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워싱턴에서 본 한미동맹

국가·지역별 맞춤형 전문인재 육성 안보협력 ‘중책’

입력 2017. 11. 26   15:35
0 댓글

<44>美 군사외교와 국제전문가



 

육·해·공 지역전문가장교 제도 운영

대위급 장교 중 선발 3~5년간 훈련

언어·역사·문화 현지친숙과정 거쳐

국방정책·군사전략 공조에 큰 역할  

 

2015년 7월 랜드(RAND)연구소 객원연구위원으로 있던 필자가 스탠포드대학 아태연구소에서 북 핵 문제와 한미동맹현안에 관한 라운드테이블토론을 마친 후 FAO 출신인 아이켄베리 대사, 스트라웁 아태연구소 부소장과 함께한 모습.     필자 제공

지난달 서울에서 열린 49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 리셉션에 참석해 오래전부터 알고 있는 미군장성을 다시 만났다. 미국의 국방부 직할기관인 국방안보협력국(DSCA) 국장인 후퍼(Hooper) 중장이다.

매티스 국방장관을 수행해 회담에 온 후퍼 장군은 필자가 주미국방무관으로 근무하던 초기인 2011년에 준장으로 태평양사령부(USPACOM)에서 아태정책·전략을 담당하는 기획참모부장이었다.

당시 우리 군의 미사일 사거리 연장이 주요 이슈여서 펜타곤과 태평양사에서 한미국방고위급회의가 종종 열렸는데 그때부터 그를 알게 됐다. 그는 북경주재 미국대사관에서 국방무관을 지낸 중국 전문가라고 필자에게 말했다. 미군에는 지역전문가장교(FAO·Foreign Area Officer)라는 제도가 있는데, 그가 바로 FAO 출신 장군이다.

필자가 이라크 바그다드 동맹군사령부에서 협조단장으로 근무할 때 이라크전과 아프간전을 지휘하고 있던 미 중부사령관 아비자이드(Abizaid) 대장이 종종 동맹군사령부를 방문해 작전회의를 주재했는데 그도 FAO 출신이다. 2015년 미 랜드(RAND)연구소에서 객원연구위원으로 있을 당시 스탠포드대 아태연구소(APARC)를 방문해 전문가라운드테이블에 참석해 북 핵 문제와 한미 안보현안에 관해 토론한 적이 있는데, 거기서 아이켄베리(Eikenberry) 대사를 처음 만났다. 저녁 식사 때 대화 중에 그는 자신이 FAO 출신이며 아시아 전문가라고 말했다.

웨스트 포인트를 졸업한 아이켄베리 중장은 영관장교 시절 북경의 주중대사관에서 무관보좌관을 지냈고, 장군이 되어 주중국방무관을 지낸 아시아 전문가다. 그는 아프간 주둔 동맹군사령관을 지낸 후 2009년부터 아프간 주재 미국대사를 역임했는데, 지금은 스탠퍼드대 아태연구소에서 연구활동을 하며 한미동맹과 관련된 일도 하고 있다. 역시 FAO 출신인 데이턴(Dayton) 장군도 중장 시절 이스라엘에서 5년간 미군의 안보조정관으로 근무했다. 이들 미군장성들의 공통점은 모두 FAO 출신이며, 지역전문가로서 젊은 시절부터 길러온 역량을 발휘해 미국의 군사외교와 국제안보협력에 크게 기여했다는 것이다.

주한미군 중에도 아시아 전문가 FAO들이 많고 특히 한국계 미군들은 FAO가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한국계 미군 최초로 해외 국방무관을 지낸 박영태 대령도 FAO이다. 웨스트포인트를 나와 연합사에도 여러 번 근무하고 태평양사와 펜타곤에서 한반도정책·전략을 담당했던 그는 대령 시절 말레이시아 주재 미국국방무관으로 근무했다.

그의 아들 제이슨 박 중위도 웨스트포인트를 나와 한국계 부자 웨스트포인트 출신이라는 기록을 세웠고 FAO를 꿈꾸기도 했는데, 중위 때 아프간전에 소대장으로 참전해 안타깝게 다리를 잃었다. 필자가 워싱턴에 근무하던 시절 월터리드군병원에 입원해 있던 박 중위를 위문갔던 일이 생각난다.

현재 서울의 주한미국대사관에서 국방무관으로 근무하고 있는 존 리(John Lee) 대령도 웨스트포인트를 나온 FAO이며, 한국계 미군으로는 최초로 주한미국방무관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 외에도 많은 한국계 영관장교들이 FAO로서 펜타곤의 미 국방부·합참의 코리아데스크에서 미국의 국방정책과 군사전략을 담당하고 있으며 태평양사와 한미연합사, 주한미군사, 유엔사에서 한미안보협력의 핵심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고 미래에도 그럴 것으로 생각한다.

