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인터뷰

나는 보석이 될 원석일까’…신념·확신에 달렸다

입력 2018. 05. 07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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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영생활의 핵심은 인성 <1> 인성 교육을 내 삶의 전환점으로 삼아라


 

일러스트 = 김의장


인성 교육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는 시점에 ‘병영생활의 핵심은 인성’이라는 기획 연재를 시작한다. 가정에서 학교로 그리고 군대까지 시·공간의 이동만큼 병사에서 지휘관에 이르기까지 병영생활의 핵심은 인성이요, 성공적인 리더십의 핵심 또한 인성이다. 

마땅히 감당해야 할 국방의 의무…걸림돌 아닌 디딤돌 인식 확산

입대 전 나약했던 모습에서 자신감·패기 넘치는 삶으로 변화해야

필자는 학기마다 첫 수업시간에 스스로 질문하며 답을 찾도록 하는 EBS의 ‘우리는 왜 대학에 가는가?’ 프로그램을 학생들과 공유한다. ‘왜’ 대학에 진학했는지, ‘왜’ 이 전공을 선택했는지, 아니면 ‘왜’ 이 과목을 신청했는지를 질문하고 대화하고 토론하며 모두가 참여하는 수업방식이다. 삶의 목적과 방향을 찾아가고 성취동기가 높아지는 행동상의 변화였다. 이 글을 통해 만날 장병들도 마찬가지로 함께 수업하듯 묻고 대답하며 통찰하는 과정을 담아내려고 한다.


병영생활은 문제 속의 답을 찾아가는 과정

문제 속에 반드시 답이 있음은 진리이듯, 모든 문제를 해결할 능력 또한 자기 안에 있다. 병영생활의 핵심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듯, 나도 할 수 있다는 자기 신념과 확신을 심어주는 과정이다.

국어나 영어도 한 문장을 해석할 때 서로 비슷하지만 의미전달은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수학은 한 치의 오차를 허용하지 않듯이 딱 맞아떨어지는 정답이 아니면 틀린 것이다. 수학 문제집에는 온통 문제뿐이지만, 한 장씩 문제를 풀다 보면 마지막에 정답을 확인할 수 있다. 삶 자체가 ‘즉문즉답’이 아니라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문제는 왜 있을까? 문제는 엉킨 실타래를 풀 듯 해결하고 또 해결하라는 것이 병영생활에서 느끼는 묘미다.

최근 들어 학교 교육과정 평가방법도 변하고 있다. 문제풀이 과정을 단계별로 인정해줄 만큼 출제내용이나 채점방식은 천편일률적인 틀을 벗어났다. 사지선다에서 오지선다형으로 바뀌기도 하고, 풀이과정도 각각 점수화하는 것은 오로지 결과 중심에서 과정 중심으로의 변화다.

결과 중심의 평가방식은 학습자에게 도전의 한계를 뛰어넘지 못하게 했다. 완주할 자신이 없다면 처음부터 도전조차 못 하게 하거나, 중도에 힘들면 언제든지 포기하게 할 뿐이었다. 왜냐하면, 어차피 1등이 아니면 무의미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행 과정을 평가에 반영했더니 놀라운 변화가 생겼다. 비록 중도에 포기하더라도 그 순간까지 최선을 다해 목적을 달성하려는 직접적인 계기로 삼았다. 이는 구성원들에게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과 놀라운 성취동기의 도전정신을 심어주었다.


우리는 ‘왜 군대에 왔는가’라는 질문

특히 대한민국 남자라면 예외 없이 군대는 인생 최대의 관심사다. 입대를 앞둔 시점에는 유난히 걱정과 불안이 끝이 없기에 그동안 수없이 많은 자문자답을 했을 법하다. 과연, 뭐라고 답을 생각했을지 자못 궁금해진다. 수학 문제가 아닌 이상 모든 문제의 정답은 없다. 질문의 답은 당신이 생각하는 가치관에서 비롯된 것이기에 이 질문에 대한 대답도 여러분의 생각에 맡길 뿐이다.

대학 진학은 전적으로 개인의 선택사항이라 갈 수도, 안 갈 수도 있다. 하지만 국방의 의무는 대한민국 남성으로서 마땅히 감당해야 할, 선택의 여지가 없는 신성한 의무 중 하나다. 그러므로 지금은 입대를 고의로 피하거나 다른 방법을 동원해 면제받으려고 굳이 애쓰지 않는다. 오히려 자원입대 경쟁률이 이전보다 훨씬 치열해질 정도로 지원동기가 180도로 달라졌다. 이는 그동안 끊임없는 병영문화 혁신과 인사청문회 등을 통해 국민의 의식 수준 자체가 성숙했기 때문이다.

자신의 꿈을 펼치고 행복한 미래 인생 설계를 위해 군대는 이제 걸림돌이 아닌 필수 디딤돌임을 확신하게 됐다. 자연적으로 지원자들의 생각과 행동 및 태도가 변했다. 시쳇말로 S대보다 해병대 경쟁률이 더 치열하다며 재수는 기본이라 할 정도다. 이유인즉, 나는 왜 해병대에 지원했는가에 대한, 스스로의 삶에 대한 해답을 찾았기 때문에 모든 장병이 그렇다. 법을 지킨다는 것은 어느 사람도 예외 없다는 걸, 인성 덕목 중의 준법성임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군에서 다듬어지는 다이아몬드 인재상

국방의 의무 이행을 뛰어넘는, 새로운 삶에 대한 도전정신과 동기를 부여하는 병영생활은 삶의 전환점임에 틀림없다. 군 생활 기간이 아니면 사회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생애 전환의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혹여 누구라도 다이아몬드의 가치를 부정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최고의 상품으로 만들어지기까지 전문적인 공정을 거치지 않고서는 제품이라 할 수 없을 정도로 원석 그 자체는 엉망임을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렇기에 귀스타브 플로베르는 “만약 자연 상태의 다이아몬드를 발견하게 된다면 당신은 줍지 않을 것이다”라고 했을까. 1캐럿의 다이아몬드가 탄생하기까지 원석의 크기를 줄이는 커팅 작업이 관건이다. 이때 이점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절단하는 기술이나 연마 공정의 결과가 어떤지, 불순물이 얼마나 포함됐는지, 또 색상에 따라 가격 또한 천차만별이다.

비록 병영생활의 목적은 같을지라도 훈련과정은 전혀 다르다. 국방의 의무를 이행하는 것이 목적이지만, 훈련과정에 따라 각기 다른 정예군인으로 변모한다. 진정한 남자의 변신은 다이아몬드처럼 다듬어지는 병영생활에서 시작된다. 입대 전 본래의 모습을 생각해보라. 남자로서 용기와 패기 그리고 도전정신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나약했을 것이다.

이제 변화된 나를 돌아보라. 이 얼마나 당당하고 자신감과 패기 넘치는 삶의 변화인가. 병영생활을 통해 곧 상품으로 출시될 시기만을 기다리고 있는가, 아니면 이제 시작하는 연마 과정에 있는가. 너무 염려하지 말라. 오직 당신 인생의 가치를 높일 행복한 병영생활의 열쇠는 당신의 인성뿐이다.

최원호

한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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