수지다. 삼국시대와 고려시대를 거치면서 인근 김제평야에 물을 대주는 저수지로 그 역할을 했을 것이나 조선 세종 때 폭우로 한 번 유실되고 임진왜란을 겪으면서 서서히 헐리는데 일제강점기 농지개량사업을 벌이면서 대규모 훼손이 일어나게 됐다. 현재 벽골제 농경문화박물관이 만들어져 이곳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다. 김제지평선 축제는 매년 9월 말에서 10월 초 개최되며 국내 축제 중 최초로 5년 연속 문화체육관광부 지정 대한민국 축제로 선정되기도 했다. 특히 이곳에서는 용 두 마리가 다투는 모습의 거대한 조형물을 만날 수 있다. 벽골제를 지키려는 백룡과 이를 파괴하려는 청룡의 전설이 서려 있는 조형물로 벽골제를 알리는 상징물이 되고 있다.

군산

신선이 노닐던 섬 ‘선유도’·세계 최장 방조제


고군산군도는 16개의 유인도와 47개의 무인도로 이루어진 섬의 군락이자 자연이 창조해낸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는 천혜의 해상관광공원이다. 이 가운데 아름다운 풍경에 신선이 반해서 노닐던 섬이라 칭한 선유도가 가장 유명하다. 선유도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국내 관광지다. 미국 CNN도 한국의 아름다운 섬 중 하나로 꼽은 바 있다. 지난해 말 연륙교가 모두 개통돼 배를 타지 않고도 찾아갈 수 있다.

새만금 방조제는 군산∼부안 바다를 이은 세계 최장(33.9㎞) 방조제로 기네스북에 올라 있으며 이로 인해 생긴 간척지는 프랑스 파리 면적의 4배에 해당한다고 한다. 끝없이 펼쳐진 방조제를 보면 인간의 의지가 어디까지인지 자못 궁금해진다. 군산은 또 근대문화도시이기도 하다. 1876년 강화도조약 이후 부산, 원산, 인천, 목포, 진남포, 마산에 이어 1899년 5월 1일에 개항된 항구도시다. 다른 개항 항구와는 달리 오직 쌀 수출을 근간으로 하는 일본 상공인들의 경제적 중심지였다. 수탈의 흔적들은 조정래의 ‘아리랑’과 채만식의 ‘탁류’를 통해 그려진다. 덕분에 과거문화의 자료들을 근거로 근대문화를 사실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현장 체험학습의 장이 많이 있다.

군산 선유도. 사진=한재호 기자
군산 선유도. 사진=한재호 기자

이주형 기자 < jataka@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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