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워싱턴에서 본 한미동맹

“국가 안보에 군·의회 따로 없다” 긴밀 협력 체제

입력 2017. 11. 19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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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미국 국방부와 의회


연락단, 펜타곤·의회 오가며 의사소통

육군 의회업무차관보와 장성 등

의회담당 인력만 100여 명에 달해

상·하원 군사위 수시로 국방청문회

국방장관·합참의장 등 출석해 설명

의회, 군 존중하고 성심성의껏 지원

 

 

워싱턴의 캐피털 힐(Capitol Hill)에 있는 미 국회의사당 전경. 연중 수없이 많은 관광객이 찾는 아름다운 건물로 워싱턴의 주요 도로는 이곳이 동서남북의 기점이다.  필자 제공

 


켈리 현 백악관 비서실장은 준장 시절 해병대사령부의 의회 담당 보좌관이었다. 상원 국방위원장 매케인 의원은 대령 시절 해군의 상원 연락단장이었다. 미 육군참모차장 매콘빌 대장, 미 본토를 지키는 북부사령관 로빈슨 대장, 주한 미7공군사령관 버거슨 중장은 모두 소장 시절에 육군과 공군의 의회연락단장이었다.

이 정도면 미군과 의회의 관계를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고 각군이 의회를 어느 정도로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다.

미 의회는 캐피털 힐(Capitol Hill)이라 불리는 워싱턴 중심가 언덕 위에 있다. 미국인들은 줄여서 힐이라고도 부른다. 의사당 건물은 미국인들이 자랑스러워하고 연중 수없이 많은 관광객이 찾는 아름다운 건물로 워싱턴의 주요 도로는 이곳이 동서남북의 기점이다.

미 의회는 연방 상·하원의원을 모두 합해 총 535명이며 상원의원 100명, 하원의원은 435명이다. 상원의원은 각주에 2명씩이며 임기는 6년이다. 하원의원은 인구비례에 따라 주마다 배출되는 의원 수가 각각 다르며 임기는 2년이다. 한국계로는 김창준 의원이 유일하게 3선 하원의원을 지냈다.

필자는 국방무관으로 근무를 시작하며 미 국방부의 의회연락장교단 규모에 놀랐다. 펜타곤에는 미 국방부의 의회업무차관보가 국방장관의 의회 업무에 관한 일을 전담해 보좌한다. 육·해·공군 장관과 각군 참모총장은 각각 소장을 의회연락단장으로 두고 있으며, 육군의 경우 그 밑에 준장 1명과 장성급 공무원 1명이 있고, 해병대사령관은 준장을 두고 있다. 주방위군 업무를 총괄하는 주방위군 대장도 의회연락단장을 준장으로 두고 있다.

육군의 경우 육군장관과 참모총장을 보좌하는 의회연락단장 휘하에 100여 명 규모의 의회 담당 조직이 있다. 육군프로그램 담당, 예비군 담당, 주방위군 담당, 공보, 법무, 전략커뮤니케이션, 지원 담당 대령들을 포함해 영관장교 70여 명이 포진해있고, 민간 공무원 20여 명, 행정요원 등이 있다. 이들은 펜타곤에 사무실을 두고 의회를 오가며 협조 임무를 수행한다. 해군과 공군도 비슷한 규모의 조직을 두고 있다.

의회에는 각각 상원과 하원에 육·해·공·해병 대령이 각군의 연락단장으로 나가 있다. 이들은 의회에 상주하며 그 밑에는 각각 10명 정도의 장교가 보직돼 있다. 그들의 임무는 주로 각군의 정책·전략과 무기프로그램 협조, 청문회 업무, 의원들의 국내외 부대방문 협조 등이다.

미 국방부에는 국방예산에 관한 의회연락단이 별도로 있다. 국방부에 재정차관이 있고 각군은 차관보와 중장들이 각군 장관과 참모총장을 보좌하며, 그들 휘하에는 각각 20여 명씩의 조직이 있어 각군과 의회 간의 예산에 관한 협조 업무를 담당한다. 각군의 대령급 장교가 상·하원 세출위원회 국방분과소위원회와의 연락 임무를 수행한다.

 

2011년 6월 워싱턴 캐피털 힐의 미 상원 의원회관 덕센(Dirksen)빌딩에서 열린 패네타(Panetta) 미 국방장관 상원 인준청문회 광경.  필자 제공


국방부 및 각군의 정책·국방예산과 관련해 의회와의 협력이 그만큼 중요하다고 보고 이를 위해 큰 규모의 조직, 편성,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 셈이다.

