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병영생활의 핵심은 인성

‘미루는 습관’ 바꿀 수 있는 최적의 조건, 병영

입력 2018. 08. 20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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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좋은 습관 들이기


병영은 나쁜 습관을 좋은 습관으로 바꿀 수 있는 최적의 장소이기도 하다. 꾸준한 운동 습관은 건강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국방일보 DB



사람들은 좋고 나쁜 습관을 한두 개씩은 다 갖고 있다. 필자 역시 눈을 뜨면 하루를 시작하는 감사의 기도를 하고선 바로 양치질부터 하고 물 한 컵을 마신다. 이전에는 찬물부터 벌컥 마셨지만, 밤 사이 입안에서 온갖 세균이 번식한다는 전문가의 이야기를 듣고 앞뒤 습관을 바꿨다. ‘습관’은 한자로 習(익힐 습), 慣(버릇 관)이다. ‘세 살 적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라는 속담처럼 한번 몸에 밴 행동은 쉽게 고치기 힘들다. ‘습관’은 무의식적으로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것을 일컫는다. 긍정적이고 좋은 습관도 있지만, 부정적이고 나쁜 습관도 있다. 평소 어떤 습관을 지녔느냐가 삶의 성패를 좌우하는 다림줄이기도 하다.

워런 버핏은 “습관들은 없애기에 너무 무거워질 때까지는 너무 가벼워서 느껴지지 않는다”고 했다. 입대 전에 너무 가벼워서 느끼지 못한 나쁜 습관들, 병영생활을 통해 당장이라도 본격적인 좋은 습관으로 바꿔야 새로운 삶의 가능성이 열린다.



나쁜 행동 뒤에 숨겨진 나쁜 습관들

과거로 돌아가 더 성장하지 못한 원인을 생각해보자. 나도 모르게 게임에 빠져있는 모습, 그렇게 끊으려고 해도 끊지 못한 술·담배. 심심풀이 고스톱이 알고 보니 도박중독, 여자 친구 귀엽다고 장난 삼아 툭툭 친 것이 데이트 폭력, 잔소리하는 부모에게 한두 번 소리 지르고 덤빈 것이 상습 폭행의 시작이었다.

이 같은 일상을 후회하면서도 또 새로운 시도를 나중으로 미룬다. 공부, 운동, 자기와의 약속 등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다 보면 연체이자 붙듯이 어마어마한 청춘의 대가를 지급하지 않으면 안 될 때가 온다.

한 연구 결과에 의하면 인간의 행동 가운데 40%는 습관에 의해 결정된다고 한다. 겉으로 보이는 나쁜 습관도 있지만 입만 열면 욕하고, 말만 하면 남을 헐뜯거나 상대방을 비방하는 말버릇, 장소를 가리지 않고 침을 뱉고, 앉기만 하면 다리를 떨고, 틈만 나면 손톱을 물어뜯는 버릇도 있다. 자기 생각 속에 갇혀서 느끼게 되는 우울함이나 패배의식, 열등감 등은 본인도 힘들지만 주변 사람까지 괴롭힌다.

그런 습관 때문에 후회하며, 특정 행동을 하지 않으려고 몸부림치며 괴로워할 때도 있다. 그러나 결코 혼자서는 쉽게 떨쳐버리지 못하는 것 중 하나가 ‘내일’로 미루는 나쁜 습관이다. 무엇이든 미루는 습관의 결과는 후회뿐이며 새로운 기회를 놓치게 된다.



좋은 행동 앞에 나타난 좋은 습관들

성공한 사람 또는 행복한 사람들의 공통된 특징은 거짓된 행동이나 말을 하지 않는 진실함이다. 그것은 감춰진 것이 아닌 드러난 행위다. 나쁜 것일수록 남이 보지 못하게 숨기기 위해 심리적 갈등을 겪는다.

하지만 좋은 습관과 행동은 많이 할수록 자기효능감이 높아지므로 내일로 미루려는 것이 줄어들고 적극적이고 새로운 의미를 추구한다. 그만큼 자신을 바꾸려는 시간과 노력의 싸움이다.

실천하는 행동 즉 내일로 미루는 습관을 극복하려는 다짐은 인성경영의 시작이다. 왜냐하면 좋은 습관은 위험을 감수하려는 용기 있는 행동이 가능하지만, 그렇지 못하면 미래의 위험을 감수하기보다 현재 일을 미루면서 불안을 회피하려는 반작용에 부딪칠 수밖에 없다. 대인관계에서 신뢰를 얻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가 오늘 해야 할 일을 내일로 미루는 나쁜 습관 때문이다.

당장 해야 할 것을 하지 못했을 때의 심리적 압박감은 막연히 ‘나중에 한다’는 자기합리화와 변명뿐이다. ‘나중’과 ‘내일’로 미루는 사고 방식은 책임 있는 행동을 하지 못하게 하는 원인이다. ‘책임’과 ‘성실성’은 인성 덕목의 핵심이다. ‘나중’으로 미루는 무책임과 불성실함은 인사면접에서 가장 중요하게 평가하는 항목이다.



규칙적인 생활, 반복 또 반복

사탕이나 당분은 충치를 만든다. 무심코 행하는 나쁜 습관은 행복을 갉아먹는 세균이다. 충치 예방을 위한 실천 행동은 ‘3.3.3운동’ 즉 식후 3분 이내, 3분 동안, 하루 3회 양치질하는 것이다.

병영의 특징은 한 가지 동작을 수십 번, 아니 입대에서 전역할 때까지 반복하고 또 반복하는 것이다. 지금 당장 해야 하며, 내일로 미룬다는 자체가 없다. 병영은 좋은 습관을 들일 수 있는 곳이다. 일정한 기상·취침 시간, 균형 잡힌 식생활, 검증된 정신교육, 야식 금지, 독서나 취미활동 등 정서적으로 좋은 습관을 길들이기 위한 최적의 환경이다.

국가에 대한 충성심은 하루아침에 급조되거나 강요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러기에 반복하고 또 반복하는 것이다. 새로운 습관이 형성되기까지 최소한 66일이 걸리지만, 병영은 훨씬 더 빠르게 적용될 환경과 구성원 그리고 최적의 조건을 가지고 있다.

입대 순간부터 “할 수 있습니까?”라는 지휘관의 질문에 영문도 모른 채, 무조건 “예, 할 수 있습니다”라며 의식적인 응답을 한다. 이런 것이 쌓여 무의식적인 행동을 하도록 만든다. 그 과정은 1단계, 생각의 변화를 끌어내기 위한 ‘절대 긍정’뿐이다. 과연 나도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 자체가 사라진다. 2단계, 절대 긍정은 새로운 도전과 습관을 만들어 낼 ‘행동계획’이 몸에 배는 과정이다. 좋은 습관이 정착하는 과정을 지켜보거나, 직접 행했을 때의 성취감은 최고의 기쁨이다. 3단계, 때마침 나오는 지휘관의 칭찬 한마디는 불에다 휘발유를 끼얹는 듯, 새로운 습관 정착과 유지에 더없는 ‘보상’이다.

병영에서 국가와 민족을 위한 충성의 결단은 내일로 미루는 악습을 없애고 좋은 습관을 들이는 터전이 된다.

<최원호 서울 한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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