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병영생활의 핵심은 인성

상대방 존중하고 감정 표출 자제해야 ‘진짜 어른’

입력 2018. 07. 23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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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감정 통제


타인의 비판·기분에 휩쓸린다면 내 감정 통제 상대방이 하는 것

서로의 관계를 분리해 존중하며, 스스로 감정을 삭일 줄 알아야

 

지난 20일 강원도 춘천시 육군2군단사령부 내 숲 산책로에서 장병들이 숲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치유의 숲 장병 인성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춘천=조용학 기자

 

인간은 감정의 동물이라 순간적으로 어떤 감정을 느끼느냐에 따라 서로 다른 반응을 보인다. 똑같은 상황이라도 감정은 다를 수밖에 없으며, 모두가 나와 마음과 기분이 같지 않음을 인정할 때 상대를 배려하려는 감정 업그레이드는 시작된다. 입대 전 마치 ‘고르디우스’의 띠처럼 유아기적 감정의 노예로 묶여 있던 복잡하고 풀기 어려운 매듭을 보란 듯이 끊어버려야 한다. 내가 기분 좋으면 모든 것이 좋아 보이고, 나쁘면 좋은 것도 싫어졌다. 병영생활은 순간적인 분노를 조절하지 못해 감정대로 행동하기보다는 쉽게 흥분하지 않고 끝까지 냉철함을 유지하는 법을 배우는 기간이다.

자기연민에서 빠져나와야

병영에서 자기가 희망하거나 적응할 수 있는 특별한 곳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막연한 현실 회피나 부적응 또는 다른 보직·부대에 대한 동경은 위험할 수 있다. 이는 자기연민의 감정에 빠져 있는 일종의 파랑새 증후군(Bluebird syndrome)이다. 적응과 부적응, 현실을 받아들이느냐 그러지 못하느냐의 차이다. 받아들이지 못하면 현실과 이상이 부딪쳐 현실감이나 행복감, 적응도가 떨어져 힘들 수밖에 없다. 이는 성장 과정에서 부모와의 관계 형성이 잘못된 결과다.

최근 과잉보호의 부작용이 병영에서 증가하고 있다. 그래서 필자 역시 ‘병영생활의 핵심은 인성’임을 강조하기 위해 병영생활 하나하나에 의미와 가치를 입히고 있다. 왜냐하면, 신세대 병사들은 무조건 복종을 강요하기보다 새로운 의미와 공감할 수 있는 가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럴 때 병영은 자기주도적이며 창의적이고 도전정신을 높이는 삶의 공간으로 바뀌어 기대 이상의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그러나 골프나 축구 등 프로선수도 슬럼프에 빠질 때가 있듯이 병영생활도 마찬가지다. 현실을 돌아보면 전역할 날이 까마득하게 느껴지고 의욕 대신 불만과 불평이 앞서는 때가 있다.



건강할수록 부정적 감정을 긍정으로 바꿔

인성 자체만 해도 가정이나 학교생활을 거치면서 자기밖에 모르는, 나르시시즘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심각한 이도 있지만, 나보다 남을 먼저 챙기고 배려할 줄 아는 인간미 넘치는 이타적 삶이 몸에 밴 이도 있다.

기상예보관은 실시간 모든 기상정보를 수집·분석해 태풍 발생 시점을 예상하고, 기압의 정도에 따라 진로까지 정확하게 파악한다. 그러나 인간의 감정은 자신마저 정확하게 어떤 현상이 일어날지를 예측할 수 없을 때가 더 많다. 돌발 변수에 따라 그렇게 좋던 감정도 한순간에 고기압에서 저기압으로 돌변한다. 변화무쌍한 감정이라지만, 이 모든 감정을 어떤 말과 행동으로 표현하느냐에 따라 행복과 불행 그리고 성공과 실패로 갈라진다.

어떤 이는 감정을 추스르는 척하지만, 오히려 분노의 저금통에 차곡차곡 쌓아두기도 한다. 당장은 격한 반응을 보이지 않기에 좋아 보인다. 물론 자연스럽게 풀어버리면 주변인까지 모두 행복하다. 건강한 사람일수록 부정적인 감정을 긍정적으로 순환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부정적인 감정을 정화하는 필터링, 병영

우리가 마시는 물은 한강의 원수를 끌어다가 몇 단계 정수 과정을 거쳐 재생산한 것이다. 눈으로 볼 때 한강 물이 맑게 보인다고 그냥 마시지는 않는다. 그 속에는 미생물과 온갖 유해물질이 있어서 여과 단계를 거치지 않고 마시면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인간의 감정도 누구나 맑은 물처럼 좋아 보인다. 하지만 그 마음속에 응어리져 있는 감정 덩어리는 아무도 알 수가 없다. 심지어 자기도 자신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할 때가 있으니 남들은 더욱 알 수가 없다.

내 마음, 곧 내가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 병영생활이다. 내 마음속에 정수장치인 필터가 있느냐 없느냐를 생각해보라. 감정을 조절하는 컨트롤타워 말이다. 인간의 감정은 어쩌면 눈에 보이지 않는 초미세먼지보다 더 위험하다. 기분 나쁘다고 온갖 욕설을 쏟아 놓기도 하고, 화난다고 상대방에게 분풀이를 해대기도 한다. 그러면서 자신은 스트레스를 풀고, 상대방은 스트레스를 받아 죽을 지경이라면 감정 여과 장치가 전혀 없는 동물과 다를 바 없다.



아이 같은 태도에서 벗어나자

병영생활은 내적인 자기감정의 용량을 업그레이드하는 과정이다. 입대 전엔 자기 기분에 살았다면, 이제는 자기감정을 혼자 삭일 줄도 알고, 괴롭고 힘들 때는 전우와 서로 위로할 줄도 알아야 한다. 덩치는 어른인데 자기감정마저 주체하지 못하는 성인아이(Adult-Child)는 대인관계에서 곤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상대가 마음에 들지 않고, 내가 원하는 대로 행동하지 않더라도 화를 내거나 감정을 표출하는 것을 조절하자. 타인에게 인정받았다고 좋아하고, 야단맞았다고 싫어한다면 아직도 내 감정 속에 상대방을 가둬 뒀기 때문이다. 내가 나를 존중하는 만큼 상대방의 존재도 인정해야 한다. 서로의 관계를 분리하는 것은 존중과 존경의 시작인 것이다. 자신을 바꿀 사람은 자신밖에 없다.

<최원호 서울 한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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