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철길따라 3800km 안보대장정

철길 따라간 2381km 대장정 발길 닿는 곳이 어디든 희망·안보·추억으로 가득하니...

이주형

입력 2017. 12. 27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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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선에서 경강선까지 총결산





동락리 전투신화 담긴 충북선… 6 25전쟁 자취 따라 놓인 경의선 경원선…

낙동강 최후 방어선 지나는 경부선… 열차 애호가들에게 사랑받는 경전선…



대한민국의 주요 지역을 연결하며 발전을 이끌어왔던 철길을 따라 진행한 기획 ‘철길 따라 3800㎞ 안보대장정’이 12월 경강선을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취재를 통해 구석구석을 누비며 철길과 주변 지역에 담긴 우리의 굳은 안보의식과 역사, 추억, 미래를 확인할 수 있었다. 뒷이야기와 함께 그간의 여정을 결산해 본다.








첫발…우리나라 최초로 개통된 철길 ‘경인선’

올해 본지 기자들이 철길을 따라간 거리는 13개 노선 2381.3㎞에 이른다. 코레일이 관할하는 철도 길이가 96개 노선 4077.7㎞이니 총길이의 58.4%를 다닌 셈이다(원래는 약 3800㎞였으나 경강선 등의 개통으로 27일 현재 4077.7㎞로 늘어났다. 또한, 공항철도와 각 지자체의 지하철은 코레일의 관할에 포함되지 않는다).

그 가운데 가장 긴 노선은 경부선(9월·441.7㎞)이었다. 다음은 호남·전라선(3월·252.5㎞ + 180.4㎞=432.9㎞), 중앙선(10월·373.8㎞), 경전선(4월·289.5㎞) 순이었다. 가장 짧은 노선은 경인선(1월·27㎞), 경의선(7월·56㎞), 경춘선(11월·80.7㎞)이 차지했다.

순례의 첫발은 경인선이었다. 아시다시피 경인선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개통된 철길이다. 근원을 알아야 한다는 생각에서 시작으로 삼았다. 이어 서해안을 따라 장항선과 ‘약무호남 시무국가(若無湖南 是無國家·호남이 없었다면 나라가 없었을 것이다)’의 현장, 호남·전라선, 전라도와 경상도를 가로지르는 경전선을 거쳐 동해안을 감싸 안은 영동선을 둘러봤다. 호국보훈의 달 6월을 맞아서는 동락리 전투의 신화가 서린 충북선을, 7·8·9월에는 끝나지 않은 6·25전쟁의 자취를 따라 경의선과 경원선, 그리고 낙동강·왜관 전투가 있었던 경부선을 다녀왔다. 마지막으로 경부선과 함께 한국 철길의 등뼈를 이루는 중앙선, ITX와 KTX로 한결 더 가까이 다가온 경춘선과 경강선을 답사했다.



독립정신·안보의지 일깨워준 철길 순례

철길 순례는 독립정신과 호국안보 의지를 느끼게 하는 길이었다. 안동 임청각에서는 석주 이상룡 선생의 고뇌를 함께했고 아산 현충사와 목천 독립기념관에서는 백척간두의 위기에 선, 또 잃어버린 나라를 찾기 위해 애쓴 선조들의 정신을 되새겼다.

충북 충주의 동락초등학교(음성역)와 해군 옥계지구 전적지(옥계역), 연제근 공원(도안역), 다부동 전투(칠곡역), 지평리 전투(지평역) 등 격전지에서는 대한민국의 오늘을 열고 미래를 바꾼 역사의 현장을 만났다. 도라산역과 백마고지역에서는 끊어진 철길의 이어짐을 통해 민족의 소원인 통일을 꿈꿨다. 육군훈련소와 해군사관학교·공군교육사령부를 찾아 간성이 될 장병들을 만났고 공군38전대와 육군23사단, 해군1함대 등에서는 훈련 모습을 지켜봤다.

철길 순례는 우리 국토 곳곳에 숨겨진 아름다움과 멋을 찾아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군산 새만금 방조제를 보면서 인간의 위대함에 전율했다. 경전선을 타 보며 빠름만이 미덕인 세상 속에서 느림과 여유의 미학을 배웠다. 전주 한옥마을, 바다와 가장 가까운 역 정동진, 천년고도 경주, 북한강과 남한강이 합류하는 양평 두물머리, 자라섬과 남이섬의 관문 가평에서는 국토의 아름다움에 취했다.

여정 중간중간에 마주친 간이역은 추억의 보고(寶庫)였다. 한때는 수많은 사람이 오고 갔던 곳, 그곳에는 각기 다른 사연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사실 안타깝지만 간이역의 운명은 거의 정해져 있다. 여객열차가 더는 서지 않거나 이설되거나 노선 자체가 폐지돼 철길 자체가 없어져서다. 원북역이나 석불역처럼. 그렇지만 일부 역은 이 같은 길에서 벗어났다. 문화재나 관광지로 개발돼 우리의 활동공간 안으로 들어왔다.


120년이 채 되지 않는 철길 역사 국방일보에 담아


물론 모든 취재가 생각한 대로 쉽사리 이뤄지지는 않았다. 특히 사진촬영이 그랬다. 열차와 계절의 특성을 살리기 위한 시도였기에 더욱 그랬다. 30분마다 열차가 다닌다는 주민의 말을 믿고 기다렸는데 1시간이 지나도 오지 않았다. 강원도의 한 산골에선 열차 시간표도 모르는 상태에서 단풍을 배경 삼고자 무작정 기다리기도 했다. 시범 운행 중이던 경강선을 취재할 때는 순식간에 지나가는 열차를 찍고자 매서운 추위에 꽁꽁 언 발을 동동 구르며 마냥 대기해야 하는 일도 있었다. 그렇지만 철길을 따라 이뤄진 국토 순례는 그 모든 것을 감수하더라도 충분한 가치가 있었다.

최초의 철길인 경인선이 운행된 것이 1899년이니 우리나라 철길의 역사는 120년이 채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안의 의미는 절대 간단하지 않다. 역사가 있고, 안보가 있고, 아픔이 있고, 추억이 있고, 희망이 있었다. 철길 따라 이뤄진 대장정은 이들을 포함한 그 모든 것이 담겨 있음을 깨닫는 시간이었다. 

이주형 기자 < jataka@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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