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36계, 병법을 말하다

변화무쌍 예측불가 전술로 적의 허점을 찔러라

입력 2017. 12. 04   15:55
0 댓글

<44> 손빈병법과 위위구조



 

손빈, 제나라 위왕 도와 강대국 만들어

용병 이치 다룬 논병과 전투기술 논전

30장으로 구성… 원본 내용 많이 훼손

상황별 전술로 유리한 형세 조성 강조


손자병법과 육도삼략 등 무경칠서에 손빈병법·장원·36계를 더해 무경십서라 한다. 전국시대 중반은 전차의 기동력을 앞세운 기동전이 우세했다. 오나라에 손자가 있었다면 제나라에는 손빈이 있었다. 그는 유리한 형세를 취한 뒤 싸우는 기(奇)전술을 중요시했다.

논병과 삼위일체

손빈은 기원전 4세기 중반 제나라 위왕과 전기 장군을 도와 제나라를 강대국으로 만들었다. 그가 지은 『손빈병법』은 1972년 은작산에서 출토됐는데 많은 내용이 훼손돼 1만1000자 정도만 해독됐다. 모두 30장으로 편의상 15장씩 용병 이치를 다룬 논병(論兵)과 전투기술인 논전(論戰)으로 나눴다. 핵심은 출기제승(出奇制勝)으로 상황에 따라 기(奇)전술을 계속 바꿔가며 자신에게 유리한 형세를 만들고 적에게는 불리한 형세를 조성해 나가는 전술이다.

1장 금방연(擒龐涓)은 2계 위위구조(圍魏救趙)에서 소개된 계릉전투가 실려 있다. 3장 위왕문(威王問)은 손빈이 위왕, 전기 장군과 함께한 용병에 대한 3자 전술토의다. 손빈은 토의 후 제자들에게 제나라 멸망을 예견했다. ‘궁병자망 제삼세기우의(窮兵者亡 齊三世其憂矣: 제나라는 전쟁을 즐기니 3대가 지나기 전에 큰 우환이 생길 것이다)’였다. 실제로 100여 년 뒤 기원전 221년 진나라에 마지막으로 정복당했다. 5장 찬졸(簒卒)은 뛰어난 장병 선발과 훈련으로 정예화하는 병지승재어찬졸(兵之勝在於簒卒), 6장 월전(月戰)은 천시지리인화(天時地利人和)를 역설했다.


임기응변과 속임수

7장 팔진(八陣)과 8장 지보(地보)는 지형에 따른 병력운용 방안을 제시했다. 9장 세비(勢備)에서 상황 변화에 적시·적절하게 변환하는 임기응변으로 변상(變象)과 적을 속여 함정에 빠뜨리는 모든 종류의 속임수로 권상(權象)을 들었다. 10장 병정(兵情)에서 “화살은 병사, 쇠뇌는 장수, 사수는 군주에 비유할 수 있다(矢, 卒也. 弩, 將也. 發者, 主也.)”라며 삼위일체를 역설했다. 클라우제비츠가 말한 국가·국민·군대의 삼위일체와 뜻이 같다. 13장 연기(延氣)는 전투 준비로부터 시작까지 5가지 사기앙양책이다. 격기(激氣·전투 의지), 이기(利氣·접적 전진 때 사기를 북돋움), 여기(려氣·전투의지 강화), 단기(斷氣·필승의 각오), 연기(延氣·계속 고무하고 유지)로 장병들에게 필승의 자신감을 부여하는 것이다.

14장 관일(官一)은 다양한 속임수인 ‘위기소망 소이이적야(僞遣小亡, 所以餌敵也· 일부러 군수물자를 흘리고 달아나면서 적을 유인)’는 17계 포전인옥(抛전引玉)이다. 餌는 먹이와 미끼를 말한다. 이 전술은 기원전 341년 제나라 전기 장군이 아궁이 숫자를 줄여가며 위나라 방연을 속인 감조유적으로 마릉전투에서 승리를 거둘 때 썼던 것이다.


논전과 기동전

2편 논전은 ‘주도권을 쥐고 허허실실로 작전하라’는 것이 핵심이다. 16장 십진(十陣)은 화공과 수전 등 10개 진법의 특성과 역할을 체계적으로 논하고 있다. 장수의 명령에 따른 일사불란한 움직임으로 적정 변화에 재빠른 변환과 기민한 대응이 관건이다. 구체적으로 17장 십문(十問)에 상황과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19장 객주인분(客主人分)과 20장 선자(善者)는 모든 수단을 써서 전장 주도권을 장악하는 전술이다. 客은 외곽으로부터 포위하는 조공이며, 主는 적 주력을 격멸하는 주공을 말한다. 병력과 장비 우세보다 유리한 형세와 지형 이용이 중요하다.

23장 장의(將義)부터 26장 장실(將失)까지는 장수의 자질을 논한다. 장덕(將德·장수의 덕목)은 ‘애지약교동 경지약엄사(愛之若狡童 敬之若嚴師·병사를 자식처럼 아끼고 자신의 스승처럼 대하는 것)’이다. 장패(將敗)와 장실(將失)에는 패배하는 장수가 교만과 탐욕(驕貪) 등 20개 원인으로 실패를 초래하는 32개 유형을 언급했다.

27장 웅빈성(雄牝城)에서 29장 적소(積疏)까지는 지형 조건에 따른 공략법이다. 웅빈성(雄牝城)은 공격이 어려운 웅성과 쉬운 빈성으로 나눠 설명했다. 오도구탈(五度九奪)은 5가지 불리한 조건을 피하고 9가지 유리한 상황 조성을 논했다. 적소(積疏)에서는 적의 허점을 찌르고 틈을 노리는 것이 승리한다고 했다.

『손빈병법』은 30장 기정(奇正)으로 끝을 맺는다. 『손자병법』 이기승(以奇勝)을 무형이제형(無形而制形: 무형으로 유형을 제압)으로 표현했다. 손빈은 예측 가능한 정공법보다 예측 불가능한 기(奇)전술로 승리를 쟁취했다. <오흥국 전쟁과 평화연구소 연구위원>

< 저작권자 ⓒ 국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댓글 0

오늘의 뉴스

Hot Photo News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