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워싱턴에서 본 한미동맹

국제정세 꿰뚫고 ‘소통의 리더십’ 빛났다

입력 2017. 11. 12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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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세계 최강군을 지휘하는 미국의 국방장관들


세계 최강 군사력 지휘… 하루도 잠잠한 날 없어 ‘중책 중 중책’

한미동맹 관계도 우리 이상으로 해박, 한반도 안보 우선순위

2013년 SCM 참석차 한국에 온 헤이글 장관 필자와 인연

손수건 없어 보여 선물… 국방무관 임기 후 귀국 때 ‘따뜻한 화답’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이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 국방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49차 한미 연례 안보협의회의(SCM) 확대회담에서 대화하고 있다.                         한재호 기자

 

 

2013년 10월 제45차 한미 안보협의회의(SCM)가 서울에서 열렸다. 필자는 미 국방 장관 방한 시 귀국해 공항영접, JSA 방문, 한미동맹 60주년 행사, 국군의 날 행사, SCM, 한미연합사령관 이취임식 등 그의 방한 기간 내내 수행했다.

헤이글 장관이 SCM 전 성남비행장에서 열린 국군의 날 행사장을 찾았을 때 두 가지 일이 기억난다. 헤이글 장관이 다른 참석자들과 함께 미니버스로 이동하는 대신 지휘통제의 용이성을 고려해 호텔에서 행사장까지 전용 승용차로 직접 들어갔으면 좋겠다고 미 장관 보좌관이 도움을 청해 왔다. 필자는 우리 국방부와 대통령경호실에 협조를 요청해 그가 전용 승용차로 행사장까지 들어가도록 도왔다.

다른 하나는 손수건에 얽힌 사연이다. 헤이글 장관이 행사장에 설치된 야외화장실에서 손을 씻고 나서 나오며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찾고 있었는데 없어 보였다. 필자는 손수건을 꺼내 그에게 전하며 “한국제 손수건인데 장관께 방한기념으로 드리니 돌려줄 필요가 없고 계속 쓰시라”고 했더니, 그는 유쾌하게 웃으며 “고맙다. 잘 쓰겠다!”고 말했다.

2013년 11월 이임인사차 펜타곤의 미 국방장관실에  들러 헤이글 국방장관과 환담후 그의 이름이 새겨진  태권도복을 기념으로 전하는 필자.


워싱턴에 복귀한 지 일주일 후 펜타곤에서 대사관으로 편지가 왔다. 열어보니 헤이글 장관의 감사편지와 함께 멋있는 손수건이 들어 있었다. 편지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었다.

“이번 서울 방문 시 SCM과 방한 행사를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주어 감사하다. 여기 이 장군에게 빌렸던 손수건을 새것으로 마련해 보내니 선물로 받아주기 바랍니다!”

필자는 이미 그 일을 잊고 있었는데, 정성스럽게 새 손수건을 보내왔던 일이 기억에 남는다. 미 국방장관이 매우 바쁜 직책인데 손수건 받았던 것을 잊지 않고 보내온 배려가 인상 깊었다.

얼마 후 필자가 국방무관 임무를 마치고 귀국이 임박해 펜타곤 장성들에게 이임인사를 한 후, 장관실에 들러 리퍼트 비서실장과도 인사를 나누고 장관의 시간이 나면 귀국인사를 하겠다고 했다. 비서실장이 “오늘 지방행사 참석 후 비행기로 워싱턴에 복귀 중인데, 도착 후 바로 4성장군 회의를 주재하기 때문에 시간이 없을 것 같다”며 미안해했다.

 




필자는 “내가 귀국한다는 것과 그동안 감사하다고 전해주기 바란다”고 말하고 왔다. 그런데 몇 시간 후 펜타곤에서 들어오라는 연락을 받고 장관실로 갔다. 헤이글 장관은 4성장군 회의를 주재하다 말고 나와서 필자와 환담하며 “그동안 한미동맹 강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해줘서 감사하며, 앞으로도 한미관계를 위해 많은 역할을 해주기 바라고 건투와 행운을 기원한다”고 말하며 자신의 서명이 든 만년필을 선사했다.

필자는 “잊고 있었는데 멋있는 손수건을 보내줘 고맙고 한국에 가서 잘 쓰겠다. 그동안 따뜻한 배려에 감사하고 한미동맹을 위한 장관과 미 국방부의 노력에 감사한다”고 인사했다. 그리고 기념으로 그의 이름을 새긴 태권도복과 국기원에서 받은 태권도 명예4단증을 전달했다. 그는 진심으로 고맙다며 장관실 문 앞까지 나와 배웅하며 서울 가면 보자고 했다. 필자는 그때 보여준 그의 성의에 감사했다.

