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워싱턴에서 본 한미동맹

미국인, 최강국 이끈 역대 대통령들에 ‘무한 신뢰’

입력 2017. 11. 05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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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미국 국민과 미국의 대통령들



 

건국 대통령 워싱턴 등 4명 ‘마운트 러시모어 바위’에 조각해 기리고

링컨기념관·윌슨박물관 등 미국 곳곳에 세워 미국인 자긍심 드높여

세계 최초 대통령제 도입 ‘국민에 의한 정부’ 이룬 업적에 깊은 존경

필자와 만난 클린턴 대통령은 한미동맹 의미와 북한 정세 꿰뚫어 


2013년 6월 워싱턴 시내 오찬행사에 갔다가 거기서 클린턴 전 대통령을 만났다. 대통령 방미 행사나 미 국방부 및 정부 행사에서 오바마 대통령을 만난 적이 있지만, 클린턴 대통령과는 처음 대면하게 된 것이다. 필자가 인사를 건네자 클린턴 대통령은 정중하고 친절하게 대화를 이어갔다.

필자: 한국대사관에서 국방무관으로 근무하고 있는 한국군 육군소장 이서영입니다. 대통령님!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클린턴: 이 장군님 반갑습니다(Sir, it’s nice to see you General Lee).

필자: 대통령 재임 중에 한미동맹 강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주신 데 대해 감사드립니다. 특히 1995년 7월 워싱턴 한국전참전기념비 준공식을 직접 주관하셨다고 들었는데 지금은 많은 관광객들이 찾고 있는 한미동맹의 상징적인 장소가 됐습니다.

클린턴: 그때 한미 대통령이 함께 준공식에 참석했던 기억이 납니다. 한국전쟁은 한미동맹의 출발점이며 오늘날까지 우리가 굳건한 한미동맹 관계를 유지해 온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필자: 1993년 제가 전방에서 대대장으로 근무할 때 대통령님께서 방한 중에 DMZ와 JSA를 방문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클린턴: DMZ를 방문해 북한의 위협과 남북분단의 현장을 목격했던 것이 인상 깊게 남아 있습니다. 그 후에도 몇 차례 더 방한했는데 한국이 경이로운 발전을 거듭하는 모습에 많은 감동을 느꼈습니다.

필자: 재임 중 북한 비핵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하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김정은은 계속 핵과 미사일 개발에 집착하고 있습니다.

클린턴: 내가 대통령으로 있을 때도 그렇고 그 후에도 한미가 북한 비핵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나 아직도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을 계속하고 있는데, 한미는 국제사회와 협력해 북한 비핵화를 위한 노력을 계속해야 할 것입니다.


2013년 6월 10일 워싱턴에서 클린턴 전 대통령을 만나 환담 후 기념 촬영을 하는 필자. 클린턴 대통령 재임 중인 1995년 7월 워싱턴의 한국전참전기념비가 준공됐다. 필자 제공

클린턴 대통령은 한국의 정세와 안보 상황을 잘 인식하고 있었고, 한미동맹 관계의 중요성과 북 핵 문제 해결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나중에 그는 필자와 함께 찍은 사진에 서명을 해서 보내왔다. 그는 군복을 입은 필자에게 대화 중에 몇 차례 “Sir!”라고 말하며 하며 매우 정중하게 대했다. 미국의 전직 대통령이 한국군 장군에게 예의를 갖추는 모습을 보며, 미국의 지도자들이 군과 장군들을 존중하고 제복을 입고 국가를 위해 헌신하는 이들에 대해 존중하는 상무정신을 다시 한 번 읽을 수 있었다.

미국의 역대 대통령들은 역사적으로 중요한 결정들을 해왔다. 이승만 대통령과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한미동맹을 결성한 이후 현대의 미국 대통령들은 한국 대통령들과 함께 한미동맹을 굳건히 하고 발전시키는 데 기여해 왔고, 이는 북한 비핵화를 위해 역량을 집중하는 트럼프 대통령에까지 이어지고 있다.

건국 이후 미국 대통령들은 국민의 사랑과 존경을 받으며 오늘날까지 미국 역사 및 국민과 함께해오는 국민 속의 대통령들이 많다. 미국 중북부 마운트 러시모어의 커다란 바위에는 미국 역사상 위대한 업적을 남긴 대통령 네 명의 얼굴이 거대한 조각으로 새겨져 있다.

