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한글장수의 무작정 세계일주

“안녕하세요” 한마디에 세 시간 동안 내 팔은 작품만… 해변도시 과야킬까지 파고든 '한류의 힘'

입력 2017. 11. 16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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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과야킬, 너의 또 다른 매력



오늘은 지친 몸을 추스르기로 작정했다.
출발 전, 여행 관련 사이트에서 맛집을 검색해본 결과 해산물을 파는 가게가 눈에 띄었다. 그곳에서 ‘크리오요’라는 메뉴를 시켰는데 우리나라의 털게와 같은 ‘캉그레호’를 찐 것이었다. 잠시 후 나온 요리는 나무망치로 열심히 깨서 먹어야 하는 음식이었다. 물론, 맛은 별미였다. 배를 채운 나는 행사를 하기 위해 중앙공원으로 이동했다. 과야킬 또한 한류 인기가 대단했다. 그 덕분에 3시간을 쉬지 않고 땡볕에 있어야 했다. 한여름인지라 이루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더웠다. 행사를 마무리할 시점에는 어지러움까지 느꼈다. 계획한 행사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숙소로 돌아와 바로 잠자리에 들었다. 여행도 거의 막바지에 이르렀다. 남은 일정을 위해서라도 먹는 것은 약간 더 신경을 쓰기로 하고 하루를 마무리했다.

 

 

청정 해안의 숲에 서식하는 ‘캉그레호’

새콤하면서 감칠맛…게 눈 감추듯 뚝딱

 

한국인 밝혀지자 순식간에 사람들 ‘우르르’

더위도 잊고 모든 이에게 작품 선물

 



니들이 게 맛을 알아?

오랜만에 오전 내내 숙소에서 푹 쉬었다. 하지만 천성이 그러한지라 몸이 근질근질해서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결국 오후 1시쯤 숙소를 나섰다.

숙소 문을 열자 해안 특유의 눅눅한 공기가 뜨거운 열기와 함께 내 콧구멍 속으로 확 다가왔다. 기분이 그리 좋진 않았다.

일단 배를 채울 음식점을 찾기 위해 트립어드바이저를 이용했다. 다양한 음식점 중에서 내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해산물을 파는 가게였다. 주메뉴는 ‘캉그레호’라는 게 요리였다.

지도에 나온 음식점에 도착해 ‘크리오요’라는 메뉴를 시켰다. 십여 가지의 약초와 향신료를 혼합해서 찐 가장 일반적인 요리라고 했다. 그 메뉴 외에 마늘 양념을 한 것도 있었는데 크게 구미가 당기지 않았다.

옆에 놓인 메뉴판을 보니 캉그레호에 대해 잘 나와 있었다. 이 녀석은 우리나라의 털게와 모양이 비슷했고, 색깔은 독특하게도 붉은색이었다.

캉그레호는 담수와 해수가 교차하는 청정 해안의 맹그로브 숲에 많이 서식하는데 에콰도르 내에서도 과야킬 등 해변 도시에서만 맛볼 수 있다고 한다. 메뉴판을 본 후 나의 기대는 더 상승했다.

잠시 후 바나나 요리가 나왔다. 사실, 바나나 요리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데 이곳의 요리는 소스가 무척 달콤하고 고소해서 맛있었다.

바나나 요리를 다 먹어갈 때쯤 메인 음식이 웨이터 손에 들려 나왔다. 한 접시에 5마리가 담겨 있었다. 웨이터는 나무망치를 나에게 주었다. 어리둥절한 얼굴로 웨이터를 쳐다보니 나무망치로 두들겨서 먹는다고 친절히 알려주었다.

배가 고팠던 나는 살짝 짜증이 났다. 만약 장병 여러분이 여행 중 나 같은 상황이라면 게살로 만든 요리를 선택할 것을 추천한다. 아무튼 나무망치로 껍질을 벗긴 후 캉그레호를 한 입 먹었다.

‘오잉?’ 생각했던 것보다 맛있었다. 새콤하면서도 감칠맛이 돌았다.

워낙 배가 고팠던 터라 게 눈 감추듯 허겁지겁 순식간에 먹어치웠다.

배를 좀 채우고 나니 주변이 보이기 시작했다. 어딜 가든 그렇지만 여기서도 혼자 온 동양인을 신기하게 쳐다보는 사람이 몇몇 보였다. 뻔뻔해진 나는 그들을 보며 씨익 웃어주었다.

음식을 다 먹고 계산을 하는데 16달러나 나왔다. 쓰린 속을 달래면서 ‘어쨌든 잘 먹었으니까’ 하고 나 자신을 위로했다. 그때 먹은 게살이 어찌나 탱탱하던지 아직도 생각이 난다.


밤과는 다른 낮의 모습

낮에 본 과야킬 시내는 조금 과장을 보태 미국의 뉴욕 느낌이 났다. 시내의 모든 길이 뉴욕 거리처럼 가로 세로로 정확히 나누어져 있고 높은 건물들이 늘어서 있었다. 노란 택시들이 도로를 가득 채운 것도 비슷했다.

밤에는 치안이 불안한 도시라고 느꼈는데 낮에는 활기찬 대도시의 모습이었다. 볼거리도 꽤 많았다.

거리를 계속 걷다 보니 규모가 큰 중앙공원(Parque Centario)이 나왔다. 이곳에도 역시 볼리바르 동상이 한가운데 떡하니 서 있었다.

오늘은 이곳에서 행사를 진행할 생각이다. 준비를 하고 있는데 어느 새 아이들 몇 명이 다가왔다.

그 친구들은 나에게 다가와서 ‘니~하오’를 연신 외쳤다. 그래서 내가 “안녕하세요”라고 답했더니 한국인이라며 엄청 반가워했다. 자기도 한국 드라마 팬이라고.

아이들 덕분이었는지 사람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과야킬에서도 한류에 대한 관심이 엄청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 덕분에 내 팔은 쉴 틈 없이 움직였다. 하지만 한여름이라서 그런지 너무 더웠다. 3시간 정도 진행했을까? 갑작스럽게 머리가 빙 도는 듯 어지러움이 찾아왔다. 아마도 더위를 먹은 것 같았다. 그러나 다행히도 줄을 서있던 사람들에게는 모두 작품을 써줄 수 있었다. 그렇게 자리를 정리하고 숙소로 돌아와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여행도 막바지에 다다랐으니 남은 일정을 위해서라도 먹는 것에 약간 더 신경 써야 할 것 같았다.

오늘 하루도 그렇게 보람차게 흘러갔다.

 

<추윤호 캘리그래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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