필자가 이런 스토리를 쓰는 것은 국방무관의 임무수행 및 군사외교가 공식 문서와 회의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며, 작은 배려와 정성에서 출발한다는 것을 여러 번 느꼈기 때문이다.

미 국방장관은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지휘하는 인물이다. 미국 대통령과 그는 국가통수기구를 구성해 전 세계에서 작전하는 9개 통합전투사령관을 지휘한다. 전 세계를 작전지역으로 두고 있는 그는 관심을 기울이고 신경을 써야 할 곳도 많다.

예컨대 이라크·아프간전이 한창일 때 게이츠 장관은 두 전쟁을 지휘하며 빈 라덴 사살작전은 물론, 천안함 폭침·연평도 포격 같은 북한의 도발에 동맹국 한국과 함께 대응하면서 유럽·중동·아프리카 분쟁에도 신경을 써야 했다. 워싱턴에서 국제정세가 돌아가는 것을 보면 하루도 잠잠한 날이 없다. 미 국방장관은 세계에서 가장 어려운 중책 중 하나다.

장관 사무실은 펜타곤에 있지만, 그가 움직이는 곳이 바로 지휘소다. 해외기지 시찰이나 외국 방문 때는 지휘통제시스템이 잘 갖춰진 전용기에서 지휘한다.

국방무관은 펜타곤에 자주 드나들고 회의·브리핑·리셉션·행사 등에서 장관을 만날 기회가 많다. 워싱턴에 근무하며 여러 명의 전·현직 국방장관을 접할 기회가 있었다.

국방무관을 시작할 때는 게이츠 장관이었는데 CIA 국장을 거친 그는 재임 중 북한의 천안함 폭침·연평도 포격 후 한미동맹 의지를 과시하고 공동대응 노력을 기울였다. 뒤이은 패네타 장관도 하원의원·백악관비서실장 역임 후 CIA 국장 재직 시 빈 라덴 사살작전에 큰 역할을 한 뒤 국방장관에 취임해 북한 도발에 대한 한미연합대응과 북 핵·미사일 위협에 대비한 확장억제전략 수립에 기여했다.

헤이글 장관은 베트남전에서 두 번 부상해 훈장을 받기도 했는데, 북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맞춤형 억제전략 수립과 조건에 기초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관해 한미 간 신뢰를 갖고 긴밀히 협력했다.

럼즈펠드 장관도 하원의원·백악관 비서실장 역임 후 최초로 국방장관을 두 번 지냈다. 상하원의원 출신 코언 장관은 한미안보협력은 물론 IMF 사태 때 미국 조야에 한국을 지원하는 분위기 조성에도 노력을 기울였다. 필자는 한미동맹 및 안보현안에 관한 이슈가 있을 때 전·현직 미 국방장관들을 만나 조언을 구하고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

필자는 전·현직 미 국방장관들을 보면서 몇 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첫째, 그들은 모두 국제정세를 꿰뚫고 국제이슈와 동맹국 및 미군에 관해 폭넓은 식견과 비전을 갖고 있었다. 그것은 그들이 장관이 되기 전 미국 조야에서 정·관계 및 군의 리더로 거친, 폭넓고 다양한 경험에서 나오는 것으로 보였다.

둘째, 그들은 국방이슈에 관해 미군 장병 및 국민과 긴밀히 소통하는 리더십을 보였다. 그들은 이라크·아프간 전투지역에 몇 달에 한 번씩 찾아가 장병들과 소통하고 격려하며, 국민과의 소통을 위해 의회청문회·언론인터뷰·싱크탱크에 자주 나타나 국방정책을 설명하고 국방예산 확보를 위한 노력도 많이 했다.

셋째, 그들은 한미동맹 관계에 대해서도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많이 알고 관심도 많았다. 필자가 워싱턴에 있을 때 펜타곤의 국방부·합참에서는 한미동맹 이슈와 북 핵·미사일 문제 등 한반도 안보현안에 항상 높은 우선순위를 두고 있었다.

한미동맹은 군사동맹으로 시작됐고, 북 핵·미사일 위협이 고조되는 엄중한 시기에 미 국방장관은 한국의 안보에도 매우 중요한 인물이다. 한미동맹과 안보협력, 그리고 군사외교에서 공식적인 관계와 개인적인 신뢰 및 친분, 이러한 모든 것이 국가 이익과 안보에 직결되는 것이다.

<전 주미국방무관 이서영 장군의 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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