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워싱턴에서 본 한미동맹

한미동맹, 경제.문화 아우르는 ‘포괄적 전략동맹’ 돼야

입력 2017. 12. 17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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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끝> 군사외교의 현장에서


주미국방무관 시절인 2012년 10월 미국의회에서 열린 한미 관계 행사에 참석해 워싱턴의 국회의사당 앞에 선 이서영 장군.    필자 제공
주미국방무관 시절인 2012년 10월 미국의회에서 열린 한미 관계 행사에 참석해 워싱턴의 국회의사당 앞에 선 이서영 장군. 필자 제공



국가 안보에 실험 없어… 안보 있어야 경제 있어

주변 강국 영향 최소화 위해 굳건한 동맹 필요

스무 살부터 자랑스러운 군인의 길 걷게 해주고

당당한 군사외교 기회 준 군과 국가에 무한 감사 



40여 년 전 스무 살에 육사에 입교해 오랜 세월 군 생활을 하면서 전후방, 한미연합사, 이라크, 워싱턴 등 한미동맹과 군사외교 현장에서 많은 경험을 했다. 영광스러운 군인의 길을 걸으며 군을 통해 국가를 생각하고, 세계 속의 우리 군과 국가를 보며, 국제관계 속에서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바라보게 됐다.

소령 시절 미 합동참모대학에 유학해 국제안보전략과 연합작전을 공부했던 것이 한미 관계 및 군사외교와 인연이 됐다. 소령에서 대령 때까지 연합사에서 연합작전을 기획하고, 작전계획을 수립해 연합작전을 수행하는 직책에서 10년 가까이 일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소령·중령 시절까지만 해도 한미 관계의 중요성에 대해 이론적으로는 알고 부여된 임무는 열심히 수행했으나, 국제 관계의 큰 그림은 잘 몰랐고 한미 관계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깊이 있는 이해가 부족했다.

대령 시절 양구에서 연대장을 마치고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동맹군사령부 협조단장으로 이라크전에 참전한 30여 개국 동맹군들과 같이 근무하며, 한미 양자 관계를 넘어 다자 관계 속에서 한국의 위상과 역할, 강대국 관계와 힘의 논리에 의한 국제 관계의 현장을 체험했다. 그리고 동맹국인 미국과의 관계가 왜 중요한가를 이라크 전장에서 더욱 깊이 인식하게 됐다.

장군이 되어 주미국방무관으로 국제 외교의 또 다른 전장인 워싱턴에서 근무하며 더 큰 세상을 보게 됐다. 국제 관계와 대한민국을 보며 한미 관계의 중요성을 더욱 확실하게 인식했고 우리가 미국과 동맹 관계를 유지해서 나라를 지키고 국가를 발전시키는 것이 왜 국가 이익에 결정적 요인이 되는가와 국력과 국제 관계도 깊이 인식하는 계기가 됐다. 미국이 어떤 나라이며 우리의 외교 안보·경제·사회 및 국익과는 어떤 관계가 있고, 한국의 위상과 미국이 국제 관계 속에서 어떤 힘을 갖고 있는가도 분명히 알게 됐다.

생도 시절이나 30년 전 처음 미국에 유학 갔을 때와 비교해 보면 세계 10위권의 경제 강국인 지금 우리의 국력과 국제적 위상은 크게 올라갔다. 이는 국가지도자와 국민이 힘을 합해 노력한 결과이며, 한미동맹을 통해 전쟁을 억제하고 평화 속에 국가 발전을 이뤘기 때문이다.

개인에게도 정말 어려울 때 도와줄 진정한 친한 친구가 필요하듯이 국가 간에도 그렇다. 나라가 위태로울 때 목숨 걸고 같이 싸워 한국을 같이 지켜줄 수 있는 나라가 동맹이다. 개인에게 생명이 중요하듯이 국가에도 존망과 안위가 가장 중요하다. 국가에 있어 이보다 더 큰 가치는 없다.

혼자 지키는 것보다는 힘이 강한 나라와 함께 지키는 것이 더 유리하며, 우리와 함께 지키는 나라가 세계 최강국 미국일 경우 우리에게 훨씬 유리하다. 그래서 핵무기까지 갖고 있는 유럽의 영국·프랑스와 독일도 미군과 연합작전체제를 유지하며 함께 나라를 지키는 것이다.

국가 안보에 있어 실험은 없다. 안보가 있어야 경제도 있다. 안보가 흔들리면 경제도 무너지며 국가는 재앙에 빠진다. 그래서 전쟁 억제에 가장 확실하고, 만약 전쟁이 발발한다면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체제, 즉 대한민국을 가장 확실하게 잘 지킬 수 있는 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동맹 관계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다. 필요할 때만 동맹을 찾으면 신뢰가 생기지 않는다. 깊은 신뢰가 있으면 동맹국이 갖고 있는 모든 능력을 다 써서 함께 지킬 수 있다.

