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평화, 새로운 시작-2018남북정상회담

김용현 교수 "판문점 선언은 제2의 몰타를 향한 여정"

입력 2018. 05. 02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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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정상회담 전문가 릴레이 기고 ②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2018 남북정상회담은 한반도판 몰타회담이다. 판문점 선언은 제2의 몰타선언이다. 1989년도 몰타에서 미·소의 최고지도자가 세계적 차원에서 냉전 해체를 선언했던 것과 같은 수준에서 한반도판 냉전 해체의 여정이 시작됐다.

 

그만큼 매우 의미 있는 발걸음이 시작됐고, 그 출발점은 도보다리 회담이었다. 이번 정상회담은 토론 중심, 대화 집중의 정상회담이었다. 물론 중간에 의미 있는 행사들이 있었지만 이번 회담의 핵심은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체제에 대한 최고지도자 간 허심탄회한 대화였다.

 


특히 도보다리에서의 40분 동안의 만남, 그 속에서의 대화야말로 이번 정상회담 최고의 명장면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정상들과 회담에서 통역 없이 대화하는 것은 처음 보았다. 역시 남북관계라는 것이 여타 외교 상대국과의 관계와 완전히 다르다는 점, 감정의 미묘한 차이까지 완벽하게 다 말로 표현하는 관계라는 것을 보여준 장면이었다. 판문점 새들만 대화를 들었을 정도로 집중적인 대화가 이뤄졌다. 감정의 모든 부분까지 같이 공유하면서 대화가 가능하다는 것 자체가 남북관계 차원에서 남북정상회담은 외부의 다른 정상회담에 비해서 열 배 이상의 효과가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제기된 몇 가지 문제 중 가장 중요한 것은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된 부분이다. ‘완전한 비핵화’라는 표현이 선언에 들어간 것은 김정은 위원장의 매우 적극적인, 진일보한 자세 때문에 가능했다.

 

물론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의 전체 표현이 포함되지 않은 문제나 비핵화의 스케줄이 정확히 나오지 않은 문제에 대해서 논란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이 언급한 것처럼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첫술이 길을 걸을 수 있도록 허기만 해결하는 정도라고 본다면 이번 완전 비핵화 선언은 베스트 결과다.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양 정상의 언급이 다음 북·미 정상회담에 있어 매우 중요한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북·미 정상회담으로 가는 디딤돌, 징검다리, 마중물 역할을 하는 것이다.

‘완전한 비핵화’의 진정성 여부에 대한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하지만 한반도 정세의 급변, 그 속에서 남북관계나 북·미 관계 그 어느 것도 진정성에 바탕을 두고 출발하지 않았다.   서로의 요구에 의해 출발한 것이다.

 

남·북·미가 단계적으로 하나하나 돌파해 나갈 때 상호 진정성은 만들어질 것이다. 진정성은 없는 상태에서 시작된 남북정상회담, 북·미 정상회담은 상호 연계돼 있다는 점에서 진정성을 만들어가는 과정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이다. 그렇게 본다면 비핵화에 대한 일부의 부정적인 시선은 적절한 비판은 아닌 것 같다.

연내 종전선언에 대한 평가, 갑론을박이 있다. 올해 안에 종전선언이라는 시기를 정한 점에서 큰 의미를 부여한다. 1953년 정전체제의 종식이자, 전쟁 없는 한반도의 출발점이다. 종전선언은 그 자체에만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고 결국 북측의 비핵화 행동과 궤를 같이한다고 봐야 한다.

 

비핵화 의지가 표현, 실행되지 않는 종전선언은 별 의미가 없다. 종전선언은 미국·중국까지 포함된 형식이 될 것이다. 내용상 출발점은 남북 차원의 ‘판문점 선언’이다.

몇 주 앞으로 다가온 북·미 정상회담 일정이 확정되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3~4주 안에 만나자는 언급을 했다. 6월 초에 열릴 것으로 예상했으나, 2주 정도를 당겼다는 것은 대단히 큰 의미가 있다.

 

특히 도보다리 회담에서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설득하고, 75분 대화에서 문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했을 가능성이 있다. 쇠가 달아올랐을 때 두드려야지 미룰 이유가 하나도 없다는 논리였을 것이다. 그런 부분들을 문 대통령이 잘 전달한 것이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도보다리 회담, 그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남에 대한 많은 얘기가 문 대통령의 입을 통해서 나왔다고 본다. 판문점회담 그날 모든 일정에서 문 대통령의 관심과 초점은 도보다리에 맞춰져 있었다.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는 모두 김 위원장에게 양보하는 모습을 보였다.

 

많은 부분에서 김 위원장이 빛나게 했지만 결정적으로 도보다리에서만큼은 문 대통령이 판을 주도하는 모습이었다. 도보다리의 모습과 대화가 트럼프 대통령을 움직이고 있는 원동력이 되지 않을까?

국내적으로 급히 해야 할 일이 있다. 하나는 범정부 차원에서 한반도 비핵화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상설조직체가 만들어져야 한다. 현재의 한반도 비핵화 평화체제 일정은 한두 달이나 올해 안에 끝날 일이 아니다. 최소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 임기인 2020년 11월 또는 문 대통령의 임기인 2022년 5월 9일까지 또는 그 이후까지도 이어질 것이다.

그렇기에 현존하는 한반도평화교섭본부 수준을 넘어 청와대가 주도하고 통일부·외교부·국방부·국토부 등 관련 부처를 아우르는 조직체가 필요하다. 단순히 이름만 새로운 조직체가 아닌, 실질적으로 현재 전반적인 한반도 정세에 대한 관리와 임기응변, 순발력 있는 대응을 할 수 있는 조직체가 만들어질 필요가 있다.

판문점 선언의 국회 동의도 필요하다. 일부 반론이 있지만 국회 동의 절차를 밟는 게 좋다고 본다. 물론 북·미 정상회담 이후 통합 처리하자는 시각도 있지만, 국회가 ‘판문점 선언’의 성과를 보장한다는 차원에서 동의 절차가 요구된다. 또 국민과 함께 판문점 선언의 성과를 공유해야 한다. 판문점 선언이 한반도에 새로운 평화의 길을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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