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철길따라 3800km 안보대장정

옛 향기 솔솔 나는 길 따라 ‘다시 서는 민족의 힘’

이주형

입력 2017. 10. 26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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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중앙선에 자리한 간이역




중앙선 철로, 특히 청량리-원주 간
철로 복선화 사업이 진행되고
몇 년간 공사를 거쳐 중앙선은 어느새 달라졌다.
새 전철로가 놓이면서
구간에 따라 운명이 엇갈린 것이다.


철로를 걷어낸 뒤 자전거길이 되거나,
레일바이크용으로 쓰임새가 바뀌거나,
또 어느 구간은 아예 흔적조차 없어졌다.

남은 건 철로를 잃고 홀로 선 간이역 몇 개뿐.
이처럼 없어진 간이역들도 있지만
아직도 운영되고 있는 간이역들도 적지 않다.

중앙선을 따라 그들 간이역을 살펴본다.

 

경북 군위군에 위치한 중앙선 간이역 화본역의 모습.


과거 모습 재현된 화본역

무궁화호 열차 하루 4번 정차

현재도 관람객들 자주 찾아

 


간이역(簡易驛)은 이용객이 적고 효율성이 낮아 역장이 배치되지 않고 일반 역에 비해 규모가 작은 역을 말한다. 이들을 한 단어로 정리한다면 추억이다. 한때는 수많은 사람들이 오고 갔던 곳, 그곳에는 각기 다른 사연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볼품없어 보이는 간이역에는 돈으로 셀 수 없는 귀중한 가치가 숨어 있다.



이 때문에 간이역들만을 찾아다니는 사람들도 있다.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간이역은 화본역이다. 화본역은 간이역 관광자원화 사업의 일환으로 역명판과 창문, 출입문까지 역 구석구석이 과거로 돌아간 듯한 모습으로 재현됐다.

예전 증기기관차에 물을 공급하던 급수탑도 볼거리다. 높이가 25m, 하단 지름 5m, 상부 물저장탱크 지름 4m에 달하는 마치 독일 동화 ‘라푼젤’에 나오는 탑처럼 이국적인 풍경을 자아내고 있다. 또 주변에는 폐교인 산성중학교를 추억의 공간으로 조성했다. 이 때문일까. 화본역은 2010년 네티즌이 뽑은 가장 아름다운 역 1위로 선정됐다. 이를 관람하고자 오는 관광객도 쏠쏠하다. 물론 화본역에는 아직도 열차가 정차한다. 무궁화호가 하루에 총 4번(상하행 각 2번) 정차한다는 것이 역에서 근무하고 있는 김세환 씨의 말이다.

하지만 간이역의 운명은 정해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나둘 제 기능을 다하고, 언젠가는 거의 사라지게 될 것이다. 그 이유는 다양하다. 여객열차가 더는 서지 않거나 마을 주민들이 간이역을 이용하지 않아서다. 이설되거나 노선 자체가 폐선되어 철길 자체가 없어져도 그렇다.

전철화와 함께 새로운 역사를 짓기 위한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결국은 유휴시설로 방치되거나 개축으로 인해 옛 모습을 찾기 힘들게 된다.

경기도 양평군에 위치한 중앙선 간이역 석불역의 모습.

지금은 문이 잠긴 석불역

이용 승객이 줄어

열차 탑승 후 승차권 발급

 


석불역의 경우 그 예를 보여준다. 역사는 문이 잠겨 있다. 아무도 없고 다만 안내문이 보일 뿐이다. 승차권은 열차에 탑승해 승무원에게 발급받으라는 내용이다.

승문역은 더 심하다. 사람이 살고 표를 팔던 간이역이 소 풀 먹이는 외양간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일부는 이 같은 길에서 벗어났다. 다른 운명으로 접어든 것이다. 문화재나 관광지로 개발돼 우리의 활동 공간 안에 들어왔다. 능내역의 경우 1956년에 문을 열었다가 2008년 중앙선 복선 전철화가 끝난 뒤 폐역이 됐다. 하지만 오래된 역사를 철거하지 않고 사진전시관으로 꾸몄다.

능내역의 옛 모습, 교복을 입은 중년 남녀, 앳된 커플의 밝은 미소를 담은 사진이 보인다. 앞에는 자전거길이 있다. 사이클을 즐기는 사람들이 연이어 나타나고 사라진다.


 

사진전시관으로 바뀐 능내역

옛 모습·앳된 커플 사진 등 눈길

역사 앞 자전거길, 멋스러움 더해


구둔역은 최근 문화재청으로부터 근대문화유산 제296호로 지정됐다. 영화 ‘건축학개론’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찾는 이가 늘었다. 원주 반곡역사(제165호), 구 남양주 팔당역(제295호)도 등록문화재로 지정돼 명맥을 유지하며 예전의 멋스러움을 전해주고 있다.

언젠가는 우리 곁에서 없어질 간이역. 한국관광공사는 지난해 12월 가볼 만한 간이역 5곳을 선정한 바 있다. 구둔역(경기 양평)과 철암역(강원 태백), 신거역(경북 청도), 연산역(충남 논산), 임피역(전북 군산)이었다. 여행을 떠나기 알맞은 계절, 가을에 우리들의 추억과 향수가 서려 있는 소중한 삶의 공간이며 상징인 간이역을 찾아 떠나보면 좋을 듯하다.

이주형 기자 < jataka@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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