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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겅퀴

입력 2018. 06. 06   14:50
업데이트 2019. 01. 17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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섣불리 만지면 가시에 찔리기 일쑤... 피를 엉기게 한다해 이름 유래

스코틀랜드 국화로 대접 ...나물로 사용하고 장아찌로 먹기도


사진 = 양형호, 국립수목원 제공
사진 = 양형호, 국립수목원 제공


산길을 가노라면 산과 들이 이어지는 초입에 진분홍빛의 아름다운 꽃이 무리 지어 피고, 그 화려한 꽃마다 팔랑이는 수십 마리의 호랑나비가 찾아드는 장관을 보게 됩니다. 꽃에 앉아 꿀을 빠는 나비의 모습을 사진에 담고 싶어 이리저리 꽃 사이를 거닐다 보면, 나도 한 마리 나비가 된 듯한 착각이 들기도 하지요.


그런 아름다운 풍광으로 긴 행군길을 앞에 두고도 잠시 고단함을 잊게 하는 꽃이 있다면 십중팔구는 엉겅퀴입니다.

엉겅퀴. 이름만 들어도 친근하시죠?


누구나 어디서든 한 번쯤은 만났을 법한 우리 꽃이랍니다. 엉겅퀴는 깊고 깊은 산골짜기에 자라는 희귀한 꽃이 아니라 마을이나 병영 주변의 야산, 풀이 돋아난 너른 들판에서 그리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아주 가까운 꽃입니다.


분홍빛 탐스러운 꽃송이가 반가워 가까이 다가서면 어김없이 굳은 가시에 손을 찔려 두고두고 기억에 남게 되는 그런 꽃이지요. 손을 찔릴까 염려해 경계하다가도 엉겅퀴 순을 넣어 끓인 달짝지근한 봄의 된장국이라도 한번 먹고 나면 이 어여쁜 엉겅퀴는 다시금 정겹고 반가운 우리의 들꽃이 되곤 합니다.

왜 엉겅퀴란 이름이 붙었을까요? 이름의 비밀은 바로 약효에 있습니다. 피를 엉기게 한다는 뜻에서 엉겅퀴가 됐다고 하네요. 즉 출혈을 멈추게 하는 효과가 있지요. 전투지식으로도 알아두시면 도움이 될 듯합니다.


게다가 이 식물의 라틴어 속명인 서시움(Cirsium)은 그리스어 서시온(Kirsion 또는 cirsion)에서 유래했는데 이 말은 정맥 확장이라는 뜻을 가진다고 합니다. 엉겅퀴와 유사한 외국의 식물이 정맥종(靜脈腫)이라는 혈관에 생기는 병을 치료하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하네요. 이 밖에도 우리나라에서는 키가 크고 가시가 있고 꽃이 붉은 특징들과 연관 지어 항가시, 항가새, 황가새, 가시나물, 야홍화, 마자초 등으로 불렸습니다. 

사진 = 양형호, 국립수목원 제공
사진 = 양형호, 국립수목원 제공


서양에도 엉겅퀴 종류가 자라는데 전설이 하나 전해져 옵니다.


외딴 마을에 한 소녀가 살고 있었습니다. 그 소녀는 우유를 짜 항아리에 담아 파는 것으로 생계를 이어갔습니다. 어느 날 소녀는 옷과 식구들의 선물을 사기 위해 우유 항아리를 이고 가다가 그만 엉겅퀴 가시에 찔리고 말았습니다. 놀란 소녀는 이고 있던 항아리를 떨어뜨렸고, 우유도 모두 쏟아졌지요. 소녀는 너무 슬퍼 그만 쓰러져 목숨을 잃고 말았고, 소가 되어 원망스러운 엉겅퀴를 모두 뜯어 먹고 다닌다는 이야기입니다.


엉겅퀴 중에는 간혹 잎에 흰 무늬가 있는 변이들이 보이는데 바로 그때 엎지른 우유의 흔적이 남은 것이라고 하며, 이 때문인지 엉겅퀴의 꽃말은 소녀의 한, 위급, 경계라고 합니다. 작전 중에 ‘엉겅퀴’를 경계하라는 뜻의 암호로 삼으면 적에게 들키지 않을 텐데 하는 생각도 잠시 해보게 됩니다. 


또 다른 이야기로 유럽의 샤를마뉴 대제가 전쟁 중에 역병이 돌자 신에게 병사들을 구해달라고 간청했습니다. 천사가 그의 기도를 듣고는 활을 쏘아 화살이 닿는 곳에서 자라는 식물을 먹으라 일렀다고 합니다. 그 식물이 바로 엉겅퀴였으며 그것을 먹고 병사들의 병이 나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엉겅퀴를 축복받은 신성한 꽃으로 여기는 사람들도 있다고 하네요.

서양의 엉겅퀴는 스코틀랜드의 국화인데, 스코틀랜드에 침입한 바이킹의 척후병이 성 밑에 난 엉겅퀴 가시에 찔려 비명을 지르는 바람에 성내의 병사들이 깨어나 바이킹을 물리쳤다 해 구국의 공로로 국화가 된 것으로 유명합니다. 이래저래 병사와 인연이 깊지요?

키가 좀 크니까 정원의 뒤쪽이나 막사 울타리 둘레에 심으면 꽃도 보고, 가시로 경계도 돼서 좋고요. 약용으로는 전초를 말려서 사용하는데 앞서 말씀드린 대로 지혈을 비롯해 해열, 소종(종기나 상처 치료) 효과가 있습니다. 생잎이나 생뿌리를 짓찧어서 상처 부위에 붙여도 효과가 있다니 전투 상식으로 알아두면 좋을 듯하네요.

또한 먹을 수 있어 좋은 식물이기도 합니다. 어린잎을 나물이나 국거리로 사용하고, 줄기는 장아찌로 된장이나 고추장에 박아 두었다가 먹기도 하죠. 잎이나 꽃은 찹쌀가루에 무쳐 튀겨 먹어도 좋습니다. 정말 보기도 좋고 쓸모도 있는 이른 여름의 아름다운 우리 꽃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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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들 초입에서 반겨주는 ‘진분홍빛 꽃무리’

http://pdf.dema.mil.kr/pdf/pdfData/2018/20180607/B201806072001.pdf

국방일보 기획 ‘DMZ 식물 155마일’ 2018년 2월 22일자 ‘엉겅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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