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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킹과 액션의 기묘한 조화…현실세게에 던지는 메시지?

입력 2017. 12. 06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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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와치독스


해커, 모바일 기기 통해 밝은 대낮

길거리 활보하며 손쉽게 정보 수집

 

1편선 시카고를 통제하던 ctOS2

편선 미국 서부로 무대 옮겨

은밀·과감한 해킹…살상 없는 승리 암시

 



정보전 하면 떠오르는 여러 가지 개념들이 있지만 가장 대중적으로 알려진 개념은 역시 해킹일 것이다. 중요 기밀을 빼내고, 상대의 데이터를 파손하거나 침입자의 뜻대로 조작하는, 그리고 이러한 침입을 막아내는 광범위한 활동을 통칭하는 해킹은 화약과 폭음이 없다뿐이지 그 자체로 이미 전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기에 사이버공간에서 펼쳐지는 전쟁 같은 공방 또한 게임으로 자주 다뤄졌다.

그중에서도 2014년 첫 출시를 알린 ‘와치독스’는 대중적 인지도 면에서는 독보적인 선두를 달리는 게임이다. 해킹을 게임 안의 미니 게임으로 다루는 정도가 아니라 오픈 월드 게임 안에서 이야기 면에서나 게임 구조 면에서나 모두 해킹을 핵심적인 주제로 다루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 게임의 주인공은 사격, 육체 능력 외에도 주인공의 능력치로 해킹 요소를 가장 중심에 두고 있다.



해킹이 중심에 선 오픈 월드 액션 어드벤처

‘와치독스’ 1편의 주인공인 에이든 피어스는 해킹집단 출신으로 시카고 인근에서 자경단 활동을 이어간다. 그의 자경단 활동은 일반적인 경우와 무척 다른데, 에이든이 가지고 있는 스마트폰에 설치된 엄청난 성능의 해킹 앱 때문이다.

게임을 진행해 보면 사실상 도시의 거의 모든 것들이 해킹 가능한 요소로 등장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길거리를 지나가는 사람들의 인적사항과 취향, 은행 예금상태와 최근 전과기록, 심지어는 좋아하는 노래까지도 확인이 가능하다.

‘와치독스’의 해킹은 단순한 확인 수준에 머무르지 않는다. 도심에서 추격전이 벌어질 경우 플레이어는 해킹을 활용해 사거리의 신호를 순식간에 바꾸거나 자동 바리케이드를 내려버리는 등의 활동으로 적과 교전할 수 있다. 잠입과 추적 또한 직접 뛰는 것이 아닌 도심 곳곳에 설치된 CCTV의 해킹을 통해 수행한다. 2016년 발매된 2편에서는 본격적으로 드론까지 출동해 대부분의 미션을 플레이어 캐릭터가 직접 움직이지 않고도 수행할 수 있는 수준의 해킹 요소를 자랑한다.



‘빅 브라더’의 출현, 거대 정보 시스템

지나가는 사람 하나하나의 정보까지도 확인 가능한 게임 속 시카고는 언뜻 보기에는 게임적 과장이 심해 보이는 세계일 것이다. 스마트폰 해킹 조작 한 번으로 ATM 기계가 우르르 지폐를 뱉어내고 건물 하나가 통째로 정전이 되며, 순식간에 누군가의 통화를 엿들을 수 있다는 건 어찌 보면 비현실적인 설정으로 여겨질 것이다. 그러나 ‘와치독스’의 배경 설정에 들어 있는 ctOS라는 도시 통제 시스템의 존재가 게임 속 세계를 설명하는 도구가 된다.

게임 속 거대 기업이 개발한 ctOS는 도시 전체를 통제하는 네트워크 시스템이다. 개인정보, 교통정보, 금융과 위치정보까지 사실상 데이터화가 가능한 모든 정보는 ctOS 안에서 단일한 통제하에 놓인다. 각각의 정보들이 지금 현재의 현실보다 하나의 플랫폼으로 통합돼 있기에 게임 속 시카고는 무척 효율적으로 돌아가는 반면, 반대급부로 한 번의 해킹에 모든 것을 통째로 유출 당하는 문제점도 함께 갖고 있다.

개인으로 활동하는 일개 해커가 도시 전체의 시스템을 손쉽게 해킹할 수 있는 배경은 그래서 단지 해커 개인의 능력뿐 아니라 모든 정보를 한 곳에 수집해 관리하는 거대 기업에 종속된 사회적 문제를 포함한다. 소설 ‘1984’ 등에서 이미 등장이 예견됐던 ‘빅 브라더’의 출현인 것이다.

1편에서 시카고 전체를 통제하던 ctOS는 2편에서 그 무대를 미국 서부로 옮겨가면서 점점 더 커져가는 거대 기업의 현대 사회에서의 정보 통제 문제를 거론한다. 도시의 모든 것이 감시당하는 환경 속에서 목표를 향해 때로는 은밀하게, 때로는 과감하게 움직이는 ‘와치독스’ 시리즈의 주인공들의 활동을 통해 ‘와치독스’는 정보화 사회가 갖는 동전의 양면, 손쉬운 효율화에 함께 따라오는 정보 유출과 통제의 문제를 드러낸다.



정보전의 중요성 부각

기존의 영화나 드라마에서 등장하던 해킹의 모습은 대체로 구석진 골방에 앉아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는 형태였다. 그러나 ‘와치독스’는 모바일 네트워크 시대를 맞아 변화한 해킹의 이미지가 무엇인지를 보여 준다. 해커는 밝은 대낮 길거리를 활보하면서 정보를 모으고, 총기를 든 적과도 두려움 없이 맞서 싸운다. 모바일기기를 통해 군중 틈 사이에서 손쉽게 정보를 채 가는 해커의 모습은 해킹이 더 이상 특수한 이야기가 아님을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 수 없다.

정보전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는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해킹과 정보 통제라는 주제는 이제 더 이상 먼 이야기가 아니다. ‘와치독스’ 2편에서 단지 해킹만으로도 목적 달성이 가능한 미션들이 등장한다는 것은 전쟁 또한 정보화 사회에서는 살상을 일으키지 않고도 승리할 수 있는 방법으로도 나타나게 된다는 사실에 대한 암시일 것이다. 해킹과 액션이 기묘하게 버무려진 ‘와치독스’는 그래서 게임 바깥 현실에 대한 메시지 또한 결코 가볍지 않은 게임이다.
<이경혁 게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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