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시론

[문성묵 시론] 남북 고위급회담 성과와 과제

입력 2018. 01. 10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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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성 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
문 성 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



남북 고위급회담이 9일 판문점 우리 측 지역 평화의 집에서 개최됐다. 남북 당국 간 회담은 2015년 12월 차관급 접촉 이후 2년 만이며, 문재인 정부 들어 첫 번째 열린 것이다. 이번 회담은 지난 1월 1일 김정은이 육성 신년사를 통해 평창동계올림픽 대표단 참가 및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밝히면서 일사천리로 추진됐다. 2일 우리 측은 남북 고위급회담을 제의했고, 북측은 3일 판문점 남북직통전화 재가동 천명에 이어 5일에는 우리 측 회담 제의를 수정 없이 전격 수용했다. 이렇게 열린 회담에서 양측은 평창동계올림픽 북측 대표단 참가 문제와 남북관계 개선 관련 3개 항의 공동보도문을 채택했다.

이번 회담의 성과는 다음 세 가지로 정리해볼 수 있다.

첫째, 평창동계올림픽에 북측 대표단의 참가를 확정함으로써 성공적인 평화올림픽의 전기가 마련됐다는 점이다. 북측은 고위급 대표단과 선수단, 응원단과 예술단 등을 평창에 보내기로 했다. 이는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밝힌 바와 같이 평창올림픽을 민족의 제전으로 규정하고 성공적인 개최를 진심으로 원한다는 말을 실천으로 옮긴 것으로 봐야 한다. 그 의도가 어떠하든 우리로서는 이번 올림픽 기간 중 적어도 북한의 도발을 막을 수 있고, 이를 계기로 남북대화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둘째, 군사적 긴장 완화를 위한 군사 당국 간 회담 개최에 합의했다는 점이다. 이 합의에 앞서 북한은 2년 전 개성공단 중단과 함께 단절됐던 군 통신선의 복원조치도 했다. 북 핵·미사일 위협으로 군사적 대결과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남북 군사 당국이 만나 이 문제를 본격 논의할 수 있는 대화의 장이 마련됐다는 것도 의미 있는 성과라 할 수 있다.

셋째, 쌍방은 기존 합의들을 존중하고 남북 간 제기되는 모든 문제를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해결해 나가기로 했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 향후 북한 태도 여하에 따라 남북관계를 복원할 수 있는 단초가 마련될 수도 있다.

앞으로 풀어가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첫째, 평창동계올림픽을 스포츠 정신에 부합되게 성공적으로 이끌어 가야 한다. 북한 대표단의 참가를 남북 화해와 평화의 의미로 승화시켜 나가되 지나치게 정치선전장으로 변질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둘째, 향후 회담에서 북한 측이 한미 연합연습의 중단이나 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중지, 개성공단 재가동이나 금강산 관광 재개를 요구할 경우, 이 모든 문제의 근본 원인인 핵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입장을 확고히 천명해야 한다. 실제 북한 핵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진정한 의미의 남북관계 개선이나 한반도의 평화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셋째, 향후 남북대화가 진행되는 과정에서도 북한이 핵을 고집하는 한, 강력한 제재와 압박 강도가 흐트러져서는 안 된다. 공고한 한미 공조와 국제공조 전선이 균열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평창올림픽 이후가 더욱 중요하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회담 종료 후 언급한 바와 같이 이제 첫걸음을 뗀 것에 불과하다. 인내심을 가지고 한 걸음씩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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