한미관계에 관한 업무를 오랜 기간 수행해오면서 눈여겨본 것이 미군의 지역전문가 인재육성제도이다. 전 세계 150여 개국에 30만 가까이 주둔해 근무하는 미군은 일찍이 군사외교의 중요성을 인식해 외국어에 능통하고 세계 여러 나라별로 전문성을 갖춘 인재를 육성해 활용하고 있다. FAO 제도가 바로 그것이다. 그들은 해외에서 무관으로 근무하든가 펜타곤의 미 국방부·합참·각군본부·통합전투사령부에서 해당 지역 전문가로서 그 나라와 관련된 정책과 전략 및 군사외교를 맡고 있다.

FAO는 미군의 육·해·공·해병대가 모두 갖고 있는 제도이며 미군 전체에 총 2200여 명을 아시아·유럽·중동·남미·아프리카 등 지역별로 운용한다. FAO가 되는 과정은 쉽지 않다. 각군에서 중대장을 마친 대위급 장교들이 치열한 경쟁을 뚫고 FAO로 선발되면, 3~5년간 트레이닝 기간을 성공적으로 거쳐야만 자격을 얻을 수 있다.

이들은 캘리포니아 몬터레이에 있는 해군대학원에서 해당 국가와 관련된 안보정책·전략을 공부해 국제관계학 석사학위를 받고, 역시 몬터레이에 위치한 국방언어학교(DLI)에서 언어의 난이도에 따라 1년 내외로 집중적인 언어교육을 받는다. 그 후 해외의 관련 국가에 파견돼 언어·역사·문화 및 전문지식을 습득하고 현지 친숙 과정을 거친 후, 해당국의 지휘참모대학 및 일반대학 과정을 이수해 자격을 갖춘 뒤 FAO로 활용된다.

2016년 2월 랜드(RAND)연구소에 객원연구위원으로 있을 때는 몬터레이에 있는 미 해군대학원(NPS: Naval Postgraduate School)과 국방언어학교(DLI: Defense language Institute)의 초청을 받아 한미관계에 관해 강연을 한 적이 있다. 해군대학원에서는 국제관계대학원생들에게, 국방언어학교에서는 전 세계에서 근무할 FAO 과정 장교들과 앞으로 한국에서 근무하기 위해 한국어과정에서 공부하는 미군들에게 한미동맹의 중요성과 한미관계에 대해서 강연을 했다. 그들은 모두 진지한 자세로 강연을 경청했고, 질문하는 것을 보니 한국과 한반도 안보이슈에 관해 깊이 있는 식견을 갖고 있음을 느꼈다.

DLI는 생각보다 규모가 컸다. DLI 학교장 데퍼트(Deppert) 대령은 필자와 환담 시 DLI에 약 1000명이 넘는 교수와 4500명의 학생이 있는데 미군의 FAO와 해외근무장병은 물론, 외교관, 정부관료, 지역전문가들도 여기서 외국어를 교육한다고 말했다. 이라크·아프간전쟁 및 중국의 부상과 함께 중동어와 중국어를 배우는 학생 수가 많았고,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들도 수백 명 있었다.

인재를 육성해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것이 성패를 좌우하는 것은 어느 조직이나 마찬가지로 적용되는 원리이다. 국방과 군사외교에도 그에 걸맞은 전문가와 인재를 육성하고 그들을 적재적소에 활용하면 국가이익과 안보에 커다란 기여를 할 수 있다. 글로벌 시대가 되고 국제적인 안보협력 소요가 많아진 오늘날에는 더욱 그렇다.

국가에 있어 외교가 중요하듯이 국방에 있어 국가 간의 군사외교와 국방안보협력의 중요성이 더욱 대두되고 있다. 필자의 경험으로는 군사외교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국가관과 사명감, 그 나라의 말을 할 줄 아는 것과 역사·문화에 대한 이해, 우리나라와 그 나라 간의 안보현안 문제에 정통한 것, 그리고 신뢰성 있는 풍부한 인맥이다. 그러나 이러한 전문가는 단기간에 집중교육으로 육성되기 어렵다. 그 지역에 대한 역사와 정책·전략에 대한 깊은 이해, 다양한 업무수행 경험은 물론 그 지역에 풍부한 인맥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시간과 노력, 그리고 전문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세계를 리드하는 선진국이 왜 국제전문 인재 육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가를 인식하고 우리도 이를 정책적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국력을 키우는 길이다. <전 주미국방무관 이서영 장군의 회고>

< 저작권자 ⓒ 국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댓글 0

오늘의 뉴스

Hot Photo News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