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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 반대에도 초당적 협력 미 국방개혁 ‘성공궤도’로

기사입력 2017. 12. 18   17:12

<43> 제임스 로처의『포토맥 강에서의 승리』

국방개혁 법안, 미 국방부·합참 설립 후 가장 성공적인 개혁 ‘정평’

입법까지 4년 241일… 골드워터 주도 속 필자 등 보좌진 ‘땀의 결실’

 


 

James R. Locher Ⅲ. 2002. Victory on the Potomac: The Goldwater-Nichols Act Unifies the Pentagon. Texas A&M University Military History Series | 미번역.



국방개혁은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대표적 사례가 1986년 미국에서 입법화에 성공한 ‘골드워터-니콜스 국방재조직법’이다. 1947년 미 국방부와 합동참모부가 만들어진 이후 가장 성공적인 개혁법안으로 알려져 있다. 법안 내용도 중요하지만, 정작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국방부와 각 군의 반대를 물리치고 입법화에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들일 것이다.

1980년 미군은 최악의 상황에 놓여 있었다. 베트남전쟁의 트라우마가 깊게 드리워진 상황에서 이란 인질 구출작전이 실패함으로써 미국의 체면은 바닥으로 떨어졌다. 1982년에는 베이루트의 폭탄테러로 241명의 미 해병이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진상조사에 나섰던 미 의회조사단은 경악했다. 제대로 된 대비는 물론 사후수습도 엉망이었다. 지휘체계는 분산돼 있었고 전체적으로 관리할 전략기획이 부재했다. 한마디로 합참이 제 역할을 못 하고 있었다. 1983년 그레나다 침공에서도 이런 문제가 불거지면서 국방개혁의 필요성은 더욱 커졌다.



위기의 미군 지휘체계

국방구조개혁의 첫 번째 신호탄을 쏘아 올린 이는 당시 합참의장이었던 존스(D. Johns) 장군이었다. 1982년 3월 미 하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 나서 그는 합참의 의사결정 과정의 문제를 조심스럽게 제기했다. ‘위원회’ 방식으로 운영되는 합참으로는 신속하고 효율적인 의사결정이 어렵다는 지적이었다. 더 일관된 지휘권의 통합이 절실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각 군의 분파주의를 극복할 수 있는 특단의 방안이 필요했다. 합동성을 강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당시 국방조직의 개혁법안이 입법화에 성공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창군 이래 각 군은 부대운영과 작전에서 독자성을 누려왔고, 이를 지지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특히 당시 와인버거(C. Weinberger) 국방부 장관이 부정적이었다. 자신이 잘 관리하고 있는데 무슨 문제냐는 반응이었다. 예산삭감을 위한 꼼수라는 의혹도 갖고 있었다. 그는 레이건 대통령과도 친밀했다.

초기 미 의회도 부정적이기는 마찬가지였다. 국방안보 문제의 주도권을 갖고 있는 상원은 보수적인 공화당이 지배하고 있었다. 상원의원 대부분이 장교로 복무한 경험이 있었고, 개인적으로 각 군과 친밀한 커넥션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도 국방개혁을 염원하는 의회 지도자들과 그 보좌진은 4년 하고도 241일간의 고투 끝에 ‘골드워터-니콜스 국방재조직법(Goldwater-Nichols Defense Reorganization Act)’을 통과시키는 역사적 결실을 거두게 된다. 존 메이어 전 합참의원을 비롯한 많은 군사전문가들이 걸프전의 승리를 비롯한 1990년대 이후 미군의 빛나는 성취가 가능했던 것은 이 법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미 국방부와 합참 조직을 만들어낸 1947년 국가안보법 이후 최대 성과로 인정받고 있는 것도 이처럼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 생생하게 묘사돼 있지만, 법안 찬성 측과 반대 측이 벌였던 치열한 공방전을 요약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법안 내용도 그리 중요하지 않다. 미국과 한국은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법안의 입법화 과정에서 우리가 배울 교훈은 결코 적지 않다.