건국대통령인 워싱턴, 독립선언문을 기초한 3대 대통령 제퍼슨, 남북전쟁을 승리로 이끌고 노예를 해방한 16대 대통령 링컨, 26대 대통령 시어도어 루스벨트가 그들이다. 매년 미국과 세계 각지에서 200여만 명의 관광객들이 이곳을 찾아 대통령들을 기리고 역사를 배운다.

이들 대통령의 모습은 워싱턴에서도 볼 수 있다. 수도 워싱턴은 초대 대통령 이름에서 따왔다. 백악관 서편에 조지 워싱턴의 기마동상이 있고, 백악관 남쪽에는 워싱턴기념비가 우뚝 서 있다. 169m 높이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석조건축물이며 워싱턴의 명소다. 내셔널 몰 남쪽에는 제퍼슨기념관이 있는데 로마의 판테온신전과 비슷한 모습의 원형돔이 있는 석조기념관 안에 그의 동상이 있다.

워싱턴기념비 바로 서편에는 링컨기념관이 있다. 링컨 대통령 당시 36개 주를 나타내는 대리석 기둥 36개가 세워진 기념관에 하얀 대리석의 링컨 좌상이 있고, 벽면에는 오늘날까지 민주주의의 개념을 가장 단순명료하게 정의했다는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라는 그의 게티즈버그 연설문이 새겨져 있다. 그래서 미국인들은 워싱턴, 제퍼슨, 링컨이 백악관 가까운 곳에서 현직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잘 수행하고 있는가를 관찰한다는 농담도 한다.

포토맥강에 있는 시어도어 루스벨트 브리지 아래에 역시 그의 이름을 딴 섬 한가운데 그의 동상이 있다. 국회의사당 앞에는 18대 대통령 그랜트의 기마동상이 서 있다. 국회의사당 로텐더에서도 역대 대통령들의 동상을 볼 수 있다. 한국대사관 맞은편에는 민족자결주의를 주창해 3·1운동에도 영향을 미친 28대 윌슨 대통령 박물관이 있고, 한국전기념비 부근에는 2차대전을 승리로 이끈 32대 대통령 프랭클린 루스벨트의 기념비와 동상이 서 있다.

뉴프런티어를 부르짖던 케네디 대통령을 기념하는 문화예술의 전당 케네디센터가 포토맥강변에 있어 사철 미국 시민과 관광객들에게 음악연주회와 오페라를 선사하며, 여기에 케네디의 커다란 청동상 얼굴이 있다. 펜타곤 부근에 있는 레이건 공항에는 힘을 통한 평화를 주창하고 소련의 붕괴를 이끌어낸 레이건 대통령의 동상이 서 있다.

워싱턴뿐만 아니라 미국 전역에서 역대 대통령들을 기리는 거대한 규모의 기념관, 도서관이나 동상, 공공건물, 학교, 도로, 교량 등을 헤아릴 수 없이 많이 볼 수 있다. 케네디의 고향인 보스턴에 있는 케네디 기념도서관에서 그를 만날 수 있으며, 캘리포니아에 레이건 기념도서관이 있고 재임 시의 수많은 자료와 타고 다니던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 원’도 전시돼 있다.

미국 전역에 있는 20여 개의 대통령 기념도서관에서 저명인사들의 강연, 정책세미나, 음악회, 기념행사 등이 자주 열리는데 수많은 시민이 역대 대통령들을 기념하고 자원봉사자들의 친절한 해설을 흥미롭게 듣는다. 연중 역대 대통령 기념관이나 박물관 등을 방문하는 관광객 수천만 명이 자연스레 미국의 역사를 배우고 긍지를 느끼는 것이다.

미국민들은 건국 이후 최강국을 이루어 세계를 리드하는 그들의 역사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국가를 이끌어 온 대통령들을 존경하고 사랑하며 그들의 업적을 통해서 미국의 생생한 역사를 배운다. 주요행사에 대통령이 등장하면 대통령 찬가가 울려 퍼지고 경의를 표한다. 9·11 같은 국가위기와 재난 앞에 전직 대통령들이 단합해 국민에게 희망과 용기를 준다. 세계 최초로 대통령제를 도입해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를 실현해 최강국으로 우뚝 선 것에 대한 커다란 자긍심을 갖고 있는 것이다. <전 주미국방무관 이서영 장군의 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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