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한국의 여성독립운동가들

"나라 위해 죽는 것이 이 어미에 대한 효도다"

입력 2017. 10. 22   10:56
0 댓글

<10> 안중근 장군 어머니 조마리아


개화·독립에 관심 있던 집안

국채보상운동 계기로

구국운동 대열에 뛰어들어

 

1907년 대한매일신보에

의연금 출연 사실 실리기도

 

안중근의 사형 앞두고

“비겁해져서는 안 된다”

아들의 마음 다잡게 해

 

 

 

 



‘타인보다 지혜와 용기가 뛰어나서 남들을 이끄는 사람’을 우리는 ‘영웅’이라고 한다. 또 ‘보통사람으로서 할 수 없는 일을 한 사람’도 영웅이라고 말한다. 영웅은 주로 역사의 중요한 시점에 나타났고 난세를 치세로 전화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들 중에는 여성도 있었다.



2017년 7월의 독립운동가 ‘조마리아’

매년 국가보훈처에서는 ‘올해의 독립운동가’를 선정해 그 뜻을 기리고 있는데, 올해는 안중근 장군의 모친인 조마리아 여사가 선정됐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독립운동가 ‘안중근’은 기억하지만 모친 조마리아 여사가 독립운동가라는 사실은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안중근의 어머니인 조마리아(1862∼1927)는 황해도 해주 출신으로 부친 배천 조씨와 모친 원주 원씨의 3남2녀 중 둘째로 태어났다. 순흥 안씨의 3남인 진사 안태훈과 결혼해 슬하에 3남1녀를 두었다. 안태훈은 갑신정변에 참여한 개화 지식인이었다. 남편 안태훈이 1896년 천주교에 귀의하면서 조마리아도 독실한 천주교 신자의 길을 걷게 된다. 물론 그 영향은 자녀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됐다. 개화와 구국, 독립에 관심이 높았던 집안 분위기와 1906년 1월 남편 안태훈의 갑작스러운 사망은 조마리아를 사회 일선으로 뛰어들게 했다.

1907년 5월 29일 자 ‘대한매일신보’에 안중근 장군의 모친인 조마리아 여사가 국채보상의연금을 기부한 내용이 실렸다.

국채보상운동 시작으로 구국운동

충실한 내조자의 삶을 살았던 조마리아가 구국운동의 대열로 뛰어들게 된 계기는 바로 국채보상운동이었다. 치욕적인 한일의정서 강제 체결 이후 통감으로 부임한 이토 히로부미가 시정 개선 차원에서 차관을 주선하면서 국가위기가 시작됐다. 1907년이 되자 대한제국은 적자예산인 상태에서 높은 이율의 국채 1300만 원을 상환해야 하는 압박에 시달리며 국가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지금으로 치면 1년 치 국가 예산과 맞먹는 금액으로 국가재정이 파탄 날 급박한 상황이었다. 그래서 국가채무를 상환하기 위한 국채보상운동이 전국에서 전개됐는데, 그 구국운동의 대열에 조마리아도 있었다. 당시 개항장이었던 삼화항에서 안중근과 삼화항 사립영어삼흥학교 설립으로 애국계몽운동에 뛰어들던 시기, 국채보상운동이 전개되자 삼화항 지역 여성들에게 구국운동을 독려하며 의연 활동에 직접 참여했다.

1907년 5월 12일 자 대한매일신보에 평안도 지역의 국채보상의연금 수입액과 영어삼흥학교 의연금 기사가 함께 실렸다. 국채보상의연금 수입 총액 중 34원60전의 의연금 출연 내용과 함께 삼화항 패물폐지부인회의 기사가 실렸는데, 의연자는 누구인지 밝히지 않았다. 그런데 1907년 5월 29일 자 대한매일신보를 보면 조마리아의 의연금 출연 사실이 실려 있다. 지역 유지 부인이 중심이 된 큰 규모의 단체였던 삼화항 패물폐지부인회와 조마리아의 국채보상의연금 출연 활동은 유지부인, 기독교인, 전직 관인 부인, 일반 부인, 기생 등으로 확산되며 평안도 여성에게 큰 자극이 됐다.




아들아! 나라를 위해 떳떳하게 죽어라

당시 국채보상운동의 관서지부장이었던 아들 안중근과 구국운동의 대열에 섰던 조마리아. 그 후 1909년 세계를 놀라게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10월 26일 중국 하얼빈 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한 주인공이 바로 안중근이었던 것. 그리고 사형 구형을 앞두고 안중근에게 강건한 태도로 대했던 조마리아의 일화는 모두의 가슴을 아프게 한다.

‘옳은 일을 하고 받는 형(刑)이니, 비겁하게 삶을 구걸하지 말고 대의에 죽는 것이 어미에 대한 효도다’. 죽음을 앞둔 안중근을 면회하러 가지 않았던 조마리아. 그 강건함 뒤에는 피눈물이 하염없이 흘렀을 것이다. 비록 감옥에 있을지라도 흐트러짐 없이 일제의 법정에 섰고 누구보다도 당당했던 안중근. 그 아들의 뜻을 이어 조마리아는 아들 안공근·안정근과 함께 상해 임시정부에서 근검절약한 생활을 하며 동포들의 어려움을 함께했고, 조국의 독립을 염원했다.



영웅은 영웅이 일으켜 세운다

한국독립운동을 이끌었던 독립운동가 집안에는 여성독립운동가로 활약한 이들이 많다. 백범 김구의 모친인 곽낙원 여사를 비롯해 도산 안창호의 부인 이혜련 여사, 김의환의 부인 정정화 여사, 김학규의 부인 오광심, 그리고 조마리아. 독립운동가의 어머니·부인으로 몸소 독립운동을 실천한 이분들은 영웅을 일으켜 세운 여성영웅이다.


<심옥주 한국여성독립운동소장/부산대 교수>

< 저작권자 ⓒ 국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댓글 0

오늘의 뉴스

Hot Photo News

많이 본 기사