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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의 이점을 역이용, ‘방심의 허’를 찔러라

기사입력 2017. 11. 20   17:12

<229> 몽골족이 러시아 정벌에 성공한 비결

몽골족

 강 꽁꽁 어는 12월에 시베리아 공격

기마 부대 장점 기동력 최대한 살려

 

호라즘 제국의 견고한 진지 피하려

추위·강풍 뚫고 산맥 넘어 공격 성공

 

스웨덴의 칼 12세, 프랑스의 나폴레옹, 독일의 히틀러, 아주 저돌적인 이들 정복자도 쓰디쓴 패배를 맛본 난공불락의 나라가 있다. 바로 러시아다. 이들은 영하 50도를 넘나드는 추위 앞에 무릎을 꿇었다. 이들과 달리 세계 역사상 유일하게 러시아 정벌에 성공한 전사들이 있다. 몽골족이다.

칭기즈칸이 훈련시키고 가르쳤던 몽골의 병사들은 세계 전사상 유일하게 러시아 정벌에 성공했다. 그 비결은 무엇일까? 그들은 적군의 이점을 역이용했다.

몽골군은 1237년 러시아로 진격할 당시 여름이 아닌 추운 12월을 선택했다. 러시아의 ‘여름 진흙 펄’ 대신 ‘겨울 얼음 땅’ 쪽을 택해 전격전을 수행한 것이다. 기마 부대의 장점을 최대한 발휘해야 하는데 시베리아의 많은 늪지와 하천 때문에 기동력이 상실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강이 꽁꽁 얼어붙는 12월을 택했고, 얼어붙은 볼가 강을 건너 러시아군을 토네이도처럼 휩쓸어 버린다.

나폴레옹과 히틀러가 패배한 것은 혹한에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살인적인 추위는 러시아의 최고의 방패로 작용했다. 그래서 러시아군은 적군이 추운 겨울을 선택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몽골족은 러시아를 격파한 여세를 몰아 3월에는 북부 러시아 여러 공국을 완전히 붕괴시키기에 이르렀다.

 

눈으로 뒤덮인 러시아 산악지대.

몽골군이 러시아의 혹한을 견뎌낼 수 있었던 것은 그들 역시 러시아 못지않은 추운 날씨 속에 살아왔기 때문이다. 몽골족은 알타이 산맥 주변의 2000m가 넘는 고원지대에서 살았는데 이곳은 10월부터 눈보라가 치고 4월까지는 언 땅이 녹지 않는다. 겨울에는 기온이 영하 40℃까지 떨어지고 여름에는 영상 35℃ 이상으로 올라간다. 겨울철의 바람은 말 위에 탄 사람을 떨어뜨릴 정도로 무척 강하다. 이런 최악의 기상 조건에서 훈련받은 몽골의 병사들에게 러시아의 혹한은 장애가 되지 않았다.

1219년 페르시아 제국의 땅이었던 호라즘 제국을 공격했을 때도 칭기즈칸 부대는 날씨를 활용한 적이 있다. 당시 호라즘 제국 무하마드 2세는 몽골군의 공격을 막기 위해 시르다리야 강 변을 따라 견고한 진지를 구축했다. 호라즘 제국으로 침공해 들어가는 루트인 북쪽의 키질쿰 사막과 남쪽의 천산 산맥은 군사들이 통과할 수 없을 정도로 혹독한 날씨를 보이는 곳이었기에 당연히 시르다리야 강 쪽으로 진격할 것이라고 예상한 것이다.

그러나 칭기즈칸은 무하마드 2세의 예상과는 반대로 주력부대를 투르키스탄 북쪽의 천산 산맥을 넘도록 했다. 몽골군은 영하 50도의 강추위와 서 있기조차 힘든 강풍, 그리고 눈보라를 이겨내야 했다. 양가죽으로 몸을 감싸는 한편 양가죽 안쪽에는 발효시킨 말 젖을 바르는 기지를 발휘했다. 적이 예상 외의 방향으로 침공해오자 무하마드 2세의 수비 전열은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이후 누루타, 보카라, 호라즘의 수도 우르겐치를 격파하며 호라즘 제국을 멸망시킨다.

또 하나의 사례가 있다. 동유럽 점령 때다. 몽골군이 동유럽을 침공할 때 철갑기사와의 싸움은 불가피했다. 아무리 몽골군이 용맹하다 한들 철갑기사와의 정면 대결은 불리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철갑기사도 나름의 약점이 있었다. 무장하고 대오를 갖추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리고 특히 비 내린 진창길에서는 기동력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 점을 간파한 몽골군은 비가 내리는 날에만 공격을 감행했다고 한다. 철갑기사들이 비가 그쳐 갑옷과 투구를 벗어 말리며 휴식을 취하면 이때를 노려 눈 깜짝할 사이에 공격해 적을 제압했다고 한다

몽골의 칭기즈칸 부대 하면 야만스러운 복장으로 무모한 돌격을 하는 기마 부대를 떠올릴 것이다. 그런데 그들은 날씨를 이용해 승리를 끌어냈다.

또 하나 그들은 사나운 날씨를 견디며 스스로 강인해졌다는 사실이다. 몽골의 원래 영토가 따스한 햇볕이 내리쬐는 온화한 곳이었다면 칭기즈칸의 부대가 러시아를 정복할 수 있었을까?

예나 지금이나 자신의 불우한 환경을 탓하지 않고 실력으로 운명을 개척해 나갈 때 세상에서 더 큰 빛을 보게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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