우리 주변에는 230만 군대와 핵·미사일을 보유하고 세계 최강 군대, 세계 최선두 국가를 이루겠다는 중국이 있다. 과거 미국과 쌍벽을 이뤘고 현재도 80만 군대와 핵·미사일을 보유한 러시아도 있다. 지금은 우방이나 2차대전 때 미국과도 전쟁을 했던 일본이 있다. 중국과 일본이 힘이 강할 때 한국을 침공했던 것은 역사적 사실이다. 북한은 현역 130만, 예비군 800만, 핵·미사일로 무장해 대남적화통일을 노리며 우리를 강하게 위협하고 있다.

이러한 안보환경을 볼 때 우리는 미국과의 동맹을 더욱 강화해야만 한다.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은 우리 군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맞서고 한미연합작전을 주도할 수 있는 능력을 충분히 갖추는 것과 이를 위한 국방예산 확충이 전제돼야 한다. 통일 과정과 통일 이후에도 주변 강국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한미동맹이 필요하다. 아울러 미래의 한미동맹 관계는 군사 관계뿐만 아니라 경제·사회·문화 분야와 한반도 문제는 물론, 동북아와 글로벌 이슈를 아우르는 포괄적 전략 동맹으로 발전돼야 한다.

이서영 장군이 2006년 4월 연합사령관 벨(Bell) 대장으로부터 미국 동성훈장(Bronze Star Medal)을 받고 있다.       필자 제공
이서영 장군이 2006년 4월 연합사령관 벨(Bell) 대장으로부터 미국 동성훈장(Bronze Star Medal)을 받고 있다. 필자 제공


워싱턴에 근무할 때 백악관 옆에 역사가 100년 넘은 윌라드호텔의 옥시덴탈 그릴이라는 레스토랑에서 미국 측 인사들을 종종 만났다. 고풍스럽고 조용한 분위기가 대화를 나누기 좋았기 때문이다. 쿠바 미사일 위기 때 미소 간 결정적 요담이 이뤄진 곳이기도 하다. 루스벨트·아이젠하워·케네디 대통령, 처칠 수상, 파월 국무장관, 헤이글 국방장관, 워너·매케인 상원국방위원장, 맥아더·패튼 장군 등 이곳을 찾은 많은 명사들의 서명이 담긴 사진이 벽에 걸려 있다.

워싱턴을 떠나기 전 들렀더니 책임자가 “이 장군이 이곳을 종종 찾아줬고 군사외교를 하는 모습을 봤는데 참 인상적이며, 역사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이곳 벽면에 이 장군의 사진을 동양인으로는 처음으로 걸어두고 싶다”고 했다.

필자는 “마음은 고마우나 사양하겠다”고 했으나 그가 내부 논의를 거친 제의라며 몇 차례 권유하기에 생각해보니, 한국군의 위상과 군사외교 차원에서 긍정적인 면도 있을 것 같아 정복 사진에 서명해 건네주고 왔다. 작년 여름 한미 오피니언 리더 세미나 참석차 워싱턴에 가서 그 레스토랑에서 미 측 인사를 만났는데 필자의 사진이 걸려 있어, 활발하게 군사외교를 펼치던 시절이 생각났다.

시골 소년에게 국가를 지키며 자랑스러운 군인의 길을 걷게 해주고, 넓은 세계를 보며 군사외교의 기회를 준 군과 국가에 감사한다. 군사외교를 하며 누구를 만나도 항상 대한민국 군인의 자긍심을 갖고 당당하게 군사외교를 했다. 바그다드에 파병돼 격전의 현장과 한 나라의 흥망성쇠도 봤고 국가지도자와 국민, 나라를 지키는 군의 역할이 무엇인가를 깊이 느꼈다. 군인으로서 화랑무공훈장과 미국 동성훈장을 받은 것도 영광이다.

야전과 정책부서에서 좋은 선배들로부터 많이 배웠다. 서로 격려하며 같은 길을 걸어온 동기생 및 동료들과 고락을 함께한 부하들에게도 고맙게 생각한다. 대한민국의 이름으로 한미동맹의 최전선에서 국익을 위해 함께 뛰던 무관들과 동료 외교관들에게도 감사한다.

엊그제 연재를 시작한 것 같은데 어느덧 일 년이 지나 이제 ‘워싱턴에서 본 한미동맹’을 마무리해야 할 때다. 근래에 국방부·합참·연합사와 야전부대에서 만난 후배들이 “국방일보에 연재하는 글을 읽으며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잘 이해하게 됐고, 스크랩을 해두고 참고한다”는 말을 여러 번 듣고 보람도 컸다. 그동안 부족한 글을 읽고 격려해준 선후배, 동료, 전우, 독자들과 국방일보에 감사한다. 위국헌신의 길을 걸으며 조국을 지키는 자랑스러운 국군장병들의 건투와 영광을 기원한다! 
<전 주미국방무관 이서영 장군의 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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