국방부와 주로 관계가 깊은 의회 상임위원회는 상·하원 군사위원회, 세출위원회 국방분과소위원회, 정보위원회 등이다. 상원 군사위원회에서는 국방부 고위 인사와 장성들의 인준청문회가 열린다. 상·하원 군사위원회에서는 수시로 국방장관, 합참의장, 각군 총장, 통합전투사령관을 대상으로 국방정책·전략, 전투준비태세, 국방예산, 무기 프로그램, 특정 현안에 관한 청문회가 열리며, 상·하원 세출위원회의 국방분과소위원회는 주로 국방예산에 관해 다룬다.

미 국방부는 4년에 한 번씩 국방태세검토보고서(QDR)를 작성해 국방정책과 전략, 미군의 임무와 전투준비태세, 국내외 미군기지와 시설 등에 관해 의회에 보고한다.

의회 펠로라는 프로그램도 있다. 이는 장교들이 의회를 이해하고 경험을 쌓도록 하는 제도다. 각군에서 10~20명씩 선정된 대위·소령급 장교들은 의회 펠로로 활동한다. 육군의 경우 이들은 1년간 워싱턴에 있는 조지워싱턴대학교에서 의회업무에 관한 석사과정을 마치고, 2년간 상·하원의원 사무실 및 의회연락단에서 실제로 실무를 담당한다. 의원별 장교 1명씩만 배정받을 수 있다. 이들은 고급장교로 성장해 의회 연락단장이나 펜타곤에서 의회 담당 업무를 수행한다.

필자는 이라크에서 같이 근무하던 브리커(Bricker) 대령이 상원 연락단장으로 의회에 나가 있어서 자주 만나 얘기를 듣고 의회를 둘러볼 기회가 많았다. 필자가 본 미 의회와 미군의 관계는 다음과 같다.

첫째, 미 의회는 군을 존중하고 펜타곤과 군대의 활동을 성심껏 지원한다. 국방장관, 합참의장, 각군 장관 및 총장 등 펜타곤의 주요 인사들도 의회를 중요시하고 의회와 소통하기 위한 노력을 많이 기울인다. 펜타곤과 의회의 관계는 매우 협력적이다.

둘째, 미 국방부와 각군은 의회와 소통·협조를 위해서 의회업무차관보와 소장급 의회연락단장을 두고, 그들 휘하에 충분한 인원을 편성해 의회의 요청에 협조하고 의회로부터 지원도 받고 있다. 또한 국방부의 재정차관과 각군의 재정차관보들도 의회와 국방예산에 관해 긴밀히 협력하며 국방예산 협조를 위한 별도의 연락장교를 운용하고 있다. 펜타곤과 의회가 실제로 협력할 수 있는 조직과 편성을 갖추고 협조체제가 잘 갖춰져 있다.

셋째, 미국의 국방 리더들의 전문성과 의회에 대한 적극적 노력이 국방정책 추진과 국방예산 확보에 큰 영향을 준다. 국방장관, 합참의장, 각군 총장 등 국방 리더들이 자주 의회청문회에 나가 국방부, 합참, 각군, 통합전투사령부의 임무, 정책·전략, 전투준비, 무기체계 개발 필요성 등에 관해 충분히 설명하고 의회의 지원을 요청하며 의회도 협조한다.

넷째, 청문회(Hearing)는 문자 그대로 정책을 설명하고 듣고 논의하는 자리다. 실제로 여러 차례 국회의사당 상·하원 의원회관에서 열리는 의회청문회에 참석해봤고, 그렇지 않을 때는 의회 전문 TV에서 중계하는 청문회를 많이 봤다. 청문회에서 장군들이나 펜타곤 고위 인사들에게 의원들이 소리 지르고 고압적인 자세로 질문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또 질문해 놓고 답변을 안 듣고 통과하라고 말하는 의원들도 본 적이 없다. 선진국 의회의 품격과 문화가 있었다.

다섯째, 의원들의 안보관과 높은 보안의식 및 기밀유지에 관한 규정준수가 인상 깊었다. 상·하원군사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1급군사기밀 취급 인가를 갖고 있다. 그들이 미 국방장관, 합참의장, 각군 총장, 통합전투사령관들로부터 국방전략과 작전계획에 관한 군사비밀을 별도로 브리핑을 받거나 논의한 다음 언론에 유출하는 사례를 본 적이 없다.

미 의회는 미국의 국방정책과 외교안보·경제정책, 한미동맹에 관한 주요 이슈를 논의하고 정책 방향에도 크게 영향을 미친다. 우리 군과 국회, 정부 각 부처도 미 행정부와 의회가 소통을 위해 어떤 협조체제를 갖고 있으며, 의회가 어떻게 움직이는가를 더 깊이 있게 연구해 국가이익과 국가안보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전 주미국방무관 이서영 장군의 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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