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전쟁 영화 속 영웅

단 3일을 살아도 누구보다 강렬하게 살겠다

입력 2017. 12. 12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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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For Whom The Bell Tolls), 1943 감독: 샘 우드/출연: 게리 쿠퍼, 잉그리드 버그먼



“어떤 이의 죽음은

나 자신의 소모.

나 또한 인류의 일부이기에.

그러니 묻지 말라.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느냐고…

종은 바로 그대를 위하여

울리는 것이다”

 

-존 던의 ‘죽음에 임해서의 기도’- 

 


스페인 내전(The Battle for Spain)은 1936년 2월 스페인 제2공화국 정부가 성립된 데 대해 그해 7월 군부를 주축으로 한 파시즘 진영이 일으킨 전쟁이다. 20세기 모든 이념의 격전장으로 불리는 이 전쟁은 자유·공산·무정부주의자 세력이 연합해 파시즘 프랑코 군부와 싸운 내전이다. 어니스트 헤밍웨이, 앙드레 말로 등 세계 지식인들이 자유민주주의 편에 서서 참전했다.


스페인 내전에 참전한 미국 교수

영화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는 운전병으로 스페인 내전에 직접 참전한 미국 작가 헤밍웨이가 쓴 소설이 원작으로, 자유를 위해 공화파 의용군에 투신한 젊은 미국인 대학교수 로버트 조던이 다리 폭파 임무를 수행하는 사흘간의 이야기다. 파시즘에 부모를 잃고 산속에 숨어 지내는 여자 게릴라 대원 마리아와의 사랑 이야기가 감명 깊다.

1937년 파시스트와 공화파로 갈라져 싸우던 스페인 내전에 미국 청년 교수 조던(게리 쿠퍼)이 산속 게릴라 대원으로 합류한다. 그의 임무는 철교 폭파. 조던을 본 마리아(잉그리드 버그먼)는 첫눈에 반한다. 짧은 머리의 그녀는 파시스트에게 사살된 시장의 딸이다. 조던은 게릴라단의 우두머리 파블로가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자 그의 아내 필라 및 다른 대원들과 작전을 협의해 간다.

마침내 사흘째 아침, 조던 일행은 철교 폭파에 성공한다. 대원들은 적의 대포 공격을 피해 한 명씩 말을 타고 탈출을 시도한다. 그러나 조던이 맨 마지막으로 말을 타고 달리는 순간 적군의 포화에 쓰러지고 마리아는 쓰러진 그의 몸에 매달려 울며 떠나려 하지 않는다. 하지만 조던은 떠나라고 마리아를 설득하고, 필라는 그녀를 강제로 말에 태워 빠져나간다.


확고한 신념으로 진두지휘하는 전형적 영웅

영화의 주인공 조던은 전형적인 전쟁 영웅의 모습을 보여준다. 잘생긴 외모에 조직을 장악하는 카리스마도 남다르다. 조던의 “72시간을 살아도 72년을 산 사람보다 더 강렬하게 살 수 있다”란 말 역시 의용군 리더로서 주인공의 캐릭터를 잘 표현하고 있다.

이 같은 모습은 참전 배경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미국 출신인 그는 파시즘과 싸우기 위해 대학을 1년간 휴직하고 스페인 내전에 기꺼이 참전했다.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확고한 신념의 소유자가 아니라면 할 수 없는 용기다.

조던은 가장 위험한 임무인 교량 폭파를 완수하기 위해 직접 다리에 화약을 설치하고 폭파 후 유일한 탈출 수단인 말(馬)도 다른 대원에게 양보한다. 또 영화 끝부분, 심각한 부상으로 움직일 수 없게 되자 같이 남겠다는 마리아를 떠나도록 설득하고 홀로 남아 기관총을 잡고 동료들이 탈출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렇듯 조던은 전투를 진두지휘할 뿐만 아니라 위기 상황에선 솔선수범하며 숭고한 희생정신을 발휘한다.

이러한 전우애와 희생정신은 당시 스페인 내전에 참가한 세계 유명 지식인의 일면을 보여주고 있으며, 자유를 갈망하는 공화파의 도덕적인 우월함을 드러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1940~50년대 최고 할리우드 배우 출연

영화는 남녀 주인공의 대사로 유명하다. 마리아가 조던과 첫 키스를 하면서 오뚝한 코가 부딪치자 “키스할 때는 고개를 왼쪽으로 돌리나요? 아니면 오른쪽으로 돌리나요?”라고 말하는 것은 이 영화의 대표적인 명대사다. 영화 종반 부상한 조단을 안 떠나려는 마리아에게 하는 “난 너야. 당신이 가면 나도 가는 거야. 그게 내가 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야”라는 조던의 대사는 보는 이의 가슴을 울린다.

영화는 70여 년의 고전 영화로서 1940∼50년대 최고 할리우드 배우인 게리 쿠퍼, 잉그리드 버그먼의 전성기 때 모습을 선사한다. 특히 마리아 역의 잉그리드 버그먼의 청순한 모습이 매력적이다.


영국 종교시 ‘죽음에…’ 인용해 주제 강조

영화는 영국의 종교시인 존 던의 시 ‘죽음에 임해서의 기도’에서 빌려온 “어떤 이의 죽음도 나 자신의 소모려니, 그건 나 또한 인류의 일부이기에. 그러니 묻지 말라.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느냐고…종은 바로 그대를 위하여 울리는 것이다”로 시작하는데, 이 말은 이 영화의 주제를 잘 나타낸다. 1930년대 말 당시 전 세계에 벌어지고 있던 자유민주주의의 위기에 무력해지거나 무관심하지 말고 서로 연대해 싸워나가자고 강조하고 있다.

우리도 지금껏 공산주의와 싸워 자유민주주의를 잘 지켜 왔다. 2차대전 후 신생 국가 중 우리처럼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룬 나라는 없다. 가난에서 벗어나려는 국민의 열망과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신념이 남달랐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넉넉함도 국방 없이는 사상누각이 될 것이란 점도 잊어선 안 된다. <김병재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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