무엇보다 군 내부의 개혁적 지도자의 존재다. 합참 조직의 문제를 가장 먼저 제기한 사람은 존스 합참의장이었다. 지휘체계를 일원화하고 합참의장과 통합군사령관의 권능을 강화하자는 주장이었다. 다른 말로 하면 각 군의 독자성과 분파성을 약화시켜야 한다는 것이었다. 공군 출신의 존스는 합참의장 4년을 포함해 모두 8년간 합참에서 지냈다. 누구보다도 합참의 현실을 잘 아는 인물이었다. 그는 청문회에서 자기 의견을 개진하는 것으로 끝내지 않았다. 더욱 체계화한 논문을 발표해서 공감을 끌어냈다. 가장 강력한 저항 거점인 해군에서도 의미 있는 파문을 일으켰다. 당시 태평양함대 사령관인 크로우(B. Crowe) 제독이 도움을 주기 시작했다. 220척의 함정과 800여 대의 항공기, 55개 기지에 22만 명의 병력을 관장하는 해군 최고의 지휘관이 나선 것이다.



의회 지도자의 초당적 협력

이러한 군부 일각의 문제 제기를 받아준 것은 백악관이 아니라 미 의회였다. 하원 군사위원회 니콜스(W. Nichols) 위원장이 먼저 나섰다. 1982년과 1983년의 법안 상정은 니콜스 의원의 공이다. 이러한 노력이 상원의 무관심과 지능적인 저항에 실패하자, 상원 군사위원회 위원장으로 등장한 골드워터(B. Goldwater) 공화당 상원의원이 나섰다. 그는 상원의원으로서 마지막 임기를 남기고 있었지만, 국방개혁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자신의 마지막 과업이라 생각하고 깃발을 들었다. 그는 처음부터 이 문제는 초당적 협력을 통해야만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그의 파트너로 함께한 이가 넌(S. Nunn) 민주당 상원의원이었다. 이들은 1985년 1월부터 대통령의 재가가 떨어진 그날까지 함께했다. 그들이 만들어낸 초당적 협력은 지난 50년간 미국 의회가 보여준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기억되고 있다. 이 법이 미 의회 군사위원회가 통과시킨 가장 중요한 법안으로 평가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1958년 아이젠하워 대통령의 국방개혁은 반쪽짜리 성공이었다. 의회가 주도할 때 더 성과가 좋았다는 점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

법안 입법화의 가장 어려운 시간은 1986년 2월부터 시작된 상원 군사위원회의 법안 축조 심사과정이었다. 반대 측을 대표했던 공화당의 워너(J. Warner) 의원은 13개의 수정안을 내며 공세에 나섰다. 이런 상황에서 회의를 주관하던 골드워터 의원은 대화와 타협의 원칙을 고수했다. 골드워터와 넌 의원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충분한 토론을 보장하기로 마음먹었다. 찬반의 입장은 분명했지만, 상대편의 발언권을 제한하는 그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가능한 한 당파적 입장에서 벗어나려 했다. 저자는 워너의 수정안을 토론하는 과정에서 법안이 더욱 정교해지고 완벽해졌다고 기록하고 있다.

반대 측의 전략은 군사위원회에서 10대9 정도로 지더라도 전체회의에서 뒤엎을 수 있을 거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군사위원회의 공개투표 결과는 19대0으로 압도적 찬성이었다.



실무보좌진의 빛나는 역할

우리가 기억해야 할 또 하나의 성공 요인은 보좌진이다. 이 책의 저자를 비롯해 리처드 핀(Richard Finn), 제프리 스미스(Jeffry Smith), 아치 배럿(Archie Barrett)과 같은 보좌관들이 수행한 역할이다. 골드워터와 넌 의원이 지휘관이라면 이들은 탁월한 전사들이었다. 조사보고서와 법안을 실제 작성한 것은 이들이었다. 반대 측에서 이들을 실제적인 공격목표로 삼았던 것도 이들이 담당한 역할이 그만큼 컸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1986년 10월 1일 레이건 대통령의 재가가 떨어졌다. 말 그대로 4년 하고 241일간의 고투가 성공적으로 끝난 것이다. 상층 지휘구조 개편에만 이 정도의 시간이 걸린 것이다. 빛나는 성취를 이룩한 인간의 의지와 노력, 그 열정에 경외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의 저자 제임스 로처(James Locher Ⅲ·1946년생)는 미 육사 출신으로 미 상원 군사위원회 보좌관(staffer)으로 입법화 작업의 실무책임을 맡았다. 반대 진영에서 이 법안을 ‘로처 법안’이라 부를 정도로 그의 역할은 결정적이었다. 현장을 지킨 저자의 글이라 마치 회의실에서 토론 과정을 지켜보고 있는 것처럼 생생하다. 법안 자체의 내용보다 의회, 국방부, 합참과 각 군, 백악관, 그리고 민간연구소 들이 만들어내는 역동적인 상호작용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국방개혁을 열망하는 이라면 꼭 읽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최영진 중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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