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전쟁 영화 속 영웅

이라크의 대량 살상무기를 제거하라

입력 2017. 12. 05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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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그린 존(Green Zone), 2010 감독: 폴 그린그래스/출연: 맷 데이먼, 제이슨 아이삭스



 

2001년 9·11 테러를 당한 미국은 대테러전을 선언하고, 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WMD: Weapons of Mass Destruction)를 보유하고 있다며 이라크·이란·북한을 ‘악의 축’으로 지정했다. 특히 이라크는 9·11 테러를 일으킨 알카에다와 접촉하고 있다며 후세인 정권을 무너뜨리려고 했다. 마침내 2003년 3월, 미국과 영국 연합군은 이라크를 공격했고 채 한 달도 안 돼 전쟁은 미국의 승리로 끝났다.

 

2003년, 미국과 이라크 전쟁 배경… ‘그린 존’은 전쟁터 속 안전지대 뜻해


이 싸움이 ‘이라크의 자유(Freedom of Iraq)’란 작전명의 이라크전쟁이다.

영화 ‘그린 존’은 2003년 3월 미국이 이라크를 상대로 벌인 이라크 전쟁을 배경으로 대량살상무기가 실제 존재했느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라크 대량살상무기 제거 명령을 받은 한 미군 장교가 현지 이라크인의 협조를 받아 펼치는 수색 과정에서 미 정부와 언론의 음모 등 전쟁의 또 다른 이면을 그리고 있다. 그린 존은 사담 후세인이 사용하던 바그다드 궁을 개조한 미군의 특별경계구역으로, 전쟁터 속 안전지대를 뜻한다.

미 육군 로이 밀러(맷 데이먼) 준위는 이라크 내에 숨겨진 대량살상무기 제거 명령을 받고 바그다드로 급파된다. 그는 수색작전이 번번이 실패하자 제보가 엉터리라며 문제를 제기한다. 하지만 상부는 이를 묵살한다. 이때 이라크 문제에 정통한 미 CIA 국장이 다가와 WMD는 없을 거라고 귀띔한다. 그러면서 뭔가 찾으면 자기에게 보고해 달라고 한다. 그런 와중에 이라크 청년 프레디로부터 이라크 군부가 한자리에 모인다는 제보를 받는다. 그 집을 기습한 밀러와 대원들은 군부 핵심 장군은 놓치고 부하 한 명과 수첩 하나를 획득하지만, 갑자기 등장한 미 델타포스에게 잡은 부하를 빼앗긴다. 이후 밀러 준위는 습득한 수첩을 CIA 국장에게 건네면서 점차 전쟁의 실체와 마주하게 된다. 그를 저지하는 미 국방부와 델타포스, 그를 도와주려는 CIA 국장, 기득권을 보장받으려는 이라크 군부, 특종을 쫓는 여기자가 퍼즐처럼 얽히며 충돌한다.

 

사색하고 회의하는 주인공… 임무에 충실하려 할수록 전쟁 뒤 음모에 빠져들어


영화 속 주인공 밀러 준위는 대량살상무기를 찾아 세계 평화에 기여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참전한 미 육군 소속의 수색팀장이다. 하지만 그는 기존의 할리우드 전쟁영웅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적군과 아군이 확연하게 나뉜 상황에서 맡은 바 임무 수행을 위해 고군분투하거나, 기계적으로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사색하고 회의(懷疑)한다. 적국인 이라크와 싸우러 온 그가 ‘대량살상무기 찾기’라는 미션을 충실히 하려고 하면 할수록 점점 전쟁의 명분 뒤에 숨어있는 음모에 빠져드는 모순적인 상황에 놓이게 된다는 것이다.

밀러 준위가 이렇게 된 것은 상당 부분 그가 현지 통역관으로 채용한 이라크 청년 프레디 때문이다. 프레디는 미군 편에서 일하지만 자신의 나라 정세를 놓고 밀러와 논쟁할 때는 할 말을 다 한다. 오월동주(吳越同舟)인 셈이다. 밀러는 프레디로부터 “당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내 조국을 위해서 정보를 준다”란 말을 듣는다. 영화 종반 밀러가 이라크 장군을 체포하려는 순간에도 먼저 장군을 사살한 프레디로부터 “우리의 일을 미국이 해결하려 하지 마라”는 말을 듣게 된다.

이렇듯 주인공 밀러는 적국의 국민과 소통하며 자신의 행동을 결정하고 수행하는 이율배반적인 캐릭터다. 다만 그에게 협조하는 적국 국민이 이라크 전쟁의 한 축인 현존 세력이 아니라 평화를 꿈꾸는 젊은 세대란 점에서 미래지향적이고 긍정적이다.

 

본 시리즈의 감독과 맷 데이먼, 박진감 넘치는 전투 장면 연출

 

감독은 ‘본 슈프리머시’ ‘본 얼티메이텀’ 등 본 시리즈를 연출한 폴 그린그래스고, 주연은 같은 영화들에서 제이슨 본 역으로 나온 맷 데이먼이다. 스피디한 전개와 현란한 핸드헬드 촬영으로 긴장감과 박진감 넘치는 전투 장면을 선사한다.

영화 마지막 장면, 사막의 도로를 달리는 주인공의 시선을 따라가 보면 대형 정유시설과 원유 저장고 등 방대한 석유 시설물들이 펼쳐진다. 미국이 전쟁을 벌인 진짜 이유가 바로 석유일 수도 있다는 것을 연상시키는 장면이다. 이 석유음모론 외에도 군산복합체의 지원과 신무기 실험을 위한 전쟁설, 유라시아 세력 재편과 중국에 대한 견제설도 있었다. 하지만 모두 설에 불과하다. 확인된 바가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전쟁은 끝났지만 지금까지도 이라크는 자폭 테러 등으로 여전히 불안하다는 것이다. 한 국가, 국민의 소망과 무관하게 돌아가는 게 세계 정세다. 작금의 한반도를 둘러싼 미·중·일 강대국 간의 움직임만 봐도 그렇다. 우리가 정신 줄을 놓아선 안 되는 이유다. <김병재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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