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화식으로 풀어보는 경제교실

화식경제사상, 정신적 가치 중시 ... 아름다운 사회 만드는 원동력

입력 2018. 09. 29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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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식으로 풀어보는 경제 교실 <51> 화식경제사상


한나라 무제 시대의 어사대부였던 상홍양은 “천하의 땅을 백성들에게 골고루 나누어 준다고 해도 머지않아 부자들의 손에 다시 들어오게 될 것”이라고 했다. 


선박 왕이라고 불렸던 오나시스도 “국가의 돈을 국민들에게 골고루 나누어 주어도 2년이 지나기 전에 부자들 수중으로 다시 모이게 될 것”이라고 했다. 가난한 사람들은 돈을 지키고 불리는 노력을 하지 않고 능력이 없기 때문에 부자들이 차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관리가 재물을 불리는 자체가 비난받을 일이라는 문학의 반박에 상홍양은 입을 닫았고, 재클린과 재혼하면서 화제를 뿌렸던 오나시스도 “인생을 헛살았다!”면서 “돈에 너무 집착해 하나님께서 주신 축복을 쓰레기로 만들었다!”고 후회했다.


퇴계 이황 선생은 흉년에 땅을 사들여서는 절대로 안 된다고 했다. 300년 동안 만석 재산만 보유한 경주의 최 부자 가문도 흉년에 땅을 사지 않았다. 흉년이 계속돼 식구들이 먹고살 수 있는 양식을 구하기 위해 땅 몇 뙈기를 팔아야 하는 절망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로부터 땅을 사들인다는 것은 생활터전을 빼앗는 범죄나 다름이 없기 때문이다.


경주 최 부자는 처음부터 6훈(訓)을 세우고 지켰던 것이 아니라 화적들의 공격을 받아 인명이 살상당한 사건을 비롯해 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다듬어진 것이다.


재물은 일단 모이면 폭발적으로 크게 불어나는 속성이 있기 때문에 일만 섬의 재산을 기반으로 십만 섬, 백만 섬 재산으로 불리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일만 섬을 생산할 수 있는 생산수단만 지키고 나머지는 이웃과 사회를 위해 베푼 것이 무려 300년이나 계속됐다.


여수 봉소당의 영광김씨 가문이나 구례 운조루의 유이주 가문 후손들도 노복들과 거리낌 없이 동고동락하며 이웃과 함께한 결과 500년 동안 질서로 고착됐던 양반과 상민의 신분체제가 무너지면서 발생한 극심한 대립과 혼란의 상황에서도 온전할 수 있었다.


사마천은 부자가 될 수 있는 방법은 많지만 돈을 모으는 과정이 선해야 하고 이웃을 향한 씀씀이가 아름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나 지금이나 부자들은 교만하고 우쭐해져서 이웃을 무시하고 조롱하기 쉽다. 이들은 부자의 지위를 오랫동안 이어가지 못하고 세력을 잃고 결국 사라지게 된다.


사마천은 이들을 오랑캐 부자라고 경계하면서 오랑캐 부자가 되지 않는 유일한 방법으로 가격의 등락을 활용한 시변(時變)의 지혜를 강조했다. 


팔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사람의 물건을 사주며 사지 못해 안달하는 사람에게 팔면 세상과 대립하지 않고 큰 이익을 남길 수 있다.


그 다음에는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을 돌보아 벼슬은 없지만 왕과 다름없는 존경을 받음으로써 지역사회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소봉(素封)이 되는 것이다.


일부 독자들은 본 칼럼이 돈만 중시한다고 생각하지만 국가안보라는 공익적 서비스에 헌신하는 국군 간부들이 전역 후에 경제적으로 부족함 없이 이웃을 돌봄으로써 아름다운 명성을 이어가는 리더가 되기를 바라는 칼럼의 목적을 이해하면 좋겠다.


선행은 큰 부자들의 몫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우리 모두의 일이다. 경제적 약자들을 향해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실천할 때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글 = 권영득 행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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